메인화면으로
'혹시나'가 '역시나'로…미-아프간 정상, 강경입장만 확인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혹시나'가 '역시나'로…미-아프간 정상, 강경입장만 확인

탈레반 "끔찍한 결과 책임져야" 경고…'强 對 强' 맞붙을 듯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의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여겨졌던 미국-아프간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탈레반에 양보는 없다는 강경 입장을 재확인했다.

고든 존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6일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두 정상은 (인질)석방 협상에 있어서 인질들과의 (교환을 위한) 어떠한 보상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데 합의했다"며 "야비한 탈레반이 이번 사태로 대담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탈레반이 나머지 한인 인질들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으며, 미국은 사태 해결을 위해 한국 및 아프간 정부와 최대한 협력해왔음을 지적했다고 존드로 대변인은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또 이미 희생된 2명을 비롯한 한인 인질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표시했다.

이로써 탈레반이 인질 석방의 조건으로 내건 탈레반 포로와의 맞교환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에 따라 인질사건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이며 탈레반 납치세력은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인질들의 목숨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의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은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이번 회담에서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 교환에 대한 결정이 나오지 않을 경우 끔찍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이번 회담과 무관하게 국제 NGO 등을 통한 대면협상을 추진하며 무사 귀환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탈레반 비난 쏟아낸 정상회담
▲ 인질 석방을 위해 결단해 달라는 한국의 요구에 등돌린 부시 미 대통령(왼쪽)과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오른쪽) ⓒ로이터=뉴시스

'양보 불가' 합의는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전해졌을 뿐 두 정상은 이날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인 인질문제에 관해 한 마디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탈레반이 과거 집권기간에 그들의 사고와 행동을 세계에 보여준 바 있다며 "그들은 잔인하고 냉혹한 살인자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인간의 목숨을 전혀 소중히 여기지 않고 무고한 사람들을 인간장벽으로 사용하는 게 탈레반이라며, '냉혹한 살인자'인 탈레반에 맞서 어떻게 '어둠의 비전'을 격퇴할 것인지를 카르자이와 논의했다고 말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탈레반이 이미 '패배한 세력'으로 아프간 정부에 대해서는 위협적이지 않지만 여전히 산악지대에 숨어 무고한 어린이와 성직자, 구호인력을 공격하는 비겁한 행동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탈레반이 "무고한 시민들과 어린이들, 성직자, 교사, 기술자, 국제구호 인력들에 위협이 되고 있으며, 등교하는 어린이들을 죽이는 비겁한 행동을 하는 불만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9일 열리는 아프간과 파키스탄 부족지도자 회의인 지르가에서 탈레반 대응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며, 회의 결과에 따라 "양국 내 테러리즘에 맞선 전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수행할지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질 석방의 열쇠를 쥐고 있는 양국 정상의 이같은 입장은 예고된 것이었다. 미 국무부는 물론 의회 고위 인사들도 최근 미국은 방문한 국회 5당 대표들에게 테러범과의 협상불가 원칙을 분명히 못박았었다.

카르자이 대통령도 정상회담 전 <CNN>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인 인질 석방을 위해 인질 납치와 테러를 부추기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 한국과의 직접 협상에도 회의감 느낄 듯

정상회담에서 재확인된 이같은 입장은 인질 사태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정상회담 직전 아프간 <AI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아프간 정상회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이번 회담에서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 교환에 대한 결정이 나오지 않을 경우 끔찍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따라 양국 정상회담의 결과를 본 탈레반이 강경 대응쪽으로 가닥을 잡고 인질들에 대한 추가 살해 가능성을 위협한다거나 실제로 살해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한국 정부와 탈레반 간 직접 협상의 성사 여부도 다소 불투명해질 소지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탈레반의 요구가 한국인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의 맞교환에 집중됐던 점을 감안하면 탈레반이 직접 협상의 효력에 의문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아마디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간접통화에서 여성 인질과 탈레반 여성 포로를 먼저 교환할 수 있다고 말하며 다소 온건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미국과 아프간이 한사코 거부하고 있는 '맞교환'이라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아프간 각료회의, '실효적 조치' 마련 지시

미국과 아프간 쪽의 대응 역시 탈레반에 대한 군사적·외교적 압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공산이 크다.

미군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은 지난 2일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의 탈레반 거접지역에 대규모 공습을 실시해 탈레반 무장대원 수십여명을 숨지게 하는 등 최근 들어 탈레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미군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강경 입장을 바탕으로 탈레반의 외곽을 때림으로써 탈레반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한편, 인질 사태가 도저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한국 정부의 동의하에 아프간군과 함께 인질 구출작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아프간 각료회의가 한국인 인질들의 안전한 석방을 위해 '실효적 조치(effective steps)'를 마련할 것을 국방부와 내무부에 지시했다는 보도 역시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파지와크 아프간 뉴스>(Pajhwok Afghan News)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아프간 내각 행정사무처의 사디크 무다비르 부(副)처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히고 "그러나 내각은 인질들이 다치지 않고 풀려나도록 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취해야 할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NGO 통한 직접접촉 실효성 의문

우리 정부는 이날 정상회담이 제3국 간 정상회담인 만큼 공식적인 논평은 하지 않은 채 이번 회담이 사태에 미칠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적신월사(赤新月社, 회교국의 적십자사) 등 국제적으로 명망이 있고 이슬람권에서 존중을 받는 비정부기구(NGO)의 중재와 안전보장을 전제로 한 대면접촉을 탈레반에 제안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탈레반이 원하는 접촉 방법과 거리가 있고, 대면접촉을 하더라도 탈레반의 당초 요구인 포로 석방 논의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정부의 시도가 불발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