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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다룬 뜨거운 영화 2편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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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다룬 뜨거운 영화 2편 화제

[할리우드통신] <신의 이름으로> <지옥의 땅> 등 분열된 사회상 생생하게 묘사

#1.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난 두 형제는 음악을 유난히 사랑하는 것 이외에도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형제의 인생행로는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한 사람은 미국 시카고로 유학을 떠나 음악을 계속 공부한 반면, 동생은 게릴라 전사가 된 것이다. 두 사람의 인생은 갈등과 분열로 요동치는 조국의 비극적인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게 된다. #2. 록음악을 사랑하는 십대 청소년들이 자동차를 몰고 교외에서 열리는 록콘서트를 구경하러 간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뜻하지 않은 사고를 겪는다. 한밤중에 길을 잃고 헤매다가 휘발류까지 바닥이 나버린 것. 게다가 차가 멈춘 곳은 낯설고 으슥한 시골마을이다. 처음엔 짜릿한 모험 정도로만 생각하고 여유만만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이코 살인마에게 쫓기게 되고, 하나둘씩 끔찍하게 죽어가게 된다. 더욱 공포스런 것은 살인마가 온몸에 천을 뒤집어쓴채 눈만 드러내고 있을 뿐이어서 정체를 도무지 짐작할 수없다는 사실이다.
위의 두 영화는 할리우드 등 세계 어느 나라 영화에서나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소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영화가 특별한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파키스탄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란 사실이다. 촬영도 모두 파키스탄에서 이뤄졌다. 첫번째 영화의 제목은 <신의 이름으로(Khuda ke Liye, In the Name of God)>. 안락한 중산층 가정 출신의 두 형제 중 한 사람은 서구 교육을 받은 직업음악가로, 또 한 사람은 급진이슬람의 영향으로 서구세력을 거부하며 탈레반으로 변신하게 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두번째 영화의 제목은 <지옥의 땅(Zibahkana, Hell's Ground)>. 파키스탄 영화로는 보기 드믈게 슬래셔(난도질) 호러장르인 이 작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사이코살인마가 온몸을 덮는 아프간 여성의상 '부르카'를 입고 나타난다는 점이다. 미국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와 영국 가디언지는 최근 두 영화를 상세히 소개하면서, 극심한 종교분열과 정치혼란 속에서 요동치고 있는 파키스탄의 현실을 들여다 보는데 두 작품이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아프간에서의 한국인 피랍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석방협상에 있어서 파키스탄의 역할론이 최근 집중 부각되고 있다. 아프간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데다가 와지리스탄 경우 '탈레바니스탄(탈레반의 땅)'이라고 불릴만큼 아프간 탈레반 세력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랄마스지드 사원(붉은 사원)에서 발생했던 급진 이슬람세력의 점거와 군당국의 유혈진압사태에서 보듯, 파키스탄 치안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상태다. 아프간 국경지대는 사실상 준전시상태다. 또한 페르베즈 무샤라프 정권은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엎고 부패한 권력을 유지해, 국민들의 신임을 급격하게 잃고 급진이슬람세력의 확산을 부채질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의 이름으로 ⓒ프레시안무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에 따르면, 지금 파키스탄에서 <신의 이름으로>가 엄청난 화제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데에는 위와 같은 사회불안과 연관성이 있다. 주요 대도시에서 상영 중인 이 영화의 입장권을 사려면 수 주를 기다려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기 위해 시골에서부터 도시로 올라오는 사람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신의 이름으로>가 이처럼 센세이셔널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첫번째 이유는 최대 화두가 되고 있는 종교갈등을 정면에서 다룬 사실상 첫 영화란 점 때문이다. 언론계, 문화계에서는 "파키스탄 영화 역사상 가장 중요한 영화"란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 대부분의 관객들은 랄 마스지드 사태 등 최근의 사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이 영화를 두번이나 본 후 큰 공감을 표명했다고 전해진다. 극단적인 이슬람 원리주의 사상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검열당국의 가위질 한번 당하지 않고 무사 통과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한마디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전국 개봉이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랄 마스지드 사원 진압때 군인들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압둘 라시드 가지는 죽기 전 <신의 이름으로>를 신성모독적이며 반 이슬람적이라고 맹비난하면서 개봉금지 및 관람거부운동을 촉구했었다. 인기 록스타였다가 급진 이슬람 설교가로 변신한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점도 이 영화가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쇼아이브 만수르 감독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와 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유명 록스타였던 자신의 친구 주나이브 잠셰드를 소재로 한 것이란 사실을 인정했다. 잠셰드는 파키스탄 최고 인기 록밴드 '바이탈사인'의 리드 보컬로, 한때 파키스탄에서 서구청년문화를 상징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9.11테러가 일어난 2001년 갑자기 이슬람 설교가로 변신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서구문화에 대한 거부를 선언한 그는 청바지 대신 파키스탄 전통의상을 입고, 수염을 길게 길렀으며, 코란을 칭송하는 한편 음악의 사악함을 역설했다. 한때 서구문화 아이콘이었던 잠셰드의 변신은 친구였던 만수르 감독에게까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그는 영화의 두 주인공 중 동생에게 잠셰드를 투영시키면서, 극단화된 종교가 한 인간과 사회를 얼마나 심각한 분열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가를 고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만수르 감독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와 인터뷰에서 "음악과 미술은 신이 인류에게 주신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다. 나는 신이 이 두가지에 대한 증오를 인간에게 요구한다는 잠셰드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잠셰드 같은 인물이 수많은 파키스탄 청년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옥의 땅 ⓒ프레시안무비

호러영화 <지옥의 땅>은 런던태생의 파키스탄 감독 오마르 알리 칸의 작품이다. 수도 이슬라마바드 일대에서 촬영된 이 작품은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할로윈><13일의 금요일>등 할리우드 호러영화 형식을 그대로 차용하면서도, 과거 인도-파키스탄에서 만들어졌다가 지금은 거의 사라진 자생적 호러 영화의 맥을 되살려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영화가 호평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한 호러 차원을 넘어서서 오늘날 파키스탄 사회의 불안, 공포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데 성공했다는 점 때문이다. 서구문화 대 이슬람 전통문화, 현대화된 도시 대 낙후된 시골, 중산층 대 하층 등의 충돌을 호러 장르 속에 녹여내고 있다는 것. 특히 온몸을 감싼 채 눈부분에조차 망사천을 덧댄 부르카가 사이코 살인마의 이미지로 등장한다는 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올해 45세의 오마르 알리 칸 감독은 어린시절부터 히치콕 스릴러와 영국 호러영화의 산실 해머 프로덕션의 작품에 열광한 시네마키드였다. 그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 "내 평생 부르카를 맨 처음으로 본 것은 다섯살 때였다. 유령이 걸어가는 것을 본 듯 충격적이었다. 이후 그것은 내게 비인간적인 것을 상징하는 의상이 됐다"며 영화 속에 부르카를 등장시킨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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