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이름으로 ⓒ프레시안무비 | |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에 따르면, 지금 파키스탄에서 <신의 이름으로>가 엄청난 화제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데에는 위와 같은 사회불안과 연관성이 있다. 주요 대도시에서 상영 중인 이 영화의 입장권을 사려면 수 주를 기다려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기 위해 시골에서부터 도시로 올라오는 사람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신의 이름으로>가 이처럼 센세이셔널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첫번째 이유는 최대 화두가 되고 있는 종교갈등을 정면에서 다룬 사실상 첫 영화란 점 때문이다. 언론계, 문화계에서는 "파키스탄 영화 역사상 가장 중요한 영화"란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 대부분의 관객들은 랄 마스지드 사태 등 최근의 사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이 영화를 두번이나 본 후 큰 공감을 표명했다고 전해진다. 극단적인 이슬람 원리주의 사상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검열당국의 가위질 한번 당하지 않고 무사 통과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한마디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전국 개봉이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랄 마스지드 사원 진압때 군인들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압둘 라시드 가지는 죽기 전 <신의 이름으로>를 신성모독적이며 반 이슬람적이라고 맹비난하면서 개봉금지 및 관람거부운동을 촉구했었다. 인기 록스타였다가 급진 이슬람 설교가로 변신한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점도 이 영화가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쇼아이브 만수르 감독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와 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유명 록스타였던 자신의 친구 주나이브 잠셰드를 소재로 한 것이란 사실을 인정했다. 잠셰드는 파키스탄 최고 인기 록밴드 '바이탈사인'의 리드 보컬로, 한때 파키스탄에서 서구청년문화를 상징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9.11테러가 일어난 2001년 갑자기 이슬람 설교가로 변신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서구문화에 대한 거부를 선언한 그는 청바지 대신 파키스탄 전통의상을 입고, 수염을 길게 길렀으며, 코란을 칭송하는 한편 음악의 사악함을 역설했다. 한때 서구문화 아이콘이었던 잠셰드의 변신은 친구였던 만수르 감독에게까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그는 영화의 두 주인공 중 동생에게 잠셰드를 투영시키면서, 극단화된 종교가 한 인간과 사회를 얼마나 심각한 분열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가를 고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만수르 감독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와 인터뷰에서 "음악과 미술은 신이 인류에게 주신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다. 나는 신이 이 두가지에 대한 증오를 인간에게 요구한다는 잠셰드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잠셰드 같은 인물이 수많은 파키스탄 청년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옥의 땅 ⓒ프레시안무비 | |
호러영화 <지옥의 땅>은 런던태생의 파키스탄 감독 오마르 알리 칸의 작품이다. 수도 이슬라마바드 일대에서 촬영된 이 작품은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할로윈><13일의 금요일>등 할리우드 호러영화 형식을 그대로 차용하면서도, 과거 인도-파키스탄에서 만들어졌다가 지금은 거의 사라진 자생적 호러 영화의 맥을 되살려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영화가 호평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한 호러 차원을 넘어서서 오늘날 파키스탄 사회의 불안, 공포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데 성공했다는 점 때문이다. 서구문화 대 이슬람 전통문화, 현대화된 도시 대 낙후된 시골, 중산층 대 하층 등의 충돌을 호러 장르 속에 녹여내고 있다는 것. 특히 온몸을 감싼 채 눈부분에조차 망사천을 덧댄 부르카가 사이코 살인마의 이미지로 등장한다는 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올해 45세의 오마르 알리 칸 감독은 어린시절부터 히치콕 스릴러와 영국 호러영화의 산실 해머 프로덕션의 작품에 열광한 시네마키드였다. 그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 "내 평생 부르카를 맨 처음으로 본 것은 다섯살 때였다. 유령이 걸어가는 것을 본 듯 충격적이었다. 이후 그것은 내게 비인간적인 것을 상징하는 의상이 됐다"며 영화 속에 부르카를 등장시킨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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