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에서 등뼈가 발견되자마자 수입 전면 금지 대신에 검역 중단 조치를 취한 것은 편법 행위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송기호 변호사는 3일 "검역 중단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고, 오히려 불법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검역 당국은 법으로 정한 검역 기간을 단축하거나 연장할 수 있을 뿐이지 검역을 거부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보건의료단체연합,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등 시민ㆍ사회단체가 서울 종로구 안국동 참여연대 강당에서 개최한 기자 회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미국이 해명할 동안 정부는 가만히 있겠다?
송기호 변호사는 "검역은 전염병예방법 등에 규정돼 있는 국가의 중요한 기능"이라며 "그 국가 기능 자체를 중단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검역 중단 조치는 마치 경각심을 갖고 미국산 쇠고기의 등뼈 발견에 대응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사실항 행정 처분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송 변호사는 이어서 "정부가 다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미국에 해명 기회를 준 것 역시 근거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무역기구(WTO) 위생검역협정(SPS)에 따르면 '해정 절차'란 검역 조치를 취한 후에 상대국에 해명을 요구하는 제도"라며 "한국 정부처럼 스스로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은 채 상다국의 해명을 받는 조치는 전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지금 정부의 태도는 수입 위생 조건을 위반한 쇠고기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봐 줄 테니, 해명해' 하고 미국에게 애원하는 꼴"이라며 "미국이 해명을 하는 동안 농림부를 비롯한 검역 당국은 가만히 놀고 있겠다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실제로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르면 검역 대상이 되는 살, 뼈를 수입한 자는 지체 없이 검역을 신청하고 검역을 받아야 한다. 또 이 법 시행규칙은 쇠고기 검역 기간을 3일로 따로 지정하고 있다. 검역 결과에 따라서 검역 당국은 검역필증을 교부하거나 △반송 또는 폐기 처분 △수출 선적 잠정 중단 △수입 중단 등 세 가지 중 하나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현행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도 검역 당국의 선조치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수입 위생 조건 20조를 보면 "수출 선적을 잠정 중단시킨 경우 이를 미국에 통보해 협의의 기회를 주며, 협의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때에는 해당 작업장의 승인을 취소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수입 위생 조건 21조는 "광우병 발생, 광우병 감염 위험 물질 제거되지 않는 등 안전 조치의 위반이 심각할 때나 수입 위생 조건의 위반 사례가 반복해 발생되거나 광범위하게 발생한다고 한국 정부가 판단하는 경우 수출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고 분명히 명시돼 있다.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박상표 편집국장은 "지난 2006년 3월 농림부장관이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고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은 모든 연령 소의 등뼈(척주)를 광우병 감염 위험이 큰 특정위험물질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며 "정부는 즉각 수입 위생 조건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를 더 이상 광우병 실험용 쥐로 만들지 말라"
이날 시민ㆍ사회단체는 "우리는 지금까지 이토록 안전하지 않은 쇠고기 수입을 계속 강행해온 근거가 무엇인지 농림부, 보건복지부의 책임을 묻기 위한 정보공개를 청구하기로 했다"며 "그간 광우병 위험에 노출된 미국산 쇠고기를 섭취한 자국민을 비롯한 국내의 외국인에게 어떤 조치를 내릴지에 관한 정보공개도 함께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것은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희생해 미국 축산업계의 이익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우선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 뿐"이라며 "지금이라도 한미 FTA를 위해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식의 대국민 사기극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과 미국 정부에게 우리 국민들을 더 이상 광우병 실험용 쥐로 만들지 말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며 "광우병의 잠복기가 10년 이상이어서 사람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당장 죽지 않는 것을 핑계로 국민들을 우롱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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