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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이라크전 축구 그리고 심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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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이라크전 축구 그리고 심형래

[오동진의 영화갤러리]

지난 25일 결국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게 납치된 23명 가운데 1명이 살해당했다. 아프가니스탄 건너건너에 있는 이라크 축구선수들과 아시안컵 준결승전을 벌인 한국대표팀은 졸전에 졸전을 거듭한 끝에 승부차기에서 졌다. 십수년동안 나름 믿고 지지해왔던 심형래 감독이 대학 학력을 속여왔다는 것이 들통났다. 이 모든 것이 하루에 벌어졌다. 사람은 죽어 나가고, 축구 실력은 점점 개판이 되가고, 믿었던 사람은 발등에 도끼를 찍는다. 오랜 친구이기도 한 이무영 감독은 허구헌날 엽기적인 상상력의 영화를 만들어서 요 몇 년 사이에는 주류 영화권에서 철저하게 왕따를 당하고 있는데 그가 지난 해 하반기에 만든 HD프로젝트 영화 <아버지와 마리와 나>는 다 완성해 놓고도 거의 1년 가까이 상영을 못하고 있다. 철저하게 B무비적 상상력의 영화를 선호하는 척하는데다 얼굴도 다소 험상궂은 표정이어서 실제로 그가 터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무영은 결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아버지가 목사여서 모태신앙을 가진 그는 마음이 무지하게 여린 인간이다. 얼마 전에는 다니던 교회사람들을 따라 캄보디아로 봉사활동을 다녀오기까지 했다.
아버지와 마리와 나 ⓒ프레시안무비
하지만 난 그런 요즘의 그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종교에 빠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그렇고, 영화 일에서 가닥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그렇다. 까닥했으면 아프가니스탄으로 갈 뻔했다는 그에게 오히려 까칠하게 말했던 것도 그때문이다. "난 정말로 한국 종교가 걱정스러워. 조심들 좀 해야 하는 거 아냐. 지금 정말 위험할 때잖아. 결과를 좀 봐봐. 사람은 죽고, 국제사회에서는 나라 위상 복잡해지고, 미국과의 관계는 악화되고, 위험지구에 나가있는 여러 산업인력들 납치 타깃 1호로 전락하고, 몸값 지불하느라 막대한 돈 들어가고,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잖아. 인질로 잡힌 사람들의 부모들 마음이 어떻겠어. 그런데 꼭 교회가 그런 곳으로 봉사활동을 보내야겠어? 봉사야 선교야? 뭐가 진짜 목적인 거야?" 그러자 이무영이 말했다. "봉사면 어떻고 선교면 어떻겠어. 사실은 다 같은 것인데." 맞는 얘기일 수 있다. 봉사면 어떻고 선교면 어떻겠는가. 하지만 그건 세상이 좀 편할 때 얘기다. 지금처럼 살얼음판 세상에서는 그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일이 된다. 나 역시 두가지가 별 차이가 없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프레시안무비
25일은 정말 이상한 날이었다. 그렇게 많은 일이 한꺼번에 터진 와중에 이란에서 온 바흐만 고바디 감독을 만났다. 바흐만 감독은 '시네마디지털서울2007(Cindi2007)' 심사 때문에 한국에 왔다. 아침 짧은 시간의 짬을 빌려 만난 그에게 다짜고짜 아프가니스탄 얘기부터 물어봤다. 쿠르드족 출신 감독으로서 영화제에 온 이상 가능하면 예민한 정치 현안과 관련한 대화는 피하려던 그는, 자꾸 들이대는 질문에 할 수 없다는 이렇게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이든, 이란의 핵문제든, 이라크의 내전이든 알고 보면 다 미국이 책임이다. 탈레반 정권도 미국이 만들었다." 바흐만 고바디의 영화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과 <거북이도 난다>는 만신창이가 된 중동지역 어린 아이들의 비극을 보여준다. 남은 사람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사귀환되기를. 이무영이가 계속해서 영화를 찍을 수 있게 되기를. 바흐만 고바디의 영화가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기를. 심형래 감독이 자성하기를. 25일은 정말로 기원하는 게 많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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