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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벡 감독 왜 자진사퇴 선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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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베어벡 감독 왜 자진사퇴 선택했을까

13개월만에 막 내린 도전...축구협회 대안은?

핌 베어벡 축구대표팀 감독이 '자진 사퇴'라는 방식을 빌려 2001년부터 한국 축구와 맺어왔던 긴 인연을 끊었다.
  
  아직 상황이 종료된 것은 아니고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결정이 남아있지만 베어벡 감독이 더 이상 한국 축구에 관여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전임 거스 히딩크,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보좌해 두 차례 월드컵을 치러내며 축구대표팀 최고의 참모로 성실히 임무를 수행했고 자신이 직접 지휘봉을 잡아 1년 남짓 한국 축구를 이끌었던 외국인 사령탑의 퇴장 치고는 다소 허무하게 끝난 면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베어벡 감독은 왜 자진 사퇴를 선택했을까.
  
  더구나 다음 대회 본선 자동출전권이란 타이틀이 걸린 아시안컵축구 한.일전을 앞두고 축구협회 임원들에게 경기 직전 미리 사퇴를 통고한 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면도 있다.
  
  베어벡 감독은 25일 이라크와 준결승 승부차기에서 져 47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꿈이 좌절된 뒤 '이미 결심을 굳혔다'고 했지만 그 때만해도 "더 이상 감독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해 '버티기' 쪽에 무게를 두는 듯한 분위기를 비치기도 했다.
  
  베어벡 감독의 속내를 속속들이 파악할 순 없지만 지금까지 정황으로 볼 때 사퇴 결정은 자신의 남은 지도자 생활을 멀리 내다보는 전망과 개인 사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온 결단으로 보인다.
  
  베어벡 감독이 한.일전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을 동시에 맡으면서 에너지를 잃었다. 이제 힘을 되찾고 새로운 도전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한 점은 심경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베어벡 감독은 작년 도하아시안게임부터 성적 부진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고 아시안컵을 준비하면서도 K-리그와 갈등 등으로 극도의 피로감을 느꼈던 게 사실이다.
  
  결국 베어벡 감독은 "앞으로 다섯 달 동안에는 어떤 제안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한 것처럼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다음 진로를 찾겠다는 쪽으로 결심을 굳혔던 셈이다.
  
  또 베어벡 감독의 부친이 병환으로 그리스 아테네에서 심장 수술을 받은 상태라 당분간 유럽에서 가족을 돌봐야 한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베어벡 감독이 "한국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고 간다.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누누이 강조한 점에 비춰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했을 때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깨끗하게 물러남으로써 좋은 이미지를 간직하고 싶다는 의중도 섞여있었던 것 같다.
  
  베어벡 감독이 자진 사퇴냐, 경질이냐에 따라 생길 수 있는 금전적 문제에는 개의치 않았다고 한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축구협회, 다음 대안은
  
  대한축구협회가 한국 축구 차기 사령탑을 놓고 다시 심각한 고민에 휩싸이게 됐다.
  
  정몽준 회장을 비롯해 이회택 부회장, 이영무 기술위원장, 가삼현 사무총장 등 수뇌부가 인도네시아 현지에 머무르고 있는 축구협회는 "일단 대표팀이 귀국한 다음 베어벡 감독과 더 자세히 얘기를 해보겠다. 그리고 기술위원회에서 감독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겠다"며 '원칙론'만 전하고 있는 상태다.
  
  축구대표팀 감독 선발 권한은 대표팀 전력과 관련해 총괄 지원을 맡고 있는 기술위원회의 몫이다.
  
  최종 결정은 협회장이 내리지만 기술위가 후보를 고른 뒤 심사숙고하는 과정을 거쳐 사령탑을 선임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베어벡 감독의 후임으로도 외국인 사령탑을 선임할 경우에는 두 가지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외국의 유력 후보군으로부터 '원서'를 받아본 다음 공개적으로 우선 협상 대상자를 정해 접근하는 방법이 있고, 아니면 철저히 비공개로 특정 후보를 정해 해당 감독의 개인 에이전트를 통해 접촉하는 방식도 있다.
  
  보통 외국의 명장급 지도자들은 월드컵축구나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등 메이저대회가 끝나면 대규모 이동을 하기 때문에 이 때가 능력있는 감독을 '모셔오기'에 적합한 시기다.
  
  아시안컵축구는 유럽에서 활동하는 지도자들과는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어 현재 시점은 감독들의 이동이 잦은 상황은 아니다.
  
  지금까지 축구협회의 반응에 비춰볼 때 향후 '포스트 베어벡 체제'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일단 축구협회는 베어벡 감독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까지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만큼 임박한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에 대비해 당분간 지휘봉을 놓지 않도록 설득하는 작업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영무 기술위원장도 "돌아간 뒤 베어벡 감독과 더 자세히 얘기해보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베어벡 감독은 자신의 과제 가운데 작년 도하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에서는 우승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올림픽대표팀의 경우 2차예선을 무난히 통과시켜 1차 목표를 달성한 상태다.
  
  올림픽대표팀에 관한 한 베어벡 감독이 선수들의 상태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데다 이근호, 강민수, 한동원 등 주축 선수들을 발굴한 공도 있는 만큼 올 하반기 최종예선까지만 올림픽대표팀을 이끌어달라며 '재고'를 요청할 수도 있다.
  
  어차피 국가대표팀은 내년 2월 중국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까지 특별한 일정이 없어 국가대표팀 사령탑은 공석으로 남겨두거나 대행 체제로 가더라도 큰 무리가 없다.
  
  두 번째로 베어벡 감독이 이미 공개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고 쉽게 번복을 하지 않을 상황이라고 보면 최대한 빨리 차기 외국인 사령탑을 물색하는 작업에 착수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유럽과 남미 지도자 그룹 사이에 형성해놓는 인맥을 동원해 명장급 지도자들의 의사를 타진해보는 시도가 선행돼야 한다.
  
  세 번째로는 올림픽대표팀 사령탑의 경우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도 현재 축구협회 전무를 맡고 있는 김호곤 감독이 팀을 맡아 8강 목표를 달성한 점에 비춰 국내 지도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홍명보 코치에게 올림픽대표팀을 맡길 수도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베어벡 감독이 사퇴한 마당이라 그동안 대표팀 코칭스태프로 동고동락했던 홍 코치와 압신 고트비 코치, 코사 골키퍼 코치는 일단 동반 사퇴할 가능성이 높다.
  
13개월 만에 막 내린 베어벡의 도전
  
  한국 축구 사령탑으로서 베어벡 감독의 도전이 13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베어벡 감독은 독일 월드컵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한 뒤인 2006년 6월 말, 계약이 만료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후임으로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지휘봉이 모두 그에게 맡겨졌고, 계약 기간은 2008 베이징 올림픽까지였다.
  
  베어벡 감독은 데트마르 크라머(독일), 아나톨리 비쇼베츠(러시아),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움베르투 코엘류(포르투갈), 요하네스 본프레레(네덜란드), 딕 아드보카트(네덜란드)에 이어 외국인으로서는 역대 7번째로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베어벡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에서는 수석코치로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해 '4강 신화'를 이끌었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는 역시 아드보카트호의 수석코치로 월드컵 본선 원정에서 첫 승리와 최다승점(4점)을 안기는 등 그 동안 '지한파(知韓派)' 지도자로 인정 받아왔다.
  
  휴가를 마치고 2006년 7월 말 입국해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 베어벡 감독은 대표팀의 단기 목표를 도하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 우승으로 잡은 뒤 이를 바탕으로 세계 수준과 격차를 줄여나가면서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적어도 8강에 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베어벡 감독의 약속은 결국 아시안게임 4위, 아시안컵 3위에 그치며 지켜지지 않았고, 특히 이번 아시안컵에서 불만족스러운 경기 내용으로 비난이 일자 결국 사임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계약을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한 외국인 감독 중에서는 베어벡 감독의 재임 기간이 가장 짧다.
  
  포르투갈 출신의 명장 코엘류 감독과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고도 잇따른 졸전으로 궁지에 몰렸던 본프레레 감독은 14개월 만에 물러난 바 있다.
  
  베어벡 감독은 지난해 8월16일 대만과 아시안컵 예선(3-0)을 시작으로 A매치에서는 6승6무(승부차기 2승1패 포함)5패를 기록했다.
  
  올림픽대표팀에서는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5승1패를 비롯해 5승2무1패의 성적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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