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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살 몽골 청년이 2년 만에 '미등록 노동자'가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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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살 몽골 청년이 2년 만에 '미등록 노동자'가 된 이유?

석원정의 '우리 안의 아시아'<26> 그가 한국에서 겪었던 네 번의 직장 생활

22살에 한국에 입국하여 이제 24살이 된 '아기'라는 몽골젊은이는 한국에 온지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사업장을 3번 옮겨서 더 이상 고용허가제로 취업할 수 없었다. 아기가 한국에서 일했던 네 번의 직장생활과 직장을 바꾸어야 했던 이유를 소개한다.

어쩔 수 없는 이유로 거듭 직장을 옮겨야 했던 그의 사연은 고용허가제로 취업한 노동자가 네 번 이상 직장을 옮길 수 없도록 규제한 '사업장 변경 제한 조항'이 현실 속에서 왜 '미등록노동자'를 양산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의 첫 직장

아기는 첫 직장에서 1년 간 일을 했다. 사업주도 아기에 대해 별 불만이 없이 서로 잘 지냈고, 다시 1년간 근로계약을 맺기로 하고 재계약을 했다. 재계약을 하고 나서, 1년 동안 부모님을 보지 못했던 아기는 몽골에 잠시 갔다오겠다고 사업주에게 요청했다.

아기는 연차휴가를 사용해도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사업주는 "그러려면 아예 가만 둬라!"고 했다. 아기는 몽골에 갔다오는 것을 포기하든지 그만두든지 해야 되었다.

그의 두 번째 직장

첫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 1달간 구직기간을 갖고 두 번째 직장을 찾았다. 이 회사에서는 한달 2일간 일했는데, 질병과 폭행으로 그만두게 되었다.

이 회사는 작업환경이 좋지 못했다. 먼지가 아주 많이 발생하는 직장이었는데, 분진을 차단하기 위한 안전조치들이 제대로 취해지지 않았다. 몇 개월 일하자 아기는 코에 이상이 생겼다. 콧물이 나오고 목소리도 조금 변했다. 병원에 갔더니 먼지로 인해서 알러지가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던 차에 공장의 한국인동료에게 사소한 일로 폭행당했다. 폭행에 대해 위자료조로 60만원을 받은 후, 폭행당한 기억이 있는 공장에서 계속 일을 할 것인지 어쩔 것인지를 생각하다가 직장을 옮겼다. 아기는 나중에 먼지 알러지를 치료하기 위해 자비를 들여 병원에서 수술했다.

그의 세 번째 직장

두 번째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 1달 정도의 구직기간을 갖고 세 번째 직장을 찾았다. 이 회사에서는 4개월 정도 일했는데 연장근로수당과 기숙사로 인해 해고당했다.

처음 회사에서 얻어준 기숙사에 대해서 아기는 만족해했다. 그러나 이후 다른 몽골인들이 새로 들어오면서 사업주는 기숙사를 옮길 것을 요구했고, 옮겨가야 하는 기숙사는 여러모로 조건이 나빴다.

처우가 나빠지는 것을 아기가 거부하자 사업주는 "그만 둬"라고 했고, 아기는 지하방에서 살든지 그만 두든지의 선택으로 내몰렸다. 거기에 연장근로수당을 제대로 계산해주지 않자 아기는 그만 두는 것을 선택했다.

그의 네 번째 직장

세 번째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 한달이 채 안되어 네 번째 직장을 찾았다. 이 회사에서는 두 달 12일간 일했었다.

한 달은 그럭저럭 일했는데, 두 번째 달이 되자 회사의 일거리가 없었다. 아기가 기록한 매일매일의 근무시간 기록지를 보니 정상적으로 일했으면 열흘정도의 근무시간에 해당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두 번째 달이 지나 월 급여일이 되었는데, 사업주는 일한 시간만큼만 임금을 주었다. 아기는 회사의 사정으로 일이 안된 것이니 일하지 않은 날은 70%의 휴업급여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석달째로 접어들어서도 회사의 일이 많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기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휴업급여를 받기 위해 우리 단체를 찾아왔다.

회사는 휴업급여는 줄 수 없다고 해서 노동청에 진정하였다. 노동청에서 출석요구가 와서 첫 번째로 출석하였을 때, 노동청에서는 그 사이 회사가 부도가 났다는 얘기를 전해주었다.

이제 아기는 더 이상 고용허가제로 취업할 수 없게 되었다. 아기가 그 동안 회사를 옮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연차휴가 사용거절-폭행과 임금 일부 미지급-근로조건 저하-휴업급여 미지급 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한데 아기가 회사를 옮겨다닐 때, 회사측의 귀책사유는 명확하게 따져지지 않았다. 사업주는 아기의 요구조건을 거절했고, 근로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이든가 퇴사하든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그리고 아기의 선택은 '자발적 퇴사'가 되었고, 사업장변경 회수를 모두 써 버린 아기는 미등록노동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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