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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기업의 조건? 노사관계 들여다 봐"

SERI "고용조정 자제, 직원존중, 상호신뢰"

삼양사(82년), 유한양행(80년), 한국타이어(65년), 아모레퍼시픽(61년), 동국제강(52년). 모두 기업 연령이 50년이 넘은 장수기업이다. 이 기업들의 종업원은 1000명이 넘고 지난 10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7%, 영업이익률은 6%를 넘는 우량기업들이다.

이 장수 우량기업들이 승승장구하는 데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 삼성경제연구소는 이 물음에 "이 기업들은 '노사협력'이라는 특유의 DNA를 보유하고 있다"고 답을 내놨다.

노사관계 안정 기업 수익률 높아

연구소는 25일 펴낸 '시이오 인포메이션'(CEO Information) 제614호에서 "1987년 이전에는 대규모 노사분규가 적어 노사관계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작았으나, 그 이후에는 노사관계와 수익성 간의 관계가 커졌다"며 "노사관계가 불안한 장수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최근 20년간 3.5%인 반면, 노사관계가 안정된 기업들은 9.2%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소는 특히 "높은 성과를 낸 장수기업들은 '노사협력'이라는 특유의 핵심인자를 보유하고 있다"며 "노사간 '상호 존중', '일체감', '동반자로서 책임 완수' 등 남다른 의식과 활동이 조직 내에 일상화 돼 있다"고 분석했다.

조사 대상이 된 삼양사, 유한양행, 한국타이어, 아모레퍼시픽, 동국제강 등 우량 장수기업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가족문화에 기반한 강한 일체감 형성 △고용안정과 직원에 대한 투자 중시 △개인고충 해결에 주력 △노사 동반자의 문화 등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한양행의 경우 CEO가 "노사관계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대화하는 믿음과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이러한 전통은 유한양행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 때부터 '노사(勞使)관계'가 아닌 '勞勞관계'로 접근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1937년 국내 최초로 직원 지주제를 실시했고, 1998년에는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톡옵션제를 시행하고 있는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유한양행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을 지키고 있는 회사다.

'고용 안정'이 노사관계를 협력관계로 만드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혔다.

동국제강, 삼양사는 IMF 외환위기 때도 인력 감원을 최대한 자제함으로써 "회사는 나를 버리지 않는다"는 강한 신뢰감을 형성한 것으로 조사됐고, 한국타이어도 유럽 등 해외진출을 확대하고 있지만, 국내 사업장의 고용 안정을 위해 국내공장에 대한 신증설투자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자발적 양보도 노사안정의 중요한 축이었다. 유한양행 노조는 IMF 위기 때 30분 연장근무, 600% 상여금 반납, 소모성 경비 10% 절감 운동을 자발적으로 전개했으며, 이후 회사는 800%가 넘는 상여금 지급으로 노조에 보답했다.

삼양사의 '파업 아닌 파업' 사례가 재미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양사 울산공장 노조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당시 울산의 다른 노조들이 파업에 동참할 것을 종용하자, 회사와 합의를 거쳐 '설비점검기간(overhaul)'을 이용해 파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요타, 1500명 해고하며 경영자도 총사퇴

그렇다면 글로벌 장수기업들은 어떨까? 현대자동차 노조가 파업할 때마다 '노사 안정' 모델로 보수 언론에 주로 등장하는 일본 도요타의 사례가 흥미롭다.

도요타의 창업자 도요타 기이치로(豊田 喜一郞)는 "직원을 해고하지 않는 것이 경영자의 도리"라며 고용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천명했다. 특히 1950년 직원 1500명 대량해고 시 경영진은 고용안정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총사퇴를 함으로써 노사동반자 의식을 형성했다.

보고서는 이를 바탕으로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는 노사관계는 사상누각(砂上樓閣)"이라고 정의했다. 보고서는 "사용자는 근로자를 불온세력으로 간주하지 않고 적절한 권한위임 및 경영참여를 허용하며 경영성과를 공정하게 배분하는 한편, 근로자는 회사를 착취자로 보지 않고 경영자의 의사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경영위기시 근로자는 고통분담에 앞장서는 한편, 회사는 근로자 보호를 위해 고용조정 등 극단적인 조치를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국내 장수기업도 나름대로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해 왔으나, 글로벌 장수기업에 비해서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라며 "국내 장수기업의 인사관리는 주로 마음, 정서 관리에 치중하고 CEO의 경영스타일에 의존하는 반면, 글로벌 장수기업은 노사관계 관련 제도가 정착돼 있어 안정성과 지속성이 보장돼 있다"고 충고했다.

이랜드의 비정규직 갈등을 필두로 확산되고 있는 현 노동 정국을 봤을 때, 이 당연한 명제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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