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노무현 대통령님,
나라 일이 바쁘신 속에서도 언제나 우리 우토로 동포들을 비롯한 해외동포들을 잊지 않으시고 깊은 관심과 따듯한 애정을 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대통령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지금 우토로는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우토로 땅의 현소유자인 서일본식산은 자신들이 제시한 금액으로 우토로 주민들이 땅을 사지 못한다면 서슴없이 다른 제3자에게 전매한다고 통고하여왔습니다.
그들이 제시한 금액으로 우리 우토로 주민들이 자력으로 사들인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제 우토로가 제3자에게 전매된다면 강제철거는 시간문제입니다.
우토로는 식민지시기 일제의 군용 비행장 건설노동에 동원된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이 피눈물로 살아왔던 곳이며, 우토로 주민들은 거의 대부분이 그 직계후손들과 친인척들입니다.
우리 부모님들이 이곳에서 해방을 맞이한 것은 62년 전입니다. 해방을 맞이하던 날 만세를 부르고 눈물을 흘리며 서로 껴안으면서 이제 우리 조선인들이 가슴펴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왔구나 하며 기뻐하던 때로부터 60여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왜 이곳에서 또다시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 되는 것입니까?
해방이 된 이후에도 그 어느 누구도 우리를 지켜주고 도와줄 사람은 없었습니다.
일본정부는 전쟁시기 우리 조선사람들을 짐승과 같이 부려먹을대로 부려먹고 그 뒤에는 쓰레기처럼 내팽개쳤습니다. 우리가 살아왔던 우토로 마을은 옛날에는 도저히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조선사람에게는 제대로 된 일자리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참기 어려운 빈곤도, 일본인들의 무자비한 차별과 탄압에도 결코 굴함이 없이 오늘까지 꿋굿이 살아왔습니다.
빈곤이나 차별이 무서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우리의 존재 자체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있어서 우토로를 지키는 것은 단지 생활터를 지킨다는 의미뿐만이 아니라 우리 부모님들이 흘리신 피눈물의 역사 그 피눈물을 삼키며 살아온 우리 자신의 존재를 역사에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최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뭐가 어찌되어 이렇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다만 억울한 것은 일본정부로부터 단 한 번도 사죄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우토로는 전쟁이 있었기에 생긴 곳이다. 일본정부에게는 당연히 그 역사적 책임을 다해야할 의무가 있지 않은가?" 그 동안 우리는 몇 번이고 말해왔습니다. 그러나 일본정부의 대답은 "전후보상 문제는 1965년 한일협정 때 다 끝났다"는 말 뿐이었습니다. 언제 일본정부가 우리 조선 사람에게 사죄하고 배상한 것입니까?
그 동안 우리들은 조국 대한민국에 여러 번 지원을 요망하였습니다.
그러나 절대로 오해하지 말아주십시오. 우리는 돈을 달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
그 동안 우리 우토로 마을에 대하여 비방중상하는 이런저런 말들이 돌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우토로 주민간에 소유권 분쟁이 난다느니, 일본내 유사지역이 있다느니, 심지어는 우토로 마을이 총련 마을이니 정부가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들입니다.
이러한 모든 말들이 아무런 근거도 없는 소리란 것은 이제 다 아실 것이기에 더 이상 말씀드릴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누가 이런 말들을 퍼뜨렸는가에 대해서 우리는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정부가 말했다면 그래도 이해가 가지만 만약 이러한 말들이 같은 동포들이나 어느 조직을 통해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면 그보다 억울한 것은 없습니다.
지난 국회에서 송민순 장관님께서 하시는 말씀 또한 우리에게 있어서는 너무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우토로 문제는 "재일민단과 일본에 있는 사회복지법인을 연결시켜서 구체적 대책을 검토 중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그 시기에 국회, 영사관, 민단 등의 여러 관계자들 속에서 이구동성으로 "강제퇴거가 있어도 이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사까와 교또에 있는 고령자복지시설에서 55명까지는 수용할 수 있도록 대책이 섰다"는 말들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주민들은 민단중앙본부와도 민단교토지방본부와도 올해 들어서 단 한번도 대화해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 주민과 마주앉아 성실한 대화도 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것이며 하물며 세웠다는 그 대책이란 게 진정 우리 우토로 고령자들의 염원을 생각해서 내놓은 것이란 말입니까?
일본행정 우지시는 그동안 "소유권 문제만 풀어라. 그러면 행정도 역사성을 고려해서 마을정비사업을 하겠다"고 약속하여 왔고, 또 "만약에 강제퇴거가 일어난다면 인도적 차원에서 긴급피난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하여왔습니다.
한국영사관의 위의 말은 일본 행정과 다를 바가 전혀 없습니다.
2005년 반기문 전장관님은 "우토로 문제는 역사적 문제이니 그 시점에서 문제를 풀어야 하나, 현실적 문제들을 고려할 때 토지일괄매입을 통해 우토로를 지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하시며, 정부 지원에 대해서도 언명하셨습니다.
그래서 주민회에서는 모든 주민의 동의를 모아 '일괄매입안'을 확정하였고, 한일 양국의 시민들도 모금운동에 크게 동참하였던 것입니다.
일본정부는 소유권이니 뭐니 하지만, 우토로 주민들은 "우리들에게는 조국이 있다. 이제 우리 조국이 나선다면 일본정부의 소유권 운운하는 문제는 단번에 풀고, 그 때가 되면 우토로의 역사적 배경을 인식하여 일본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한다"는 생각과 마음으로 그 동안 기운을 내며 싸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다시 우토로에 강제퇴거의 위기가 불어닥치고 있습니다.
땅 소유자는 이제 7월말로 매매교섭의 최후기한을 통보하여왔고 교섭이 결렬된다면 서슴없이 전매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아무리 시간을 끌어도 몇 달을 끌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번에 전매가 되면 어쩔 수 없습니다. 이제 60여년간 빈곤과 차별을 견디며 온 몸으로 지켜온 우토로 마을이 영영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우토로는, 그 동안에 우리를 지원하여주셨던 14만명의 조국의 시민들과 우토로 토지일괄매입을 위해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2천만원을 모아주신 한국의 외교부 분들, 수많은 재일동포들, 그리고 고마운 일본인들, 이제까지 우토로에 와주시고 도와주신 모든 사람들의 마음과 기억 속에 언제까지나 살아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노무현 대통령님,
우토로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만약에 우토로 마을이 영영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잊지마시고, 좋은 시대가 온 다음에는 역사교과서의 한 페이지에 우토로를 적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더 이상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해외동포들을 조국이 지켜주십시오.
온 민족에게 영광만이 가득하기 바라며,
노무현 대통령님의 건승을 기원드립니다.
해방 62년을 맞이하는 해 2007년 7월 23일
주민회 회장 김교일 드림
서명자 명단 ●우토로 살리기 희망 대표 33인 고은(시인), 금난새(지휘자), 김성수(성공회대 총장), 김미화(개그맨), 김혜수(영화배우), 박연철(변호사), 박원순(변호사), 법타(스님), 안성기(영화배우), 손숙(연극배우), 안치환(가수), 엄홍길(산악인), 이삼열(한국 유네스코 총장), 이선종(원불교서울교구장), 이장희(한국외대 부총장), 이해동(전 덕성학원 이사장), 이형모(전 시민의신문대표이사), 이효재(경신사회복지연구소장), 우토로를생각하는의원모임(이광철, 나경원), 임권택(영화감독), 임헌영(민족문제연구소소장), 정태춘(가수), 지원(불교인권위원회), 조정래(작가), 최불암(탤런트), 최일도(다일공동체대표), 최태지(정동극장장), 한승헌(변호사), 한홍구(성공회대 교수), 함세웅(신부), 홍세화(작가) ●재일동포 서명자 33인 강이행(재일코리안청년연합 히가시오사카 위원장), 강행길(재일코려노동자연맹집행위원장), 고정화(일본 중앙대학교교원 "전야" 편집위원), 고찬정(논픽션작가), 곽진웅(코리아NGO센터운영위원장), 권향숙(상지대학아시아문화연구소 공동연구원), 김광민(코리아NGO센터 사무국장), 김붕앙(재일코리안청년연합공동대표 겸 도쿄위원장), 김석범(작가), 김신용(코베재일코리안 보호자의모임대표), 김영(번역가), 김영희(종교법인원불교오사카당교무), 박보(음악가), 박양행(토캇비어린이회대표), 박종조(민족도서관금숙문고고문), 서경식(도쿄경제대학교교수), 송승재(재일코리안청년연합공동대표), 송오(코리아NGO센터대표이사), 신숙옥(인재육성콘설턴트대표), 안성민(판소리예술인), 오광현(성공회이쿠노센터총주사), 오규상(재일조선인사연구가), 윤건차(가나가와대학교수), 이붕우(시네카논대표이사), 이화자(이코마국제교류협회사무국장), 임무택(리츠메이칸대학강사), 임범부(변호사), 정갑수(원코리아페스티벌 실행위원장), 정기환(중경대학 교원), 정장연(고마자와대학 경제학부 교수), 조경희(일본학술진흥회 특별연구원), 최승구(가와사키연락회의 사무국) ●우토로국제대책회의 박연철 상임대표 ●우토로를 생각하는 의원모임 이광철, 나경원(공동대표), 김덕규, 강혜숙, 김형주, 김재윤, 노웅래, 노현송, 문학진, 신중식, 유기홍, 이원영, 이상경, 한광원, 이혜훈, 정문헌, 정병국, 이성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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