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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버리지 않은 한 청년의 이야기"

문제의 영화 '선택', 감독ㆍ주연배우 인터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화제의 영화 '선택'이 24일 개봉했다.

이 영화는 6·25 사변 중에 생포된 전쟁포로, 남한침투 직후 붙잡힌 간첩 그리고 국내에서 자생한 ‘사상범’들로 구성된 교도소 특별사동의 장기수들이 50년 초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40여년을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진1-영화사진>

이 영화의 주인공 김선명(김중기 분)은 타이어 공으로 일하던 어느 여름날 8·15 해방을 맞이하고 “모든 사람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공산주의자가 된다.

그 후 해방공간에서 월북해 인민군이 된 그는 보초를 서다가 전쟁포로로 붙잡혔으나 행정착오와 ‘특별법’으로 인해 포로수용소가 아니라 감옥에 갇히게 됐고 8·15특사로 석방이 될 때 까지 45년을 감옥에 있었다.

그 긴 세월동안 김선명과 그의 동료들에게는 전향공작(고문)이 계속 가해졌고 몇몇은 폭력에 맞서다 죽음에 이르기도 했다.

***“희망을 버리지 않은 한 청년의 이야기”**

영화 속에서 뛰기도 힘든 70대 노인들을 특사로 석방시키기 위해 검찰이 수갑과 포승줄로 꽁꽁 묶어서 이송하는 장면을 통해 묘사되고 90년대 중반까지 한국이 얼마나 경직된 나라였는지도 새삼 떠오르게 한다.

김선명씨의 갑작스런 석방은 그가 정당한 법적인 근거 없이 불법적으로 감금 되어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 낸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질 것을 우려한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이라는 뒷이야기도 남겼다.

'선택'같은 영화는 이전 같으면 심의과정에서 ‘검열과의 싸움’이 논쟁이 됐겠지만, 이 영화가 지난 4월에 완성된 후에 이제서야 관객을 찾게 된 것은 상업성을 우선하고 코미디와 폭력물이 넘쳐나는 충무로에서 45년을 감옥에서 보내고 그 중 21년은 독방에서 생활을 한 장기수의 삶을 담은 무거운 영화라는 점 때문에 배급사와 극장들이 외면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10년을 준비했던 홍기선 감독과 주연 배우 김중기씨를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45년을 변하지 않게 한 힘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홍기선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든 동기가 “한 청년이 노인이 될 때까지 45년을 감옥에 있으면서도 변하지 않게 한 힘이 무엇인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며 “장기수들이 수십 년을 버틴 힘은 통일에 대한 희망과 동지들과 자신의 양심을 배반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은 이 영화를 “희망을 버리지 않은 한 청년의 이야기로 그가 희망을 지켜 승리하게 되는 과정을 담은 것”이라고 정리했고 내용이 지나치게 진지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런 부분이 빠진다면 이 영화를 만든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자신 스스로가 80년대에 학생운동에 투신했다가 투옥된 ‘양심수’ 출신인 배우 김중기씨는 “독방 생활을 직접 해보기도 했지만 장기수들이 느꼈을 고뇌는 너무 커서 연기를 하기 힘든 면이 많았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이 영화가 정치영화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한 청년이 큰 꿈과 희망을 굽히지 않고 역경을 견디고 승리한 이야기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사진2-감독과 배우사진>

다음은 인터뷰 전문

***'선택' 인터뷰**

프레시안 : 왜 장기수 문제를 영화로 만들려고 했는지 이유가 궁금하다.
홍기선 감독(이하 홍) : 한 청년이 45년을 감옥에 있으면서도 변하지 않게 한 힘이 무엇인지 궁금했고 우리가 좀 더 포용력 있는 세상이 됐으면 하는 희망이 있었다.

프레시안 : <선택>은 최근 영화계 조류에 맞지 않게 ‘정치’적인 이야기를 리얼리즘으로 직설적으로 풀고 있다. 서로 이념 논쟁을 하는 장면들은 너무 진지하고 딱딱하게 보일 수도 있다.
홍 : 이 영화는 물론 정치적인 메시지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더 크게 보면 그런 부분이 빠진다면 이 영화를 만든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김중기 (이하 김) : 부산국제영화제 등에서 시사회를 하면서 느낀 점은 이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들은 그런 대사를 듣고 싶어서 오는 것 같았다.(웃음) 어쩌면 지금의 20대에겐 7.80년대의 상황이 신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분들 눈이 참 맑다”**

프레시안 : 자료조사도 했고 출옥한 장기수들을 만나기도 한 것으로 아는데 실제로 어떤 사람들인가? 영화에서 보면 서로 ‘동지’라고 부르고 존댓말하고 나이 들면 또 서로 ‘김 선생’, ‘이 선생’ 하고 부르던데
홍 : 주인공인 김선명씨는 노동자로 좀 성격이 다르지만 대부분의 장기수들은 당시에 인텔리였고 일제 때는 독립운동을 하던 분이 많다. 영화에 묘사된 것 보다 더 단아하고 우리가 잃은 ‘지조 있는 선비’ 같은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분들 눈이 참 맑다.
김 : 만나보니 나 에게도 ‘김 선생’이라고 부르시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면서도 온유하고 포용력이 있는 분들이라고 느꼈다. 나이와 감옥이 그렇게 민든 면도 있을 것 같다.

프레시안 : 특별히 많은 장기수 중에 김선명씨 이야기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홍 : 사실 김선명씨는 좀 특이한 장기수다. 다른 장기수들은 지식인이라 고문과 폭행을 혼자서 참고 견디는 스타일이었다면 노동자 출신이라 반항하고 ‘맞장’을 뜬 인물이다. 그리고 노동자로 일한 전력이 있어서 감옥 속에서 손재주가 비상했다.
김 : 김선명씨는 고민하면서도 가장 오래 버틴 사람이다. 동지들 즉, 친구들을 배신할 수는 없었던 분이다. 그리고 자신이 진짜로 전향을 하는 것이 아닌데 몸이 편하자고 전향하는 것을 자신의 양심상 도저히 못했던 인물이다.

<사진3-감독사진>

프레시안 : 영화에 나온 고문과 끔찍한 전향공작이 실제로도 행해진 것인가?
홍 : 더 끔찍했고 고문하다 죽은 경우도 많다. 그리고 더 놀라운 점은 장기수 대부분이 필기구 반입도 금지된 상태로 21년간 독방에서 지냈다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 영화를 봤으면 한다**

프레시안 : 송두율 교수 문제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데?
홍 : 우리가 좀 더 포용력 있게 대처를 했으면 한다. 그러는 것이 오히려 우리 사회가 발전했다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이런 영화도 나오고 세상이 많이 열렸다고 생각했는데 영화 속 같은 냉전적인 편 가르기가 현실에서 또 일어나는 점이 서글프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 영화를 꼭 봤으면 한다. 송 교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답이 나올 것 이다.

프레시안 : 장기수들이 진짜로 버텼던 이유가 뭔가?
홍 : 쉽게 보면 하루하루를 일단 견뎌 본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지애가 그들이 견딘 힘이었다. 친구를 배신할 수 없고 자신을 배신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전향서를 써도 자신의 생각 변한 것이 아니게 때문에 더 버틴 것 같다.

프레시안 : 감독과 주연배우가 작업을 하며 생각했던 주제는 무엇인가?
홍 : 지금은 젊은 사람도 돈 많이 버는 것이 제일 큰 꿈인 세상이 됐다. 하지만 더 크고 아름다운 꿈을 꿔야 할 것 같다. 이 영화에 나오는 장기수들은 교조적인 공산주의자라기보다는 해방공간에서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고 다 같이 잘사는 나라가 됐으면 하는 희망을 품었고 그런 자신의 꿈을 굽히지 않은 인물들이다.
김 : 이 영화는 한 사람의 굽히지 않는 희망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조선일보는 기사를 쓰다가 오타가 있었던 같다**

프레시안 : 좀 가벼운 질문을 해보자. 24일자 조선일보에서 이 영화를 내용은 좋지만 형식적으로 다소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평가했다.
김 : 조선일보 입장에선 다 좋게 보긴 힘든 것도 있을 것 같다. (웃음)
홍 : 다 칭찬하다가 갑자기 끝에 그렇게 섰던데. 그쪽에서 일부러 그러진 않았을 것이고 기
사를 쓰다가 오타가 있었던 같다.(웃음)

<사진4-영화사진>

***"한인간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지키는 이야기"**

프레시안 : 촬영을 하는 중에 힘든 점은 없었나?
홍 : 영화광이라면 ‘직부감’(바로 위에서 찍는 앵글)이 좀 다르다는 점을 눈치 챌 것이다. 감옥세트가 천정이 낮아서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힌트를 준다면 거울을 이용한 것이다. 아쉬운 점은 영하 15도의 실내에서도 입김이 나오는 장면을 국내 기술로는 결국 만들 수 없었다는 점이다.
김 : 작은 거울로 복도를 몰래 훔쳐보는 장면에서 나오는 거울의 상도 진짜로 작은 거울에 비춰진 모습을 찍은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다.

프레시안 : 김중기씨는 80년대에 실제로 학생운동을 하다가 감옥생활도 했는데 연기에 혹시 그런 경험이 도움이 됐나?
김중기 : 감옥에서 걷는 법, 밥 먹는 모습 등 물리적인 행동에 도움은 있었지만 짧게 3개월 독방생활 한 것과 45년은 기간이 너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새롭게 생각하고 연구를 해야 했다.

프레시안 : 결국 이 영화는 한쪽을 버리고 다른 쪽에 투항하는 것보다는 45년을 감옥 속에서 신념을 지키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제시하는 것 같다.
홍 : 거듭 말하지만 45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이 꿈을 지키고 희망을 가지고 버틴 것을 강조하고 싶다. 참고로 전향한 분들이 가장 죄의식을 느끼는 것은 자신이 동지들을 배반했다는 점이라고 한다.

프레시안 : 김중기씨는 학생운동을 했는데 정치에는 뜻이 없는 지?
김 : 정치적인 발언을 하고 모임에 나가는 배우들도 있다. 그리고 그것도 의미가 있지만 이 영화를 만들고 출연하는 것으로 내 입장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배우느 연기로 보여줘야 한다. 영화는 상업적인 것만 찍고 발언만 정치적으로 하는 것은 문제다. 나는 이젠 당에서 전화도 안 온다.(웃음)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관객들에게 소개 한다면
김 : 한 인간이... (창 밖을 응시하다가) 자신의 존재가치를 지키는 이야기입니다.
홍 : 중기씨 의견에 동감하비다. (웃음) 우리가 사는 세상이 더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력이 있는 곳이 됐으면 하는 희망을 담았습니다.

<사진5-배우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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