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헐리웃 블록버스터들이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에는 100억원에 가까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 한국영화 <화려한 휴가>가 개봉한다. 그간 나왔던 소위 '지식인들의 후일담' 영화들과 달리 5.18을 정면에서, 그리고 평범한 시민들의 입장에서 그려낸 용기있는 이 영화의 진심이 관객들의 마음에 온전히 가닿기를 바란다. <화려한 휴가> 외에도 이번 주에는 두 편의 한국영화가 더 있다. 원혼의 저주를 소재로 한 공포영화 <므이>와 아이돌 스타들을 전면에 내세운 <꽃미남 연쇄테러사건>이 그것. <므이>는 이국적인 베트남을 배경으로 애증을 갖고 있는 두 여자친구의 비밀을 중심에 두고 귀신이 등장하는 호러영화다. <꽃미남 연쇄테러사건>은 심심하고 따분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황당한 설정과 의도적인 과장으로 코미디를 풀어낸다. 픽사가 내놓은 새 애니메이션 <라따뚜이>는 현재 미국에서 엄청난 반응을 받고 있는 중이다. 재능없는 요리 견습생과 재능 넘치는 생쥐의 요리 대작전을 그리는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에 박한데도 불구하고 지금부터 아카데미 작품상 감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을 정도로 만장일치의 지지를 받고 있다. 과연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과거 다른 픽사의 작품들과 언제나 비교된다는 특징이 있다. 국내에서도 과연 <토이스토리>나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를 뛰어넘는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족상속괴담>은 2006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원한 여름>이 상영된 바 있는 레스테 첸 감독의 데뷔작. 사연이 얽힌 저택에서 비밀을 풀어가며 원혼을 달래야 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전형적인 플롯의 호러영화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데이빗 린치, 라스 폰 트리에. 모두 반가운 이름들이다. 이 감독들의 영화가 이번 주에 나란히 개봉한다. 데이빗 린치 감독은 <멀홀랜드 드라이브> 이후 무려 5년만이다. <인랜드 엠파이어>는 "이젠 필름으로 영화 찍을 필요 없겠다"고 말했을 정도로 디지털의 매력에 빠진 데이빗 린치 감독의 첫 디지털 영화로, 세련되고 화려한 색감을 자랑했던 <멀홀랜드 드라이브>나 <로스트 하이웨이>보다 오히려 투박한 매력과 무의식에 호소하는 힘있는 호러감각이 살아있는 초, 중기작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만덜레이>는 <도그빌>의 후속작. 언제나 논란을 몰고다니며 격렬한 찬반 논쟁을 일으키는 악동 감독은 이번에도 역시 인간의 본질을 '폭력'과 '희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탐구한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폭력의 역사>는 이 영화가 개봉될 거라곤 생각치 못한 채 이미 해외 DVD 등을 통해 이 영화를 접한 이들이 하나같이 극찬을 바치는 영화다. 언제나 그의 영화를 장식하던 사이-파이적 매력 대신 진중한 사회적 시각과 스타배우의 존재는 일견 낯설지만, 해외 영화제와 미국 개봉 당시에도 평론가들과 관객 모두로부터 극찬을 받았던 영화로 한번쯤 꼭 볼 가치가 있는 영화다.
. | 화려한 휴가 감독 김지훈 주연 : 김상경, 이요원, 안성기 |
1980년, 광주. 고등학생인 동생을 뒷바라지 하며 택시운전을 하고 있는 민우(김상경)는 같은 성당의 간호사 신애(이요원)에게 반해 수줍은 구애작전을 펼치는 중이다. 연일 시내에서는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시위대 진압군은 시위에 나서거나 합류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총칼로 폭력을 휘두르거나 죽이고, 억울하게 친구와 애인,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퇴역장교 출신인 흥수(안성기)를 중심으로 시민군을 결성해 진압군에 맞서게 된다. 우리 현대사의 가장 가슴아픈 기억인 80년 광주를 그린 이 영화의 제목, '화려한 휴가'는 당시 진압군의 작전명이다. 지식인이 아닌, 당시 광주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이 기억을 재현하며, 결과적으로는 제작비 100억원이 들어간 한국식 블록버스터가 되었다.
. | 므이 감독 김태경 주연 조안, 차예련 |
몇년 째 슬럼프를 겪고 있는 소설가 윤희는 저주가 붙어있는 므이의 초상화에 대한 얘기를 베트남에서 살고 있는 옛 친구 서연에게 듣고 그녀를 찾아간다. 므이의 이야기를 알아가면 갈수록 그녀가 묵고있는 서연의 집에서는 이상한 일들, 즉 므이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윤희는 서연에게서 자신이 과거에 했던 일에 대한 죄책감과 함께 공포와 불안을 느낀다. <령>을 만들었던 김태경 감독의 두번째 영화로 <여고괴담> 출신의 두 여배우를 전면에 등장시켜 영화의 90% 이상을 베트남 현재 로케이션으로 촬영했다. 이국적인 배경 위로 서로 비밀을 갖고 애증을 나누는 두 여자의 이야기가 므이의 저주 속에서 점차 그 사연을 드러낸다.
. | 라따뚜이 감독 브래드 버드 주연 패튼 오스왈트, 루 로마노 |
요리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레미는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를 꿈꾼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주방에서 가장 싫어하는 생쥐라는 것. 어느 날 하수구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레미는 우연히 파리의 별 다섯개짜리 최고급 레스토랑에 가게 된다. 요리에 대한 숨길 수 없는 열정 때문에 주방으로 향한 레미는 어둠 속에서 요리에 열중하다 재능없는 견습생 링귀니에게 걸리고, 해고의 위기에 처해있던 링귀니는 레미에게 팀을 제안한다. 현재 미국에서 평론가들에게 극찬을 받으며 '아카데미 작품상 감'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픽사가 <카> 이후 내놓은 야심작으로, <아이언 자이언트>와 <인크레더블>을 연출했던 브래드 버드 감독의 세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 | 폭력의 역사 감독 데이빗 크로넨버그 주연 비고 모텐슨, 마리아 벨로, 에드 해리스 |
작은 마을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가족에겐 헌신적이고 마을 사람들에겐 신뢰를 받는 남자 톰(비고 모텐슨)은 어느 날 가게에 들이닥친 강도를 죽이고 마을의 영웅이 되어 매스컴에 대서특빌된다. 며칠 후 도시의 거대 갱단 두목 포가티(에드 해리스)가 찾아와 톰의 가족을 위협하며 톰이 자신의 적인 킬러 '조이'라고 주장한다. 아내 에디(마리아 벨로)는 혼란에 빠지고, 포가티는 마침내 총을 들고 톰의 집을 습격한다. <비디오드롬>이나 <열외인간>, <데드링거>, <엑시스텐즈> 등 그로테스크한 개성이 잔뜩 녹아있는, 비교적 저예산의 컬트 호러영화들을 만들어온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다소 이질적인 영화로, 비고 모텐센이나 에드 해리스와 같은 유명 배우들을 캐스팅해 제목이 보여주는 바대로 '폭력의 역사와 본질'에 대한 심도있는 성찰을 드러낸다.
. | 인랜드 엠파이어 감독 데이빗 린치 주연 로라 던, 저스틴 서룩스, 제레미 아이언스 |
헐리웃의 배우인 니키에게 마을에 새로 이사왔다는 신비한 아주머니가 이사와 최근 오디션을 본 영화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 말한다. 바로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캐스팅됐다는 전화를 받고 기뻐한다. 자신의 상대역으로 캐스팅된 데본(저스틴 서룩스)과 함께, 영화의 감독(제레미 아이언스)으로부터 이 영화가 실은 다른 영화의 리메이크이며 그 영화의 주인공들이 비참하게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영화를 찍어나가면서 니키는 점차 영화와 현실이 섞이고 시간이 어그러지면서 이상하고 초현실적인 경험들을 하게 된다. <멀홀랜드 드라이브> 이후 오랜만에 장편으로 돌아온 데이빗 린치의 첫 디지털 영화로, 1990년작인 <광란의 사랑> 이후 오랜만에 로라 던이 주인공을 맡아 놀라운 열연을 펼친다.
. | 에반 올마이티 감독 톰 섀디악 주연 스티브 카렐, 모건 프리먼 |
아나운서로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최근 하원의원에도 당선된 에반(톰 섀디악)은 부푼 꿈을 안고 가족들과 워싱턴 DC의 큰 집으로 이사해 하원의원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다. 그러나 맞추지도 않은 시계가 6시 14분에 알람을 울리고, 그의 집 앞엔 목재와 공구가 배달되는 등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어리둥절해하는 그 앞에 신이 나타나 창세기 6장 14절의 이야기, 즉 노아의 방주를 만들라고 명령한다. 짐 캐리가 주연을 맡았던 전작 <브루스 올마이티>의 속편으로, 이번에는 전편에서 브루스의 라이벌이었던 에반이 신의 목소리를 듣는 주인공이 됐다. 무절제한 개발로 자연을 훼손하는 현대 문명에 대한 코믹한 메시지. CG로 재현한 '홍수' 장면은 너무 짧아 아쉬운 감이 있지만 가족과 아이들과 함께 보러 가기에 좋은 영화다.
. | 꽃미남 연쇄테러사건 감독 이권 주연 김기범, 최시원 |
세 고등학교의 대표 꽃미남들이 연쇄적으로 테러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늘파란외고에 다니는 기범은 논리적인 추리로 다음 테러 학교가 자신의 학교라는 것과 피해자 후보를 분석해 블로그에 올린다. 교내 댄스그룹 '울트라 주니어'의 2인자 동해는 기범의 추리를 도와 예상 피해자와 범인 추적에 나선다. 그런데 늘파란외고의 꽃미남은 무려 세 명. 사람들의 관심은 점차 범인보다는 누가 테러를 당할 것인가로 모아지고, 각자 내가 학교의 최고 꽃미남이라는 자부심과 스타가 되고 싶은 세 명은 자존심을 걸고 테러당하기 작전에 나선다.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의 12명 전원을 캐스팅한 <꽃미남 연쇄테러사건>이 과연 <세븐티>이나 <평화의 시대>의 전철을 반복할지 이들을 넘어설지가 더 궁금한 영화다.
. | 가족상속괴담 감독 레스테 첸 주연 테리 콴, 제이슨 창 |
영국에서 건축일을 하던 제임스는 호화로운 대저택을 먼 친척으로부터 상속받고 고향 타이페이로 돌아온다. 약혼녀인 요와 함께 이곳에서 새출발을 하기로 한 제임스는 친한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벌인다. 그러나 제임스와 요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12시가 지나면 모든 기억을 잃고 어느새 그 집으로 되돌아와 있다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된다. 두려움에 떨던 제임스와 요는 이 집에 비밀이 숨어있음을 알게 된다. 20년전 15명의 일가족이 목매달아 죽었던 것.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모를 찾아간 제임스는 이 집의 전통의식과 저주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된다. 대만에서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레스테 첸 감독의 데뷔작으로 대만 박스오피스에서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 | 만덜레이 감독 라스 폰 트리에 주연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이삭 드 번콜, 윌렘 데포 |
도그빌에서의 끔찍한 기억을 뒤로 하고 길을 떠난 그레이스와 그녀의 아버지는 미국 남부의 오지마을 만덜레이에 이른다. 이곳에선 여전히 노예제가 계속되며 흑인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고, 이곳에 남기로 한 그레이스는 흑인들을 계몽하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갑자기 찾아온 자유의 기운은 마을에 어두운 기운을 몰고 온다. 니콜 키드먼이 주연을 맡았던 2003년작 <도그빌>의 속편으로, 이번에는 <빌리지>의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가 그레이스 역을 맡았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미국 3부작 중 두 번째 영화로, 얼마 전 국내에서 개봉한 <오 마이 보스>보다 먼저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국내에선 이제사 개봉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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