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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투쟁' 민주노총 전체로 확대

한 달 간 대대적인 '매출 0 투쟁'…이상수 "민노총 개입 안 된다"

지난 20일 경찰병력 투입으로 점거 농성이 해제된 이랜드일반노조(위원장 김경욱)와 뉴코아노조(위원장 박양수)의 투쟁이 이제는 민주노총(위원장 이석행) 차원의 대대적인 '매출 0 투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점거 농성장에 대한 경찰병력 투입을 규탄하고 이랜드 그룹 측의 불성실한 교섭 태도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이날부터 한 달 간 대대적인 불매운동 및 집중 타격 투쟁을 곳곳에서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랜드 그룹의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갈등으로 불거지면서 민주노총은 지난 8일에 이어 21일에도 하루 동안의 '매출 0 투쟁'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선언은 이 같은 일회성 투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랜드 그룹을 상대로 한 본격적인 싸움을 민주노총 차원에서 벌이겠다고 밝힌 것이어서 경찰병력 투입 후 오히려 갈등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랜드 자본 퇴출을 위한 조직적 투쟁 전개할 것"
▲ 지난 20일 경찰병력 투입으로 점거 농성이 해제된 이랜드 그룹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민주노총 차원의 대대적인 '매출 0 투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일 경찰병력 투입 당시의 홈에버 월드컵점의 모습. ⓒ프레시안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반노동자적, 반사회적 자본 이랜드는 더 이상 기업 활동을 할 자격이 없다"며 "이랜드 자본 퇴출을 위해 불매운동을 강화하고 매출 제로(zero) 투쟁을 전조직적으로 줄기차게 전개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조직적 투쟁'의 방법으로 민주노총은 우선 이날부터 29일까지 일주일 간을 '1차 집중투쟁기간'으로 설정하고 각 지역본부별로 최소 한 곳 이상의 이랜드 그룹 계열사 매장에서 집회 및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재 총연맹, 서비스연맹, 이랜드일반노조와 뉴코아노조 차원으로 구성돼 있는 상황실을 확대해 전체 산하조직에 설치할 계획이다.

또 민주노총은 오는 24일 저녁 '이랜드·뉴코아 여성비정규 노동자 해고철회 및 노무현 정권 규탄, 비정규악법 전면재개정 촉구대회'를 비롯해 27일에는 전국 동시다발의 '총력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그뿐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불매운동의 폭을 넓히고 그 활동방식도 대폭 다양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캠페인을 통한 불매운동뿐 아니라 1000원 어치의 물건을 구입해 카드결재를 한 뒤 반환하는 등의 방법과 함께 이랜드 그룹 주거래 은행을 상대로 금융거래 중지 촉구, 국세청 조사 촉구, 청와대 항의 방문, 공정거래위원회의 재심의 촉구 등 다양한 활동으로 '이랜드 압박'에 나선다는 것.

민주노총은 경찰병력 투입 다음날인 21일 비상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투쟁계획을 확정했다.

"지금이라도 이랜드가 교섭에 나선다면 유보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이같은 투쟁방침의 목적은 일단 대규모 계약해지 후 외주화의 수법으로 비정규직법을 피해가려 했던 이랜드 그룹에 대해 항의하는 것이다. 비정규직법에 대한 기업의 대처방식을 놓고 이랜드에서 불거진 노사갈등은 향후 다른 기업들의 움직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민주노총에게도 개별 사업장의 문제를 넘어서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이석행 위원장은 "이랜드 그룹을 계속적으로 압박하는 이유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기업, 노조와 더불어 상생하지 않으려는 기업에 대해서는 민주노총 차원에서 이 땅에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없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사실상 예견된 사태를 사전에 막지 못하고 공권력 투입을 통해 일방적으로 회사 측의 손을 들어 준 정부에 대한 규탄의 의미도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비인간적인 비정규 차별에 맞서 투쟁하는 이랜드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 요구를 경찰의 방패로 유린하며 울게 만든 정부에 끝까지 책임을 묻고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석행 위원장은 "이랜드 그룹이 교섭에 임한다면 오늘 발표한 투쟁 방침에 대해서도 유연함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비록 공권력 투입에 의한 것이지만 사측의 주장대로 점거 농성이 풀렸으니 이랜드는 약속한 대로 성실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사측이 진전된 안을 갖고 노사 협상에 나와 노사 교섭이 진행된다면 '매출 0 투쟁'을 중지하고 노사 교섭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노총이 이처럼 본격적으로 총연맹 차원의 '대(對)이랜드 투쟁'을 확대해 나감에 따라 경찰병력 투입으로 한 단계가 정리된 이랜드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조짐이다.

한편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민주노총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이날 오전 CBS라디오 <뉴스레이더>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랜드 사태에 제3자(민주노총)가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의 방법으로 개입하는 것이 과연 사태를 올바르게 해결하는 쪽인지 의문스럽다"며 "노사가 자율교섭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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