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경선레이스의 막이 22일 올랐다.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후보는 이날 합동연설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진보정당 대표선수' 경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공식 선거운동 개막과 더불어 정파선거가 재현될 조짐이 보이는 등 '진보의 구태' 양상도 드러났다.
"내가 진보의 대표선수"
이날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세 후보는 불꽃을 뿜는 유세 대결로 공식 선거전의 신고식을 치렀다.
권영길 후보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한국인 피랍사건, 이랜드 비정규직 사태 등을 거론하며 "평화를 만드는 대통령은 민노당에서 나와야 한다.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한 사람을 감옥에 넣고 처단하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권영길이 최초의 진보대통령이 돼서 보수의 세상을 마감시키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권 후보는 "권영길은 결단하면 황소처럼 끌고 가는 사람이다. 민주노총의 건설, 96~97년 총파업, 민주노동당의 건설, 두 번에 걸친 대선출마에 이어 권영길이 다시 결단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노회찬, 심상정 후보가 주장하는 '세대교체론'에 대해선 "나를 밀어내지 않고는 후보가 될 수 없구나 하는 생각에 자신감이 붙었다. 두 후보에게 고맙다"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노회찬 후보는 "대선돌풍을 일으켜서 3강에 진입하느냐, 결국 2강 1약에 머무르며 한자리수 지지율로 전락해 창당 8년만에 위기 속으로 빠져들 것이냐는 두 갈래 길이 놓여있다"며 "국민의 마음을 가져올 수 있는 후보를 뽑는 것이 가장 큰 선택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특히 "노회찬이 민노당 대선후보가 됐을 때 '혹시나 했는데 이번에도 또 역시 그 인물이었네' 그렇게 따질 국민이 있겠느냐"며 권 후보의 '대선 3수'를 비꼬았다. 그는 "민노당 후보 3명 중 국민을 감동시켜 본 사람이 노회찬 말고 누가 또 있느냐"며 "국민과 소통하는 일, 그것이 본선경쟁력의 첫 번째 항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권영길 후보는 민노당 역사에 가장 중요한 한 페이지를 충분히 장식했다. 그러나 10년째 같은 페이지를 볼 것이냐"며 "민노당의 과거는 권영길, 현재는 노회찬, 미래는 심상정이라고 말한다. 이번 대선은 노회찬이 책임지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심상정 의원은 "이명박 씨가 대기업 사장 할 때 심상정은 구로공단 노동자였다. 박근혜 씨가 23살에 퍼스트레이디 될 때 심상정은 구로공단 미싱사가 됐다"며 "경제를 내세우는 이명박 후보에 이기려면 경제에 강한 심상정이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대통령 후보 박근혜에 맞설 수 있는 후보는 심상정 말고 누가 있겠느냐"고 경제와 여성 컨셉을 강조했다.
심 의원은 "노회찬 후보는 (민노당 후보 지지율이) 40대 40인데 나만 한자리수라고 하는데, 그건 70명 표본에 불과하다. 진정한 본선경쟁력은 이명박, 박근혜의 옆에 앉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심 의원은 이어 "2002년, 2004년과 똑같은 내용, 똑같은 얼굴로 승리할 수는 없다"며 권영길 후보에 대한 인물교체론을 강조하는가 하면 "새로운 민주노동당의 대표선수는 개인기가 아닌 조직적으로 경기를 주도해야 한다"고 노회찬 의원을 겨냥하기도 했다.
자주계열 권영길 지지…정파선거 불가피
노회찬, 심상정 후보의 집중 견제구가 드러내 듯, 민노당 대선 레이스는 권영길 후보의 우세 속에 노, 심 두 후보의 추격전 양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선투표제를 채택한 민노당 경선의 특성 상 노, 심 후보는 서로의 표가 보태질 경우 해볼만 하다는 계산이 서 있다.
그러나 '권영길 대 노회찬-심상정' 구도로 진행될 경우 정파선거의 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자주 계열의 인천, 경기, 울산연대가 21일 권영길 후보에 대한 지지방침을 내부적으로 최종 결정한 대목이 민감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자파 출신의 대선후보를 내지 못한 자주계열은 그동안 권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를 두고 내부 논란을 거친 끝에 이같이 결정했으나, 평등계열의 반작용이 불가피해 이미 정파선거의 문턱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심상정 후보가 연설에서 "어제 당내 최대 정파모임에서 특정 대선 후보 지지를 결정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우리의 정파가 아니어서 (대선 후보로) 안된다면 가문의 영광을 위해 문중회의를 열고, 가문의 대표를 뽑고, 정치를 주물렀던 조선시대 권문세가의 가문정치와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민감한 대목을 건드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노회찬 후보도 "혹시 경기도에 묻지마 줄투표, 몰표가 예약돼 있냐"며 "이번 민노당의 대선 후보는 서울시나 경기도에서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특정 정파가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특정 노조가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고 견제했다.
이날 합동연설회에 이어 민노당은 오는 24일 전국방송토론회를 거쳐 내달 19일까지 공식 선거전을 치를 방침이다. 이어 다음달 20일 제주를 시작으로 9월 9일까지 21일간 11개 권역에서 5일 씩 투표를 진행한다.
권역별 개표 결과가 그때그때 발표 되는 방식이어서 한 지역의 개표결과가 다른 지역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9월 10일 50% 이상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닷새간의 결선투표를 거쳐 9월 15일 최종 후보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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