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북미 극장가의 특징 중 하나는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흥행 생명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들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반짝 흥행 현상이 뚜렸해졌다는 말이다. 몇해전까지만도 화제의 대작영화들이 개봉되면 최소한 두세주는 박스오피스 수위를 차지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크게 달라졌다. 개봉 첫주말에만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가, 2주차에는 바로 밑으로 밀려나는 것이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잡은 것. <스파이더맨 3> 경우 첫주말 1억 8200만달러를 벌어들이는 대기록을 세웠으나, 2주차에는 드롭율(흥행수입 하락율)이 무려 61%나 됐다.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 역시 2주차 드롭율이 66%를 기록했다. <트랜스포머>의 2주차 드롭율이 다른 대작영화들에 비해 훨씬 적은 47%에 그치자 업계가 오히려 놀라움을 나타냈을 정도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올 여름 극장가에서는 1주짜리 블록버스터영화가 유례없이 많이 쏟아졌다"며 이런 경향이 앞으로 더욱 극성을 부릴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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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3 ⓒ프레시안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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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원인으로는, 영화개봉 방식의 변화를 꼽을 수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몇해 전까지만해도 영화 흥행수입의 대부분을 제작사와 배급사가 가져가고, 극장은 일정액수의 상영수수료 이외에도 관객에게 판매하는 각종 먹거리 등등으로 수익을 올리는 편이었다. 따라서 극장의 입장에서는 관객들로부터 반응이 좋은 영화가 오래 상영되면 상영될수록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즉, 개봉 첫주에 너무 많은 스크린에 영화를 노출한 결과 상영기간이 줄어들게 되면 오히려 극장에게 손해였던 것. 하지만 최근에는 제작 및 배급사와 극장이 영화 흥행수입을 똑 같은 비율로 나눠 갖고 있다. 미국 최대 극장체인인 리걸 시네마측은 "이제는 개봉 첫주에 얼마나 많은 수입을 올리는냐가 최대 관심사가 됐으며, 셋째 넷째주에 얼마나 벌지는 더 이상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라고 요즘 분위기를 전했다. 개봉초반에 가능한 많은 스크린에 영화를 걸어 얼마나 많은 수익을 단기간에 올릴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해졌다는 것. 지난 5월 개봉된 <스파이더맨 3>,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 <슈렉3> 세편이 차지했던 스크린 수는 1만여개를 넘어섰을 정도다. 초반흥행을 위해 대작 영화들이 스크린을 싹쓸이하다시피한 탓에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중,소규모 영화들이다. 과거에는 블록버스터영화를 보러왔다가 표를 구하지 못한 관객들이 다른 영화를 보는 이른바 '스필오버(spill-over)' 현상이 존재했고, 그 수혜를 보는 영화들이 꽤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나마도 줄어들었다. 워너브러더스는 <스파이더맨 3> 개봉당시 '스필오버'를 기대해 로맨틱 코미디 <럭키 유(Lucky You)>를 극장에 걸었다가 참패의 쓴 경험을 했었다. 워너의 한 마케팅 책임자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 개봉 첫주에 워낙 많은 스크린에서 블록버스터 영화가 상영되다보니 표를 구하지 못해서 영화를 못보는 관객이 거의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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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현상은 내년 여름 흥행시즌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008년 5월 2일 인기 만화를 토대로 한 <아이언맨>이 개봉되는 것을 시작으로 와쇼스키 형제감독의 <스피드 레이서>, <나니아 연대기 2>, <인디애너 존스>등 초특급 화제작들이 줄줄이 선보이기 때문이다. 2009년 여름에도 <나니아 연대기 3> ,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드림 웍스의 애니메이션 <몬스터 대 에일리언> 등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올 여름시즌 할리우드가 역대 최고 실적인 39억5000만달러를 뛰어넘을 수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랜스포머>,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의 초반 흥행성적이 예상보다 좋은데다가 앞으로 <본 얼티메이텀>, <러시 아워3> 등이 개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5일까지 할리우드 여름 시즌 흥행성적은 25억 8700만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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