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노조원 '경찰 알몸 신체검사' 논란

인권단체 "불법"…경찰 "규정대로 했을 뿐"

지난 20일 연행된 뉴코아-이랜드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경찰 조사 과정에서 경찰이 규정을 어기고 '알몸 신체검사'를 하고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박탈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권운동사랑방, 다산인권센터 등 전국 37개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연석회의)는 21일 성명을 내고 "20일 강북경찰서로 연행된 조합원이 알몸 신체검사를 당하고 변호인의 조력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연석회의에 따르면 뉴코아 강남점에서 연행돼 강북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한 남성 조합원이 오후 7시30분께 유치장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김모 경장으로부터 "문신을 확인해야겠다"며 "팬티만 남기고 옷을 모두 벗으라"는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남성 조합원은 담당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고, 담당 변호사와 김 경장이 통화하도록 했으나 김 경장이 전화를 끊어버린 뒤 이후 조합원에게 담당 변호사의 전화를 연결해주지도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 조합원은 나중에 '결국 바지를 벗었다'고 문자메시지를 통해 담당 변호사에게 연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석회의는 "유치장 알몸검신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인권침해 결정을 내린 바 있다"며 "강북경찰서의 유치장 알몸 신체검사와 변호사 조력권 침해는 명백한 경찰권 남용이며 불법 인권유린"이라고 주장했다. 연석회의는 담당자 징계, 경찰서장 사과, 고발, 인권위 진정 등의 방법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간이 신체검사. 규정 위반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오해'라고 주장했다. 강북경찰서 관계자는 "해당 조합원이 유치장에 입감되기 직전 연행 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곳은 없는지,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간이 검사' 차원에서 바지를 내릴 것을 요구했을 뿐, 문신 확인 등의 언급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경찰에 따르면 신체검사에는 옷을 입은 채로 외관을 검사하는 '외표 검사'와 가운 속에 속옷을 입은 채 검사하는 '간이 검사', 탈의실 등 타인이 보지 않는 곳에서 속옷까지 벗고 검사하는 '정밀 검사'가 있는데, 이 조합원은 업무방해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에 규정상 '간이 검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 경장이 가운을 입고 바지를 벗을 것을 요구했으나, 가운을 입지도 않고 바지를 내리려는 상태에서 변호사와 통화한 뒤 바지 벗는 것을 거부해 실제 바지를 벗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변호사 조력권 침해' 부분에 대해서도 그는 "김 경장이 변호사와 통화를 하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린 것이 아니라 갑자기 전화가 끊긴 것"이라며 "이 후 유치장 유치 상태에서는 피의자의 휴대전화를 별도로 보관하고, 유치장 내 통화 시설이 없어 변호사와 전화통화를 연결시켜주지 못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랜드 '타격 시위' 현장 충돌 계속
  
  한편 이랜드 계열사 노조 조합원들과 민주노총의 '불매 시위' 현장에서의 '폭력'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연석회의는 "21일 경기도 안양 평촌 아울렛에서 열린 이랜드 항의 집회에서 사측과 대치하는 과정에 업체 관리자로 보이는 사람이 여성 조합원의 가슴을 만지는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연석회의는 "경찰이 이 광경을 뻔히 보고 있으면서도 방치했다"고 덧붙였다.
  
  연석회의는 또 "평촌 아울렛의 20일 집회에서는 뉴코아 노조원이 경찰의 곤봉에 맞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12층 옥상에서는 사측 관리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비닐 봉투에 물을 넣어 시위대를 향해 투척했다"고 주장했다. 또 "순천에서는 뉴코아 조합원 한 명이 야간에 화장실에서 의도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등 이랜드 관련 충돌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충돌이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21일 전국 30여개 이랜드 계열사 유통매장 앞에서 5500여 명이 '타격 시위'를 벌여 26개 매장의 운영을 중단시켰으며, 27일까지 '매출 제로(0) 타격 시위'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