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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피랍 사건…온라인은 설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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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피랍 사건…온라인은 설전 중

"배타적 선교 반성해야"…"종교 아닌 정치 문제"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세력에게 피랍된 23명의 한국인들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가운데, 이들이 납치된 20일부터 온라인에서는 이들의 피랍 원인에 대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이 이들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누리꾼들은 2006년 아프가니스탄 '평화 대행진' 무산 사건을 언급하며 아프가니스탄 봉사 선교 활동 자체가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프간 봉사선교활동, 적절했나"
▲ 네이버 국제 토론방에 올라온 글들.

우선 "이슬람 지역에 대한 기독교 선교는 그 문화에서는 범죄행위에 해당하는데, 타 문화와 종교를 무시한 부적절한 처사"라는 비판이 많다.

아이디 'kenshin0305'는 네이버 토론게시판에 글을 올려 "아프간에서 봉사 활동하는 사진 보니 정말 눈물이 난다. 그곳에 평화와 사랑을 전하기 위해 대단한 용기로 가신 것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곳에서 하신 봉사활동은 종교를 떠나 아름다운 것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하나님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은 가르치시지 않는 건가?"라며 "이슬람 국가에 기독교를 강요하며 도움을 주는 것 자체가 인간에 대한 애정에서 나오는 사랑이 아닌 조건부이자 위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배타성' 지적에 대한 배경에는 기독교 외의 종교나 무신론을 인정하지 않는 기독교 문화에 대한 감정적 거부감이 깔려 있기도 하다. 아이디 'dukde'는 "자신처럼 믿지 않는다고 해서 '악마의 유혹에 빠져있다'느니, '지옥 갈 거라'느니 이런 말들 함부로 하지 마십시오"라며 "기독교는 정말 배타적 종교"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교회들은 타 종교는 인정하지 않고 자신들이 믿는 하나님만 최고라는 생각하며 믿지 않는 사람들은 공존의 대상이 아니라 개종의 대상이라고 여긴다"며 "돈 있고 힘 있는 일부 교회들은 해외 선교봉사를 실적으로 생각하고 교세 확장의 수단으로 삼는데, 결국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꼴이 됐다"고 비난했다.

"국가의 통제를 따르지 않은 결과"
▲ 국가정보원 테러정보 사이트에 지난 5월 10일에 공지된 글. "지난 2.4 탈레반이 아프간을 여행하는 한국인 4명을 납치할 것이라는 첩보가 입수되는 등 우리 국민에 대한 테러위협이 고조되고 있습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가의 통제를 따르지 않은 종교적 이기주의에 의한 결과라는 비판도 상당수다. 아이디 'lihwkd'는 "군 철수는 무슨 애들 장난인 줄 알고 떠들어 대는 건지, 그 돈은 국민세금으로 나가는 것"이라며 "교회는 세금을 안 내거나 일반 국민의 절반도 안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의 책임은 하나도 없다"고 글을 올렸다.

아이디 'opensive'는 "지금 철군한다면 테러에 굴복한 꼴이 되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더 많은 해외 동포들이 테러집단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교회를 비판하는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여행 위험 지역이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의적 판단에 의해 선교 봉사활동을 떠난 대가"라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 2006년 논란이 됐던 '아프가니스탄 평화축제' 사건이 누리꾼들에 의해 많이 언급되고 있다.

지난해 8월 한 기독교 단체는 1000여 명에 가까운 신자들이 참가하는 행사를 아프가니스탄에서 열 예정이었으나 당시 탈레반의 반격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정세가 매우 불안한 상태였고, 정부는 이들에게 수차례 행사 취소 권고를 했으며 결국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입국을 불허하며 행사가 무산됐던 사건이다.

당시 정부는 출국을 막는 동시에 제3국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에 입국하려던 참가자들을 철수시키는 데 애를 먹었다. 이 사건을 근거로 누리꾼들은 "정부의 경고를 무시한 결과"라고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아이디 'oparbalem'은 "정부의 경고도 묵살하고 아프가니스탄 가서 찬양 대회 벌이려다가 못 하고 적반하장으로 소송 운운하지 않았느냐"며 "정부의 경고를 무시한 건 이들인데 정부에게 군대를 철수하라고 요구할 자격이 있느냐"고 따졌다.

단기선교 급증…해외봉사 준비 철저해야

또 이번 사건으로 인해 최근 급증하고 있는 '단기 선교'나 '단기 해외봉사' 활동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해외원조단체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구한말 부터 6.25 이후 근대화 과정까지 미국 기독교 단체들의 해외 선교 봉사활동 수혜를 받은 나라"라며 "10여 년 전부터 많은 교회단체들이 미국의 선교 방식을 도입해 해외 선교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독교계는 2007년을 '1907 AGAIN'(평양 대부흥 100주년)으로 명명하고 올해를 한국교회 선교부흥의 원년으로 선포하면서 10만 명의 선교사를 최전방지역에 보낸다는 비전을 선포했고 이에 따라 단기선교가 부쩍 늘어났다.

이 관계자는 "단기선교가 급증하며 불교나 이슬람 국가에서 '부흥회', '전단지 배포' 등 기독교 선교를 이유로 경찰에게 연행되거나 체포된 사례가 종종 보고 된다"며 "이번 사건에 해당 된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해외 봉사활동을 할 때는 '체험'이나 '여행' 수준에 그칠 게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와 법률을 충분히 숙지하고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독교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 납치된 것"

이처럼 많은 논란이 있지만 일단 피랍된 사람들의 목숨만큼은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이디 'valilla78'은 "그들이 선교를 하러 갔든 봉사를 하러 갔든 중요한 것은 사람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순교하라는 말은 심하다. 비난을 받아도 살아 돌아와 비난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디 'skaky'는 특히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들은 샘물교회 선교팀을 '기독교인' 이라서 납치한 게 아니라 '한국인' 이라서 납치한 것"이라며 "같은 한국인으로써 지금 사태를 걱정하고 무사귀환을 기원해야 할 마당에 기독교 욕하고 있으니,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이렇게 낮을 줄은 정말 몰랐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탈레반에게서 이단을 처형하겠다는 말은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며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정치적 문제이지, 종교적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인이 표적 되지 않는 외교를"

이번 사건의 원인을 "잘못된 참전"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아이디 'tiramisu'는 "이번 사건 이후 아프가니스탄이 왜 지금 이런 상황인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우리나라가 미국의 중동 패권 장악용 침략 전쟁에 동참한 결과로, 만약 한국군이 주둔하지 않았다면 탈레반이 한국인들을 납치했겠냐"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세계 어디를 가도 테러나 납치를 걱정하게 됐는데, 우리도 그렇게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우리는 이미 김선일 씨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장면을 봤지만, 제 2의 김선일 씨가 나올 것이라는 끊임없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해외 파병 문제에 대해 어떤 대비책을 세웠느냐"며 "정부도 위험지역에 안 가게 하는 소극적 수준의 외교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에게는 위험 지역이 없게 하는 적극적 외교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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