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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그물', 범여권 주자들 사이에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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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먹이그물', 범여권 주자들 사이에도 있네!

손학규 천적은 천정배, 이해찬-유시민은 공생관계?

범여권에는 20명에 가까운 대선주자가 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정동영·천정배, 중도통합민주당의 김민석·김영환·이인제·조순형·추미애, 열린우리당의 김두관·김병준·김원웅·김혁규·신기남·이해찬·유시민·한명숙, 민주당 출신의 강운태, 또 시민사회진영의 문국현에 이르기까지 다 열거하기도 힘겹다.

대다수가 1%도 안 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이들 후보군단을 혹자는 '도토리', 혹자는 '개떼'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들은 남들이 보기엔 당선 가능성이 없는데도 본인들은 정말 당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자기최면' 상태에 빠진다고들 하지만, 이들은 여기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이들 중 대다수의 목표는 대선이 아니다. 대선 직후 치러지는 2008년 총선이 이들의 진짜 목표다. 대선과 총선으로 이어지는 정치 격변기에 자신의 정치적 지분을 최대한 챙기려는 것이다.

온통 언론의 관심이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의 '검증 공방'에 쏠려 있는 이 때, 범여권 대선주자들도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도 전국 각지를 돌면서 강연회, 간담회 등을 통해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에서부터 타 후보에 대한 비방에 이르기까지 연일 새로운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 범여권 주자들의 발언을 자세히 뜯어보면 서로 먹고, 먹히는 '먹이그물'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먹이그물'은 이들 사이의 역관계 및 이들의 전략을 잘 보여준다.

힘 센 주자만 공격하는 이해찬, '공동의 적' 손학규

범여권 주자 중 타 후보에 대한 '독설'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이해찬 전 총리. 그의 주된 공격 대상은 한나라당 이명박 전 시장이다. 이 전 총리는 19일 목포대 강연에서 "요즘 언론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이명박 땅인 '이(李)랜드'", "이명박은 땅 문제에 있어서는 올림픽 금메달 감이다", "그런 배짱과 능력이 있다면 국내에서 국민들의 돈만 빼앗지 말고 해외부동산에 투자해 외화를 벌어오라"고 이 전 시장을 비난했다. 이 후보는 전날부터 공개적으로 이 전 시장의 후보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그는 "이 전 시장은 TV토론회에서 나한테 걸리면 박살난다. 한번만 맞아도 10분 만에 간다", "한 방이면 그냥 간다"고 전의를 불태우기도 했다.

그는 또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도 "정수장학회를 빼앗아갔으면 돌려줘야 한다. 상식 이하의 일"이라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 전 총리가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을 상대로 '독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은 소위 힘 센 사람만 공격하는 '싸움의 법칙'에 따른 것이다. 힘 센 사람과 맞붙다 보면 그 사람 반열에 오를 수 있기 때문.

또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을 자처하는 유시민 의원이 대선 출마를 재고 있는 상황도 이 전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친노(親盧)진영의 대표주자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는 '전사'로서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센 놈'만 노리다 보니 이 전 총리가 범여권 주자 중 상대하는 것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유일하다. 하지만 그 수위는 한나라당 주자들에 비하면 부드럽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이 전 총리는 손 전 지사에 대해 "같은 대학을 나왔지만 살아온 길이 다르다"고 평가했었다.

한나라당 출신이지만 범여권 주자 중 유일하게 두자리 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손 전 지사는 범여권 후보군에선 '공동의 적'이다. 손 전 지사에게 범여권 선두 자리를 빼앗긴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뿐 아니라 한명숙 전 총리,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유시민 의원, 천정배 의원 등 거의 모든 주자가 손 전 지사를 공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손 전 지사와 가장 각을 세우는 것은 천정배 의원. 그는 지난 16일 손 전 지사가 전날 광주를 방문해 "광주정신을 잊은 적 없다"고 말한 데 대해 "전두환, 노태우가 만든 당에 들어간 게 광주 정신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자신의 고향인 전남 목포를 방문한 19일에는 "손 전 지사가 범여권 대선 후보로 나간다면 개혁세력의 표를 결집시킬 수 없고, 한나라당 대 '짝퉁 한나라당'의 대결구도가 되기 때문에 확실하게 지는 카드"라며 '손학규 불가론'을 주장했다.

천 의원은 이어 20일 친노주자들도 경계하고 나섰다. 그는 "노 대통령은 정권을 과거 세력에게 넘기지 않고 당선된 것만으로도 80%의 역사적 책임을 달성했지만 국민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 내지 못해 결국 민심이 떠났다"면서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친노 대 반노 구도로 흘러서는 승리가 불가능하며 친노주자는 본선 경쟁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해찬 전 총리,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의원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천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에서는 현역 의원 중 가장 먼저 노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혔었으나, 집권 이후 노 대통령의 '개혁 실패'를 비판하면서 최근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비노(非盧)세력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 전지사, 그리고 친노주자들과 자신을 대비시키는 게 그의 개혁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강조하는 전략이다.

박근혜 공격하는 한명숙, 이해찬 감싸는 유시민

박근혜 전 대표는 19일 한나라당 검증청문회에서 5.16 쿠데타에 대해 "구국의 혁명"이라고 주장했다. 여권에서 이 발언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강도 높고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은 한명숙 전 총리. 한 전 총리는 이날 논평을 통해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국토방위에 전념하고 있는 70만 국군장병들에 대한 모독이고, 군사독재에 맞서 싸우다 희생당한 민주영령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면서 "망언"이라고 비난했다.

한 전 총리는 "박 전 대표는 고(故) 장준하 선생의 부인을 만나 고개를 조아렸던 때가 언제라고 또다시 독재의 유전자를 드러내냐"면서 "박 전 대표는 과거의 추문을 해명하기 위한 DNA 검사를 말하기 전에 뿌리 깊은 독재의 DNA부터 검사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소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품의 한 전 총리답지 않은 강도 높은 발언이다.

70년대 민주화운동으로 옥고를 치른 경력을 가진 한 전 총리와 가장 대비되는 인물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대표이기 때문이다. 또 같은 여성 대권주자라는 점에서도 박 전 대표는 효과적인 공격 목표다.

범여권 대선주자들 사이에 이처럼 먹고, 먹히는 관계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생관계'도 존재한다.

이해찬 전 총리와 유시민 의원이 바로 그들. 현 정부에서 각각 총리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이들은 친노세력을 놓고 미묘한 경쟁관계이기도 하지만 겉으로는 서로가 추켜 세우느라 여념이 없는 사이다. 이 전 총리는 유 의원에 대해 "나보다 뛰어난 정치인"이라고 평가했고, 유 의원은 이 전 총리에 대해 "마음이 따뜻한 분"이라고 칭찬했다. 유 의원의 누나인 유시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20일 이 전 총리 캠프에 합류했다. 유 위원은 이 전 총리와 민주화운동을 함께해온 개인적인 인연도 있었지만 "유 의원이 적극 권유했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와 유 의원의 '공생관계'는 범여권의 대통합과정에서 친노진영의 분열을 막으려는 전략적 차원의 제휴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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