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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해찬-유시민, 최후에 웃는 자는?

정치적 사제관계서 친노세력 놓고 경쟁구도

이해찬 전 총리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두 사람은 정치적 사제관계다.

유 전 장관은 이 전 총리의 보좌관을 지낸 적이 있다. 그는 스스로도 지난 5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 전 총리에 대해 "저한테는 인생의 스승 같은 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기 이전의 얘기다.

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총리와 장관을 지낸 두 사람은 현재 20명 가까운 후보가 난립하고 있는 범여권 대권구도에서 미묘한 경쟁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누가 노무현의 후계자인가"를 놓고 벌이는 경쟁에서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앞서가는 이해찬, 손학규-한나라당 견제에 집중

물론 현재까지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해찬 전 총리가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13일 CBS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 6.0%로 범여권 주자 중에서 손학규 전 경기지사(8.0%)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이 전 총리는 지난달 19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의 전격적인 출마 뒷배경에는 친노의원들의 적극적인 권유와 설득 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정동영, 김근태 등 당시 여권 대표주자들이 모두 노 대통령과 선 긋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친노 대표주자로 나서야 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한명숙 전 총리는 친노세력의 정치적 이해를 대변하기에는 목소리가 너무 약하고, 유시민 전 장관은 안팎으로 적이 너무 많다는 게 부담이기 때문이다.

의무감 반, 혹시나 하는 마음 반으로 출마 선언을 한 이 전 총리는 출마 선언 3주 만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을 제치고 손학규 전 지사와 함께 범여권 대선주자 선두 반열에 올랐다.

따라서 그는 참여정부평가포럼 행사 참가 등을 통한 지지세력 다지기보단 손학규 전 지사와 한나라당 대선주자 등 경쟁세력 죽이기에 더 골몰하고 있는 듯하다.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을 뿐 아니라 김대중 정부에서도 교육부 장관을 지낸 이 전 총리 입장에선 현 시점에서 굳이 정치적 입지를 제한할 수 있는 친노 성향을 각인시킬 필요가 없다.

특히 이 전 총리가 특유의 '독설'을 집중적으로 퍼붓는 대상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 그는 이 전 시장에 대해 "위장전입과 잇단 땅 문제 등을 볼 때 갓 결혼한 신랑이 목욕도 하지 않고 종기투성인 채로 신부(국민)한테 대드는 격", "서초동에 자기 건물이 있는데 고도제한을 풀었다. 전두환 시대에도 못하는 일인데 정말 용감하기 이를 데 없다. 이렇게 용감한 사람은 생전 처음 봤다", "TV 토론에서 저한테 걸리면 박살난다"는 등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을 했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도 "정수장학회를 빼앗아갔으면 돌려줘야 한다. 상식 이하의 일이다"고 비난했다.

손학규 전 지사에 대해서는 "같은 대학을 나왔다는 것만 같고 살아온 길이 다르다"면서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친노 대표주자라는 이 전 총리의 '여유'가 노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을 자처하는 유 전 장관이 경쟁에 합류한 뒤에도 계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전 총리 측은 유 전 장관의 출마설에 대해 "그의 가세는 친노진영의 분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후발주자 유시민, 친노 정통성 부각

반면 최근 들어 대선 출마 가능성을 부쩍 언급하고 있는 유 전 장관은 노 대통령의 적자임을 강조하면서 지지 기반 다지기에 여념이 없다.

유 전 장관은 지난 14일 오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경기 참평포럼 창립식에 참석해 "10명의 의원만 남더라도 그분들과 함께 끝까지 깃발을 들고 싸우겠다"면서 당 사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또 "참여정부를 부정하는 대통합신당은 정권재창출이 아닌, 정권교체를 위한 대통합신당"이라고 열린우리당 해체를 전제로 한 범여권의 통합 움직임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

이날 참평포럼은 "참여정부의 국정실패를 주장하거나 국정성과를 왜곡·부인하는 세력, 2004년 탄핵 세력, 기회주의 세력과 지역주의 세력은 자신들의 정치적 실책과 전략적 과오를 국민과 역사 앞에 고백하고 사과하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 창립식에는 유 전 장관 이외에도 한명숙 전 총리,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신기남 의원 등 친노 대선주자들이 참석했지만, 이 전 총리는 불참했다.

유 전 장관은 또 지난 12일 펴낸 <대한민국 개조론>을 통해 '선진통상국가'와 '사회투자국가'라는 두 가지 정책을 자신의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이 두 가지 정책은 노 대통령이 주장한 '좌파 신자유주의'적 노선에 철저히 기반하고 있다.

유 전 장관은 또 이 책의 내용을 기반으로 지난 4일부터 부산, 광주 등 전국 각지를 돌면서 '강연 정치'를 펼치고 있다. 그는 강연을 통해 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정치권과 지식인, 언론 등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더 나아가 "히틀러와 같은 희대의 범죄자도 선거에서 독일 국민의 선택을 받아 합법적으로 권력을 차지하지 않았냐. 국민이 매 순간 옳은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며 민심이나 여론이 틀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노 대통령과 '닮은 꼴'이다.

유시민 "이해찬 안 뜨면 대통령이 만류해도..."

현재 유 전 장관은 대선 출마와 관련해 "본선에서 민주정부 10년의 성과를 부정하거나 단절시키는 후보들만의 리그로 치러진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해찬 전 총리가 본선에 나갈 가능성이 희박해진다면 발 벗고 나서겠다는 뜻이다.

청와대가 공식 부인하기는 했지만, 유 전 장관은 최근 친노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 대통령이 이해찬 전 총리 때문에 자신의 출마를 만류했다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대통령에게 친노세력의 정통성을 이을 후보가 없을 경우 출마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혀 논란이 됐었다.

대통령과 비공식 자리에서 오간 대화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깨고, 직접 이 대화를 유 전 장관이 공개한 이유는 대선 출마와 관련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정치적 사제관계인 이 전 총리를 어쩔 수 없다면(?) 밟고 올라설 수도 있다는 의지를 보임 셈이다. 또 실제 이런 행보를 하기 위한 명분 축적용이기도 하다.

열린우리당의 한 중진의원은 "유시민 전 장관은 노 대통령과 이 전 총리가 강력하게 만류하면 안 나올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대통령과 이 전 총리가 무슨 명분으로 강력하게 만류할 수 있겠냐"고 전망했다. 노무현 정부 이후 독자적 생존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유 전 장관 입장에선 현 대선 정국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만 한다. 막판에 발을 뺄지라도 말이다. 대선 출마 가능성을 끊임없이 언급하고 있는 유 전 장관이 몇몇 의원들의 '불출마' 요구에 "그건 내 기본권"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어쩌면 유 전 장관이 장관직을 그만두고 당에 합류하면서부터 두 사람의 피할 수 없는 경쟁구도는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유 전 장관은 이 전 총리를 "스승"이라고 인정한 바로 그 인터뷰에서 대선후보로서 이 전 총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그분 초선 의원 때 '장관이나 국무총리를 하면 정말 잘하실 분'이라고 말씀드렸다. 대통령이 된다면 국정 운영을 무지 잘 하실 분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일 잘하는 사람이 꼭 뽑히는 건 아니지 않으냐. 국민들은 일 잘할 사람만 눈에 두고 선택하는 게 아니다. 그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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