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이틀째 EBS를 강도높게 비난하는 기사를 싣고 한나라당도 이에 가세해 '색깔론'으로 공격을 하자 시민단체와 PD들이 이에 반발하는 논평과 성명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양측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동아, 조선 따라서 EBS <미디어 바로보기> 비난**
조선·동아일보와 한나라당이 EBS를 비판하는 이유는 2주 전부터 신설해 방영되고 있는 미디어 비평프로그램인 <미디어 바로보기>(일요일 오후 7시)에 두 신문이 비판의 대상으로 자주 거론이 됐고 역시 신설프로인 '똘레랑스'(화요일 오후10시50분)에서 해외 망명인사나 한총련 같은 민감한 문제를 다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오늘'은 이번 갈등과 관련해 조선일보가 14일자 가판에서 'EBS마저 조선·동아 공격 나서'라는 기사에서 이 프로그램을 강도 높게 비난하자, 가판에서 이를 보도하지 않았던 동아일보도 배달판에서 조선일보를 따라 'EBS도 동아·조선 공격 나서'라는 제목으로 EBS를 비판하는 기사를 추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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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 동아의 EBS '때리기'는 15일자 신문에서도 계속 이어져 조선일보는 15일자 '만물상' 코너를 통해 "EBS마저 '코드방송'에 동참했다"고 주장하며 'KBS의 아류'라고 EBS를 원색적으로 비난했고, 같은 날짜 동아일보 역시 '횡설수설' 코너에서 "EBS까지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을 신설해 신문비판 대열에 합류했다"면서 "EBS의 '잘못된 선택'은 스스로의 존립 근거에 대한 자기 부정이며, 시청자들을 만만하게 여기는 오만"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언론대책특위(위원장 신경식) 역시 14일 전체회의 후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KBS와 EBS가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씨와 관련, 이념편향적인 프로그램을 방영한 것은 공영방송의 본분을 저버린 편파보도"라고 지적한 후 "양 방송사 사장을 국회 문화관광위로 불러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PD협회, "다양성을 말살하는 심각한 고질병"**
한나라당과 두 신문의 이같은 EBS 때리기에 대해 언론관련 시민단체와 각 방송사 PD협회들은 이를 반박하는 논평과 공동성명을 내며 대응에 나섰다.
민언련은 "조선·동아가 비판을 받은 이유는 '확정되지 않은 사실'이나 '근거 없이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정확한 사실 확인도 없이 섣불리 보도했거나 기정사실화 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지적에 대해 조선과 동아가 'EBS가 우리를 공격한다'며 토씨 하나만 다른 제목의 기사를 실어 반발하고 나선 것이야말로 자신들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교만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특히 "한 주 동안의 좋은 기사를 다루는 이 프로그램의 <Good News>라는 코너에서 조선의 기사를 '좋은 보도'로 선정, 소개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각 방송사 PD협회가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서는 "아직도 냉전의 쇠사슬에 묶여 발악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조선·동아일보의 수구 세력들에게 고 한다"며 "사상의 자유와 여론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구시대의 잣대로 우리 사회의 진보적 흐름과 공영방송을 색깔 론으로 몰고 가는 작태를 당장 그만 두라"고 강도 높게 비판을 가했다.
이들은 또 "색깔을 제대로 구분 못하고, 자신들의 의견과 다르면 뭐든지 붉은 색으로 보려는 수구 냉전 세력의 색맹증이야 말로 민주주의 다원성과 여론의 다양성을 말살하는 심각한 고질병"이라며 "수구세력 당신들이 색깔과 이념을 들먹이며 발악하면 발악할수록, 그 쇠사슬에 점점 더 옭매여, 새 시대를 염원하는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 받게 된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수구신문의 자기혼란"**
한편 <미디어 바로보기>를 담당하고 있는 최정연 PD는 자신이 연출한 프로그램으로 인한 논쟁에 대해 "일부신문이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특정한 신문사나 정치세력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디어교육' 차원에서 문제점이 있는 신문기사를 소재로 썼을 뿐"이라고 설명하고 "교육적 차원에서 보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과 이해만을 기준으로 방송을 평가를 하기 때문에 생긴 일인 것 같다" 고 말했다.
한 방송관계자는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는 것이 상식"이라며 "사주 등 특정한 집단이나 대기업의 사익을 위해서만 일하면서 민주주의의 틀을 이용만 하는 수구신문들이 성숙한 민주주의가 정착하는 과도기에 자기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다"며 두 신문을 비판했다.
한 현직기자도 이번 갈등에 대해 "평소에 교육방송에 관심도 거의 없던 언론과 정당이 갑자기 이렇게 관심을 보인 것은 'KBS 때리기'처럼 오히려 그쪽에서 어떤 정치적인 의도와 계산이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방송계 일각에서는 두 신문과 한나라당의 EBS에 대한 '과잉반응'이 오히려 방송계를 '반 한나라,반 수구신문' 정서로 묶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패착' 이 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PD들의 공동성명서에는 민감한 사안에는 한 발 물러나는 행보를 보이던 SBS PD협회는 물론 라디오를 포함한 대부분의 방송사의 PD협회들이 함께 동참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PD협회의 공동성명서 전문
***자신과 다른 의견은'붉은 색'으로 보는 색맹증에 걸린 수구집단은 각성하라**
아직도 냉전의 쇠사슬에 묶여 발악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조선일보의 수구 세력들에게 고한다. 사상의 자유와 여론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구시대의 잣대로 우리 사회의 진보적 흐름과 공영방송을 색깔론으로 몰고 가는 작태를 당장 그만 두라.
송두율 교수를 다뤘던 프로그램 '한국사회를 말한다'의 일부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KBS 정연주 사장의 공식 사과가 있었다.
그리고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와 판단은 시청자들에게 넘겨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조선·동아일보는 계속되는 색깔공세로 공영방송 제작진의 양심을 모독하고, 우리 사회를 케케묵은 이념 갈등구도로 몰아 넣고 있다.
우리 PD들은 1999년에 조선일보의 자매지 월간조선이 80년대 국내 자생적 주사파의 이론가였다가 전향한 한 인물을 집중 인터뷰하고 그에게 많은 지면을 할애했던 사실을 기억한다.
수구세력의 표현대로 한다면 김일성에게 충성서약까지 했던 진짜 '빨갱이'인 그를 전향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돌아온 영웅 대접을 해준 것이다. 그에 비하면 KBS '한국 사회를 말한다'가 송두율을 12분 동안 다룬 방식은 방송 시점까지 알려졌던 사실에 근거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한나라당과 조선·동아 수구세력은 자신이 적으로 설정한 진영을 공격하기 위해, 객관적인 사실과 맥락은 모두 무시하고 이성을 잃고 날뛰는 구시대적 작태를 당장 그만두기 바란다.
색깔을 제대로 구분 못하고, 자신들의 의견과 다르면 뭐든지 붉은 색으로 보려는 수구 냉전 세력의 색맹증이야 말로 민주주의 다원성과 여론의 다양성을 말살하는 심각한 고질병이다.
수구세력 당신들이 색깔과 이념을 들먹이며 발악하면 발악할수록, 그 쇠사슬에 점점 더 옭매여, 새 시대를 염원하는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 받게 된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
이번 KBS, EBS에 대한 색깔론 공세를 보면서 우리 PD들은 반통일 냉전 수구 세력들의 고질병인 적색 색맹증과 맞서, 그 어떤 부당한 간섭과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민족의 평화와 화해를 모색하는 참 언론의 길을 걸을 것을 엄숙히 결의한다.
2003년 10월15일
MBC프로듀서협회 SBS프로듀서협회 EBS프로듀서협회 CBS프로듀서협회 PBC프로듀서협회 BBS프로듀서협회 TBS프로듀서협회 iTV프로듀서협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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