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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닫고 입만 연 수신료 인상, FTA와 뭐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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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닫고 입만 연 수신료 인상, FTA와 뭐가 달라"

시민사회단체 "수신료, 얼마 올리느냐는 문제 아니다"

"이건 마치 지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일정과 너무 똑같다. 형식적으로 사회적 의견이 수렴되는 듯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전혀 변하지 않은 채 미리 정해놓은 안을 추진하는 모양새다."

전규찬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소장은 KBS가 수신료 인상안을 지난 9일 오전 이사회에서 통과시킨 것은 정부가 한미 FTA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문화연대 및 EBS 주최로 열린 'TV 방송수신료의 사회적 평가: KBS 수신료 인상안과 그 대안을 중심으로' 토론회에서 발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미디어단체 소속 전문가들 역시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재 KBS가 추진하고 있는 방식 및 내용은 부적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떤 비판이 있더라도 '그냥 간다'는 KBS"

▲ ⓒ프레시안

"지금 KBS인상안은 여러가지로 부적합하다. KBS 내부적 합의를 이루려는 노력이 미비하며 따라서 사회적 신뢰도 상당부분 상실돼 있다. 인상안이 마련된 상황에서 그에 관한 사회적 판단을 구하는 과정은 형식적으로만 이뤄졌다. 지난 6월 25일 공청회 바로 다음 날 KBS의 원안이 이사회에 상정된 것은 사회적 의견을 청취해 반영하겠다는 약속이 허구였음을 드러낸다."


전규찬 소장을 비롯해 참석자들 사이에서 이날 가장 많이 거론됐던 내용은 지난달 25일 KBS가 주최했던 공청회였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지난 공청회는 그야말로 실망스러웠다"며 "대국민 약속으로 내놓은 10가지 항목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날 KBS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혜택을 비롯해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그램 제작 △EBS 수신료 7% 인상 △KBS 2TV 광고 수익 33%로 축소 등을 포함한 10가지 '약속'을 내놓았다.

추 처장은 "어떤 비판이 있더라도 '그냥 간다'는 분위기 속에서 KBS가 입은 열었지 귀는 닫았다는 원론적인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며 "분명히 사회적 합의가 필요함에도 기형적으로 흐르고 있는 논의과정 자체를 '쇼'로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정연우 정책위원장은 "돈을 더 내라는 수신료 인상에 어떤 식으로든 반대하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이 많다"며 "충분히 설득할 논리와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공영방송의 신뢰성 자체를 심각하게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KBS는 지금 공익성을 강화하겠다는 선언적인 문구들을 많이 발표하고 있다"며 "그러나 수신료만 올리고 나면 약속을 안 지킬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상당수 시청자들이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국민들이 언제 디지털 전환 해달라 요구했는가"

또 참석자들은 KBS가 수신료 인상이 필요한 주요 원인으로 내세우는 디지털 방송 전환에 드는 비용 역시 논리가 부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KBS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8521억 원을 들여 디지털 전환에 드는 시설투자 및 HD 제작비 증가 비용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며, 이를 위해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은 "KBS는 수신료 인상에 관한 모든 부분을 디지털 전환 완료와 연계시켜 잡고 있다"며 "그러나 디지털 전환을 명령한 것은 정부였고 국민들은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이를 명분으로 수신료를 올리겠다고 하면 설득이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김환균 PD연합회 회장은 "디지털 전환 비용 때문에 수신료를 올려야 된다는 전제부터 틀렸다"며 "디지털 전환 사업의 수혜를 입는 쪽은 가전제품 회사들이고 비용은 그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규찬 소장은 "KBS는 난시청 문제 해결, 디지털 정보 격차 해소 등의 사회문화적인 이익을 내세우고 있다"며 "그러나 디지털 전환사업의 배후에는 산업적, 경제적 지배논리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권호영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사람들은 이미 컴퓨터로 TV를 보고 있고 VOD가 확산될 것을 예상하고 있는데 선형방송의 디지털화를 위해서 수신료를 인상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변한 환경에 걸맞는 공익적 서비스를 구현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1차적으로 추구해야할 목표라고 본다"고 밝혔다.

"수신료 인상은 KBS 아닌 공영방송 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참석자들은 현재 논란이 '공영방송'이 아닌 'KBS'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 점 자체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또 이들은 따라서 KBS 및 EBS를 포괄하는 공영방송 전체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KBS가 내놓은 수신료 인상안이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영란 사무국장은 "어떻게 해서든지 이 기회를 타서 무난하게 수신료를 인상하려는 KBS의 태도에서 (1500원 인상안이) '너무 비겁한 금액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전규찬 소장은 "시청자 입장에서는 1500원 정액 인상이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며 "그러나 결국 이렇게 되면 이후에도 수신료 비중이 예산의 절반 수준에 그쳐 선진적인 공영방송의 재원구조에는 여전히 미달된다"고 밝혔다.

그는 "현행 48% 수준인 2TV의 광고비중을 33%로 줄이겠다는 KBS의 계획에는 여전히 높은 광고의존도로 인해 공익성과 공공성이 훼손될 위험성이 남아있다"며 수신료를 5000원으로 인상하고 2TV의 광고비중을 20% 수준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환균 회장은 "4000원 안은 그야말로 감으로 대충 정한 것 같다"며 "KBS 및 EBS의 공영성 확보를 위해 광고를 하지 않을 때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해 단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본다"며 수신료는 현재 수준에서 7000원이 적절하다고 제안했다.

전규찬 소장은 KBS의 대국민 약속과 다소 다른 '수신료 인상합의를 위한 10대 조건'을 제시하며 △수신료의 중장기 운용 계획안 마련 △EBS 수신료 배분율을 7%(KBS 발표안)가 아닌 10%로 확대 △경역 혁신과 공영성 강화를 위한 내부 노사 합의안 마련 △스타권력시스템으로부터의 탈피 등을 제시했다.

공은 방송위로…"다양한 대안 검토돼야 할 것"

한편 이날 KBS 이사회가 승인한 수신료 인상안은 60일 이내에 방송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국회 안건으로 상정된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방송법에는 방송위가 KBS의 결정만 검토해서 국회로 넘어가도록 규정돼 있지 않다"며 "방송위는 이날 제시된 대안들을 비롯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해 국회에서 합리적인 수신료 인상안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KBS는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인상안이 통과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KBS 정연주 사장은 수신료 인상안의 필요성 등을 호소하는 차원에서 10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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