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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라

[오동진의 영화갤러리]난무하는 영화제, '교통정리' 필요

이쯤 되면 이제는 누군가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할 때가 됐다. 국내에서 하는 국제영화제 얘기다. 한마디로 너무 많다. 사람들은 말한다. 영화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마음 속에서 이거 너무 많은 거 아냐,하면서도 정작 공식적으로 얘기할 때면 동어반복의 말을 한다. 영화제는 말이죠,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라구요. 맞다. 영화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만큼 관객들은 다양한 영화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 멀티플렉스에서는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주옥 같은 비상업영화들, 예술영화들을 한거번에 몰아서 볼 수 있으니까. 그런데 상황을 좀 보자. 향후 한달여의 기간동안 국내 관객들이 마중해야 할 영화제는 다음과 같다. 6월27일 미쟝센 단편영화제부터 7월12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7월19일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7월20일 시네마 디지털 서울 2007, 8월9일 제천국제음악영화제, 8월17일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등등이다. 여기에 7~8월 한달동안 서울아트시네마와 씨네큐브,스폰지하우스 등에서 일제히 열릴 비상업영화관들의 공동 영화제인 넥스트필름 여름영화축제까지 이쯤되면 정말 정신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서울시는 또 서울가족영상축제를 만든다고 하고 서울 중구청이 주최하는 충무로영화제도 열린다고 한다. 하여, 요게 좀 교통정리가 됐으면 싶은 마음이 자꾸만 든다. 특정 시기에 너무 집중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영화제마다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또 지자체의 돈을 들여서 행사를 치르는 만큼 효과가 백배여야 하는데, 한달여 동안 집중되다 보니 서로간 변별력을 상실해 버리는 부작용이 생기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와 노파심이 든다.
(왼쪽부터) 미쟝센단편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시네마디지털서울,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게다가 7월과 8월은 끔찍한 폭염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기간이다. 사람들은 대개 더위를 피해 휴양지를 찾기 마련이고 영화제가 제공하는 시원한 극장이 피서지의 대용이 되면 좋겠지만 그건 우리사회의 여가문화가 부박했을 때의 얘기다. 경제사정이 어쩌느니 저쩌느니 해도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바다로 떠난다. 그런 상황에서 영화제들이 제몫을 잘해낼 수 있을까. 들인 돈만큼, 꼭 돈 얘기가 아니더라도, 문화적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낼 수 있을까. 어렵게 준비하는 잔치에 찬물을 끼얹자는 얘기가 아니다. 영화제가 몰리다 보면 프로그래머들이 영화들을 수급하는데 있어서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여기도 일정한 거품이 낄 것이며 그러다 보면 내용면에서 부실화가 진행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영화진흥위원회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국제영화제만 하더라도 4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제는 정말 '관리'가 필요할 때다. 영화제를 운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몇 년 전부터 논의돼 오던 '국제영화제 협의체'같은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다. 영화제 조직위원회나 집행위원회의 대표격 인물들이 모여서 각 행사의 시기를 조절하고, 때론 공동으로 프로그래밍을 논의하며, 무엇보다 공동 마케팅을 실행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영화제는 다분히 이익을 볼 수도 있을 것이요, 또 어떤 영화제는 다소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각 영화제마다 플러스 되는 것과 마이너스가 되는 것을 연차적으로 조정해 낼 수 있다면 이런 협의체의 존재 여부는 정당성을 얻게 될 것이다. 영화제는 그간 국내 영화문화의 다양성을 넓히게 하는 역할을 해왔다. 때문에 영화제가 너무 많다는 식의 유아적 태도를 가져서는 안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제들마다 관객들에게 조금 더 친절해질 필요는 있을 것이다. 한꺼번에 잔칫상을 차리면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게 되기 때문이다. 이건 행복한 비명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작금의 영화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고민이다. (* 이 글은 영화 주간지 '무비위크' 284호에 실린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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