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2가 낙원상가 4층에 있는 서울아트시네마는 외로운 극장이다. 파고다 공원 주변의 난삽함과 늘 아수라장이 되는 교통체증 등등, 이곳에 국내에서 가장 주옥 같은 영화들이 상영된다는 사실 자체가 아이러니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아트시네마는 매주, 매달, 매 시즌마다 영화광들이라면 외면하기 어려운 프로그램으로 한국 영화판에 '들이대기'를 시도한다. 이번 여름시즌도 마찬가지다. 7월19일부터 8월19일까지 정확히 한달간 <2007 시네 바캉스 서울>이란 제목으로 대대적인 필름 축제를 개최한다.
. 골라보기가 어려울 정도 이번 <2007 시네 바캉스 서울>은 너무 '먹을 반찬'이 많아 자칫 주식인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일 정도다. 일단 행사 부문만 7가지가 된다. 먼저 ▲ '회고전'이 있고 ▲ '명화극장'이 있으며 ▲ '음악과 영화' ▲ '공포특급' ▲ '애니메이션 특별전' ▲ '서울아트시네마 개관 5주년 기념 특별상영', 그리고 ▲ '만남&교육'이란 이름으로 열리는 각종 행가가 준비된다.
'회고전'의 중심 인물은 일본의 기인 감독 미이케 다카시 작품들이다. 황당무계한 액션영화에서 난도질의 공포영화까지 그야말로 각종 장르를 종횡무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해 온 미이케 다카시는 알게 모르게 국내에 강력한 '광팬'들을 지닌 인물이다. 그의 대표작 <데드 오어 얼라이브>를 비롯해 <46억년의 사랑> 등을 만날 수 있는 기회. '명화극장'은 오드리 헵번, 잭 레몬 등 한마디로 할리우드 불멸의 스타의 작품들을 총 집합시킨 부문이다. 여기에 유성영화 이래 가장 놀라운 콤비 개그를 선보인 막스 브라더스의 코미디 영화들이 얹혀진다. 박중훈 주연의 <찰리의 진실>의 원작이었던 오드리 헵번 주연의 <샤레이드>를 볼 수 있으며 스티브 맥퀸 주연의 <대탈주>,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불후의 명작 <졸업> 등도 상영된다. 꼭 올드 팬들이 아니더라도 시대가 진정성을 지니고 있던 시절엔 과연 어떤 영화들이 만들어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음악과 영화'부문은 말 그대로 영화와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음악영화들이 상영된다는 얘기다. 뮤지컬 영화들이 주축이다. 뮤직비디오 영화들도 함께한다. <카바레>, <마이 페어 레이디>, <핑크 플로이드의 월>, 그리고 재즈영화 <라운드 미드나잇>도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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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특급'은 여름시즌인 만큼, 아무리 비상업영화 애호가들을 상대로 하는 극장이지만 친절한 관객 서비스용으로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프랑켄슈타인 죽이기>같은 1970년대 영화에서부터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혐오>같은 스릴러도 상영된다. 조 단테의 <그렘린>같은 할리우드 영화도 준비된다. 이밖에도 '애니메이션 특별전'은 애니메이션 팬들이라면 오직 애니메이션만 볼 수 있게끔 수십편의 작품을 준비해 놓았다. 소주제별로는 '애니메이션 충격전'으로 묶을 수 있는 도발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만남&교육'은 다큐멘터리 감독인 변영주 등을 초청, 강의와 관객토크 등을 이어 나간다는 계획. 서울시의 발표에 따르면 낙원상가는 2008년경에는 철거될 예정이다. 서울의 유일한 시네마테크인 이 '서울아트시네마'의 앞날 역시 점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이번 축제야말로 서울아트시네마가 여름을 나는 마지막 행사가 되기 쉽다. 이번 영화축제에 특히 공을 들인 느낌이 나는 건 그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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