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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뿌리 뽑아 관광도시 건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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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뿌리 뽑아 관광도시 건설하자?

[인권오름]거리보다 나을 게 없는 '노숙인 쉼터'

'회전문 현상'이란 말이 노숙인 복지에서 자주 인용되고 있다. 노숙 생활에 처하게 되는 이들이 "거리→쉼터1→쉼터2→거리"와 같은 식의 삶을 순환할 뿐, 벗어나기 힘든 상황을 일컫는 것이다.

IMF 10년을 경유하는 지금, 노숙 생활을 하는 이들의 현실은 어떤가 하는 물음들이 있다. 잘은 모르겠지만 여전히 회전문은 돌아가고, 그 순환에 유입되는 사람들은 늘어간다.

IMF부터 지금까지 노숙을 가능하게(?)하는 원리들이 여전히 작동하는 것을 볼 때, 10년이란 시간은 그다지 격세지감할 만한 것은 아닌 듯하다.

그간 노숙인 복지 정책은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다. 애초의 쉼터 편향 정책에서, 거리 노숙 현장에 밀착한 지원을 실시하기 위한 '상담보호센터'가 만들어졌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되었듯 서울시는 '노숙인일자리갖기 프로젝트'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노동부를 통해 서울 2곳 상담보호센터 내 노숙 생활자들을 위한 고용지원센터도 설치되었다. 과거 다루지 못했던 영역들이 노숙인 복지 영역에 포함되는 것은 개선되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서울시의 경우를 볼 때, 노숙인 정책이 개선되었다는 평가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노숙인 정책의 구색은 갖췄으되, 서울시는 그것들을 '시설 입소, 거리노숙 근절'이라는 유일한 목표의 도구로 사용할 뿐이기 때문이다.

노숙인들의 명의도용 문제가 심각하니 '시설 입소' 시켜야 하고, 거리 급식에 대해 인권침해의 여지가 있으니 '시설 입소' 시켜야 하고,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려면 '시설 입소'를 하라는 형국이다. 이들 사이의 인과관계는 없다. 서울시에게는 오로지 '시설 입소'란 해답이 중요할 뿐이다.

서울시 언론 플레이의 단골 메뉴는 "쉼터가 텅텅 비었는데 안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때마다 쉼터 정원보다 미달한 현원을 예로 들고, 공실률이 몇 퍼센트란 통계를 들이대곤 한다.

그러나 이 통계는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은 것인데, 기준이 잘못 되었기 때문이다. 노숙인 쉼터의 정원은 1인 당 면적기준을 얼마로 한다는 최소한의 기준도 없이, 말 그대로 "너네 집은 몇 명 들어가 잘 수 있어?"란 식으로 정해진 것이다.

당연히, 입소 가능한 인원보다 정원이 상향 책정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은 당시 서울시에게는 노숙인 쉼터를 충분히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전략이기도 했다.

현재 서울시내 노숙인 쉼터는 거실까지 침실로 사용하거나, 한 방에 30명이 생활하는 곳도 있을 만큼 과포화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쉼터로 더 밀어 넣겠다고? 사생활 보장도 되지 않으면서 비좁기까지 한 쉼터가 거리보다 나을 이유가 있을까? 적어도 '시설 입소'를 추진하려면 쉼터를 들어가 살 만한 공간으로 바꿔놓는 게 우선 아닐까?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과 함께 시정운영 4개년 계획을 발표하였고, 그 핵심 프로젝트 중의 하나로 '경제문화도시마케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서울 시청 정문에 '거리노숙철거용역반'이라는 팻말을 다는 활동가들 ⓒ인권오름

서울시가 올 초부터 눈에 불을 켜고 시도하고 있는 '시설 입소', '거리노숙 근절'은 바로 이 경제문화도시마케팅 사업의 기반 공사에 해당한다.

서울시를 상품으로 잘 포장하여 1200만 명 관광객을 유치, 세계 20위 관광도시로 만들기 위해 노숙인이라는 '불량품'부터 골라내겠다는 술책이다. 따라서 서울시의 노숙인 대책은 시설 입소만을 목적으로 하며, 그 안에서의 생활은 관심사가 되지 않는다. 이때 시설 관리 유지비가 적게 들면 금상첨화다.

역시나 계산에 밝은 서울시는 노숙인 쉼터를 통폐합해 대형 시설화 시킬 계획이다. 소규모 시설을 통해 낙인을 해소하고 지역사회에 기초한 실천을 해야 한다는 요구는 경제 논리로만 무장한 서울시에게는 한심한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고엽제 전우회로 편성된 '노숙인 순찰대'를 동원하여 노숙인들을 끌어내고 강제 시설입소까지 시키는 서울시의 작태를 볼 때, 어쩌면 이는 너무나 당연한 일 일 것이다.

경제문화도시마케팅 사업은 서울시 전체에 포장지를 씌우는 일이다. 따라서 도시빈민들에 대한 서울시의 탄압은 과거 국제 행사때마다 두문불출할 것을 명령했던 방식보다 더 광범위하게 진행될 것이다.

당시에는 그나마 '너희들만의 공간'을 인정했다면, 이제는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도시빈민들을 도려내는 방식일 것이다.

실제 서울시의 행보는 공공역사 중심으로 노숙인 순찰대를 배치하여 노숙인을 몰아내고, 주요 노숙지에 노숙금지구역 딱지를 붙이고, 인사동과 같이 관광객 출입이 잦은 곳을 '노숙자율금지구역'으로 지정하는 작태를 통해 노숙인 청소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러한 행정 폭력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빈곤의 한 형태인 거리 노숙생활이 폭력행정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과 같이, 생존권에 대한 폭력 앞에 노숙 생활자들이 순순히 무릎 꿇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이 글은 인권운동사랑방에서 발행하는 <인권오름> 최근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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