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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야청청' 끝낸 손학규, '정글'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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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야청청' 끝낸 손학규, '정글' 속으로

대통합 역할, 비토론 극복 등 '산 넘어 산'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결국 범여권의 배를 탔다. 대선주자 연석회의 참여나 대통합 방법론에 대한 구체적 발언은 없었으나, 한나라당 탈당 후 98일 간 범여권 주변에서 '인공위성' 행보를 보여 온 그가 스스로 범여권 대선주자임을 인정했다. 범여권 밖에서 홀로 독야청청하던 시기는 이로써 끝났다.
  
  이는 범여권 각 세력과 대선주자들이 진흙탕에서 함께 뒹구는 본격적인 대선경쟁 국면을 알린 신호탄이다. 손 전 지사에게는 두 가지 과제가 주어졌다.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공통과제인 '어떻게 대통합을 이룰 것이냐'의 문제와 개인적 숙제인 한나라당 탈당의 멍에 극복이다.
  
  김근태 타고 범여권 연착륙?
  
  그의 합류에는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적극적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최근 두 사람 사이에는 '밀월'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접촉이 잦았다. 손 전 지사가 지리산 종주를 떠나기 직전인 지난 21일 저녁 김 전 의장과 회동한 데 이어 25일 오전 손 전 지사의 '범여권 합류' 소식을 먼저 알린 사람도 김 전 의장이었다.
  
  또한 이날 오후 손 전 지사는 김 전 의장을 여의도 모처에서 만난 자리에서 "대통합을 이루려는 김 전 의장의 충정을 개인적 벗으로서 뿐만 아니라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뒷받침해야 대의가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우상호 의원의 브리핑에 따르면 손 전 지사는 회동에서 "김 전 의장이 추진하는 대통합의 방향과 방안의 뜻을 존중하고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며 "김 전 의장이 주도하는 대통합의 흐름에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자신의 대통합 구상을 김 전 의장에게 백지위임한 것으로, 범여권 통합에 있어 도덕적 권위를 행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사인 김 전 의장을 징검다리로 범여권 합류에 연착륙하려는 의도다. 여기에는 대통합 국면 이후 합류 시 불가피한 '무임승차' 논란을 피해가자는 전략이 깔려있다.
  
  그러나 여전히 범여권 대통합이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손 전 지사가 마냥 김 전 의장의 방패막이를 기대하긴 어려운 처지다. 당장 27일 민주당과 중도통합신당이 법적으로 통합할 경우 고착화될 소통합 흐름이나 친노파 등 열린우리당 잔류세력과의 관계설정은 스스로 풀어가야 할 숙제다.
  
  진흙탕 경쟁의 서막
  
  당초 7월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손 전 지사의 전격적인 합류 선언의 또 다른 배경에는 최근 지지율 상승에 따른 자신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이런 추세라면 오픈프라이머리에 참여해도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섰다는 것이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호남에서 선두를 차지한 결과도 나왔다.
  
  일단 범여권 제정파는 손 전 지사의 범여권 합류 선언으로 본격적인 대선후보 경선의 모양새가 갖춰진 점에 반색했다. 손 전 지사와의 본격적 경쟁을 통해 지지율 재고를 노리는 정동영 전 의장도 "손 전 지사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환영했다.
  
  또한 이날 발족한 범여권 국민경선추진협의회의 움직임도 '손학규 효과'에 힘입어 주목도가 높아졌다. 손 전 지사의 참여가 기정사실화됨에 따라 지지부진한 세력 통합 논의마저 후보중심의 통합론으로 견인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많다.
  
  하지만 손 전 지사는 본격적인 견제를 감수해야 할 처지다. 당장 이해찬 전 총리는 이날 "손 전 지사의 합류에 반대하진 않는다"면서도 "엄격하게 이야기 하면 손 전 지사는 범여권은 아니며 한나라당에서 탈당한 대권후보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의 시선도 마뜩치 않아 보인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손 전 지사가 참여하고 말고는 우리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면서도 "범여권이라는 표현에 손 전 지사를 포함시키는 것은 올바르지 않고 국민들을 혼동시킨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친노진영의 이같은 견제가 아니어도 손 전 지사가 본격적인 경쟁국면에 참여한 이상 그에 대한 비토론도 조만간 수면위로 올라올 것으로 전망된다. 김근태 전 의장마저 손학규 비토론과 관련해 "그것은 손 전 지사가 감당해야 할 대가"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에서 10여년 간 있었던 점에 대해 설명하고 해명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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