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원대의 이르는 대규모 국책사업인 ‘한국형다목적헬기(KMH)사업’을 정부가 법에 명시된 소관위원회 심의회의 및 실무위원회조차 개최하지 않고 불법으로 졸속 결정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의혹이 일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탈법 밀실행정'은 이번 사업의 배후에 관련업계의 로비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과 맞물려 앞으로 논란을 증폭시킬 전망이다.
***참여연대, “정부가 스스로 관련법 위반" **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소장 : 박순성 동국대 교수)는 29일 안국동 참여연대 회의실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19일 항공우주산업개발정책심의회(위원장 고건 국무총리)가 범정부 차원의 국책사업으로 의결했다고 발표한 KMH사업이 정부내에서 소관심의회도 개최되지 않고 서면으로 서명만 받은 것이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와 국무조정실 담당공무원에게 확인한 결과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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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KMH사업 추진을 결정한 ‘항공우주산업개발정책심의회’는 ‘공공기관의 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시행령’에 의거하여 의무적으로 녹취록과 속기록을 첨부하도록 지정된 12개 국가주요회의 중 하나로 참석대상은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산자부장관, 국방부장관 등 7개 부처 장관과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 국방과학연구소장 등6명의 위촉직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항공우주산업개발촉진법시행령’에도 ‘회의는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고 설명하고 “정부가 스스로 관련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KMH사업추진이 관련법이 정한 의결조건도 충족하지 못함에 따라 무효화 될 수밖에 없다며 사업추진 결정에 대한 진상조사를 정부에 촉구했다.
***"KDI, 국방부 산하 기관에 역하청**
참여연대는 또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는 KMH사업이 사전검토 시기부터 매우 부실하게 이루어진 것도 문제”라며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30조원의 초대형 국책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했다는 유일한 근거가 KDI(한국개발연구원) 용역보고서뿐”이라며 “다각적 검토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더구나 KDI 검토보고서는 그 자체로도 중대한 결함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KDI가 타당성 검토에 대한 용역을 발주처인 국방부 산하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 및 국방연구원(ADD), 산자부 산하기관인 산업연구원(KIET)등에 역하청을 줌에 따라 보고서 자체의 독립성이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번 심의회 의결과정과 KDI 검토보고서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감사원에 ‘국민감사’도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무엇보다 2004년도 국방예산에 책정되어 있는 1백36억원의 KMH사업과 관련된 연구개발비는 우선적으로 삭감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이번 주 중으로 장영달 국방위원장을 면담하고 국방위 예결산 심의에서 KMH산업 관련예산에 대한 삭감과 현재 진행 중인 국정감사에서 이번 사안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 문제를 직접 조사한 권상훈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간사는 "30조원대 국책사업을 실무위원회 회의도 없이 결정한 것도 문제지만 형식적 서면절차만 거쳐 일을 추진한 것에 대해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담당자들의 태도에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말했다.
***국무조정실의 궁색한 변명, "서면으로 더 효율적으로 결정"**
참여연대의 이런 주장에 대해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심의회의나 실무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각 부처가 서면을 통해 의견을 낸 후 결정한 만큼 회의형식을 취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으로 솔직한 의견을 취합해 합리적으로 결정이 내려졌다”고 해명했다.
KMH사업은 현재 군이 운영중인 노후화 된 헬기를 국산개발을 통해 대체하기 위한 사업으로 연구개발비 2조원, 획득비용 13조원을 합해 총 15조 8천억원이 소요되고, 운영유지비까지 합칠 경우 그 규모가 30조원대에 달해 지금까지 단일항목으로 추진된 무기도입사업 중에 가장 큰 규모로 알려졌으나 일각에서는 국방부등이 예산삭감을 우려해 졸속으로 기획한 사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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