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범여권의 대통합론과 차별화된 자신의 브랜드로 '국민대통합' 띄우기에 부심인 가운데, 그가 국민대통합의 한 주체로 한나라당 내 개혁세력을 지목해 미묘한 논제로 번질지 주목된다.
22일 보도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범여권 통합은 기존 틀을 뛰어넘어 외연을 넓혀야 한다"며 "예를 들어 한나라당의 개혁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세력, 시민사회의 능력 있는 정치적 역량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국민 대통합을 위해 한나라당의 많은 사람을 데리고 올 것이다. 한나라당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그쪽으로 가깝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데려올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국민 대통합"이라고 말했다.
손 전 지사의 발언은 극단적인 대결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한나라당의 경선 이후의 혼란상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손 전 지사와 가까운 정봉주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사견을 전제로 "한나라당의 경선이 끝나면 패한 후보 쪽 의원들이 견뎌낼 수가 없다"며 "이 분들이 나와서 합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한반도 평화, 사회 양극화,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문제 등에서 함께 할 수 있는 분들이 3분의 1은 된다고 본다"며 "이렇게 되면 진보와 보수를 넘나드는 통합적 리더십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요컨대 이합집산의 회오리에 휘말린 범여권에 당위적 의제를 던진 것에 그치지 않고 향후의 정치스케줄까지 내다본 다목적 포석이 손 전 지사의 '국민대통합론'에 깔려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8월20일 한나라당 경선 이후 한나라당 일부 세력이 이탈해 손 전 지사 쪽으로 합류하게 된다면 손 전 지사로서는 '국민통합후보 대 한나라당후보' 컨셉으로 대선 경쟁에서 임할만한 동력을 얻게 된다.
정 의원은 "한나라라당 표를 빼앗아 와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못 이긴다"며 "손학규만이 한나라당 표를 가져 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원희룡, 고진화 의원 등 대선경쟁에 출마한 주자들을 끌어들일 경우 손 전 지사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개혁적 목소리가 버텨낼 수 없는 당'으로 한나라당을 낙인찍고, 손 전 지사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한나라당 탈당의 '멍에'까지 대선 승리의 전망으로 치환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의 부정적 요소를 깨고 나온 이미지가 커지면 배신자 이미지는 사라진다"며 "그래서 손 전 지사를 기회주의자나 배신자라고 비판한 사람은 실패한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정치개혁의 꿈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이상을 실현하겠다고 (한나라당을) 나온 사람을 단지 탈당이라는 것으로 낙인찍고 천형을 주려 해서는 안 된다. 나는 기회주의적으로 살아 온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한나라 "정신 나간 발언"
손 전 지사의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이 강하게 비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학송 홍보기획본부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손학규 전 지사는 꿈을 깨고 정신 차리기 바란다. 손 전 시자는 배신의 정치인, 기회주의적 정치인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손 전 지사는 '기회주의적으로 살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자신을 받아주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런 발언이야말로 자신의 과오를 한나라당으로 돌리는 전형적인 기회주의"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한 마디로 정신 나간 발언"이라며 "자신이 몸담았던 한나라당에 침을 뱉고 가더니 권력을 위해 최후의 순간까지 한나라당의 지지 세력을 이용해 보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당도 논평을 내고 "한나라당 13년 동안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 세 번, 경기도지사를 하고 장관까지 지낸 분이 푸대접을 받았다고 한다면 어느 국민이 믿겠느냐"며 "자기를 키워준 친정집에 대해 그렇게 얘기한다면 정치인 손학규 이전에 '인간 손학규'의 자질까지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