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2일부터 21까지 10일간 펼쳐질 1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가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상영작들을 발표했다. 33개국에서 온 215편 가량의 작품을 상영하는 이번 영화제는 경쟁부문인 '부천 초이스'와 비경쟁부문인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 '금지구역' 등 전통적인 섹션들 외에도 다양한 특별전과 회고전을 마련한다. 영화제 개막작으로는 <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 반을 찾습니다>, <철수 영희> 등을 연출한 황규덕 감독의 최근작인 <별빛 속으로>가 선정됐다. 영화제 개막식을 통해 전세계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별빛 속으로>는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고 이제 40대 대학교수가 된 주인공의 환상적인 첫사랑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다. 정경호, 김민선, 김C 등이 주연을 맡았다. 폐막작으로는 인도네시아 영화계에 혜성으로 떠오른 재능 조코 안와르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인 <비밀>이 상영된다. 방화사건을 두고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에로스와 기자 자누스가 사건에 얽히면서 거대한 음모와 비밀에 접근하게 된다는 내용. <비밀> 역시 피판을 통해 전세계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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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자회견 ⓒPiFan |
. 다양한 회고전과 특별전 회고전으로는 로저 코먼의 제자이자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동료인 몬테 헬만 감독의 작품 5편을 선보이는 '미국 B무비의 영웅 몬테 헬만'을 비롯, 이탈리아 호러 영화를 대표하는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대표작들을 상영하는 '다리오 아르젠토: 이탈리아 호러 마스터', 5, 60년대 가족코미디로 명성을 날린 이봉래 감독의 영화들을 모은 '이봉래: 희로애락 일기', 그리고 <해저 2만리>로 유명한 리처드 플레이셔 감독의 영화들을 상영하는 '리처드 플레이셔의 환상여행' 등이 준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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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 <별빛 속으로> ⓒPiF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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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에는 장-뤽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등 프랑스 누벨 바그 감독들의 SF 영화들을 모은 '프랑스 SF 특별전', <바이브레이터>로 잘 알려진 히로키 류이치 감독과 <팔선반점의 인육만두>를 연출한 허먼 여우 감독의 작품들로 구성한 '판타스틱 감독백서 : 히로키 류이치, 허먼 여우', 야쿠자를 소재로 한 다양한 단편영화들을 모은 '야쿠자 23구 컬렉션' 등이 마련되어 있다. 이밖에 특별전은 아니지만, 작년 피판에서 처음 소개되었고 서울아트시네마의 '시네바캉스'에서도 상영되어 큰 인기를 모았던 '마스터즈 오브 호러'의 후속편인 '마스터즈 오브 호러 - 시즌 2'가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섹션의 일부로 상영된다. 시즌 1 때처럼 전세계 호러 거장들의 영화 1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대행사로는 영화제마다 매년 개최했던 '메가토크'나 '한여름 밤의 음악회', '씨네락 나이트' 등의 인기 프로그램 외에도 올해는 특수분장에 대한 워크숍 프로그램인 '환상교실 : 아시아 영화의 특수분장'이 특히 눈에 띄는 행사다. 영화를 한 편이라도 제작 혹은 연출해 본 학생 및 영화감독들을 대상으로 7월 13일부터 5일간 30명 정원으로 열리는 워크숍에는 <친절한 금자씨>, <괴물> 등의 특수분장을 담당했던 전문그룹 '셀'과 <노리코의 식탁>, <에키스테> 등의 작품에 참여한 바 있는 일본의 특수분장 그룹 '니시무라 공작소', <오복성>, <최가박당>, <신 정무문> 등은 물론 <소림축구>에서도 특수분장을 담당했던 미쉘 왕 등의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설 예정. 이밖에도 <마징가 Z>의 원작자인 나가이 고의 원화 전시회가 열리는가 하면, 판타지, 호러, SF 등 장르문학 도서들을 출판하는 출판사들과 공동으로 '장르문학 북페어'도 열릴 예정이다.
. 유럽영화 강세, 아시아 영화의 약진 경쟁부문인 부천초이스에서는 장편과 단편이 각각 10편씩 상영된다.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그랬던 것처럼 대체로 유럽영화들이 강세이다. 다만 올해는 장편에서는 태국영화 <13>, <린다 린다 린다>를 연출한 바 있는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마츠가네 난사사건>, 김민숙 감독과 이정국 감독이 공동으로 연출한 <그림자>, 옥사이드 팡 감독이 헐리웃에 진출하여 <메신져 - 죽은 자들의 경고>를 찍기 전 홍콩에서 마지막으로 찍은 영화인 <다이어리> 등 아시아 영화들의 숫자가 소폭 늘었다. 단편 부문에서는 총 10편 중 3편이 한국영화로, 국내의 젊은 영화감독들이 보다 장르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실험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섹션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즌 2'에 포함된 13편 외에도, 할 하틀리, 이치가와 준, 마크 포스터와 같은 중견 감독들의 신작이 눈에 띄며, 한국영화에 대해 흥미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있는 프랑스의 이브 몽마외 감독의 <한국영화의 성난 얼굴>, 크리스토퍼 도일에 대한 다큐멘터리인 <크리스토퍼 도일의 화양영화>, 슬래셔 영화의 역사를 영상으로 쓴 <슬래셔 영화의 흥망성쇠> 등의 작품들이 눈길을 모은다. 한국영화로는 일반 극장가에서 상영된 바 있는 진광교 감독의 <뷰티풀 선데이>와 이성강 감독의 <살결>, 봉만대 감독의 <신데렐라> 등의 작품 외에도 여명준 감독의 <도시락>, 이종왕 감독의 <몽상무한>, 김삼력 감독의 <아스라이> 등이 상영될 예정이다.
특히 소재와 표현 수위에 있어 과격한 작품들을 따로 모아 상영하는 '금지구역' 섹션에서는 로이드 카우프먼의 신작 <폴트리가이스트>를 비롯해 5편이 상영될 예정. 기존의 '패밀리 섹션'에서 새 이름을 얻은 '패밀리 판타' 섹션에서는 장편 6편과 단편 8편이 상영된다. <아들>, <날아라 허동구>와 같은 국내 개봉작들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올해 새로이 신설된 '애니 판타' 섹션에서는 애니메이션들을 따로 묶어 상영하며, '추억을 찾아서: 나가이 고와 로봇대전'과 '뉴미디어 애니 특별전'의 특별전 두 개와 '애니모어' 등 총 세 개의 소섹션에 구성되어 총 14편을 상영한다.
. 그러나 남겨진 과제들 한때 존폐 위기까지 거론되던 피판이 새로이 전열을 가듬고 준비를 해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다행이지만, 피판을 바라보는 영화계 및 관객들의 시선에는 아직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올해 영화제를 기점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영화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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