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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회장에겐 '경광등'이 위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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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회장에겐 '경광등'이 위협용?

<현장>'보복 폭행' 첫 공판, 김 회장 거친 표현 자주 구사해

새벽에 술집에서 맞고 들어 온 아들의 '보복'에 나섰다가 시작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여정이 경찰서 유치장과 구치소에 이어 드디어 법정에 이르렀다. 1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김 회장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형사8단독 김철환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검찰과 김 회장은 '쇠파이프·전기충격기' 사용 여부에 대해 진실공방을 벌였다.

김 회장 "겁 주려고 경광등 썼을 뿐"

우선 '전기충격기' 사용 여부. 검사는 김 회장에게 "전기충격기로 위협을 줬느냐"고 물었다. 김 회장은 "플래쉬에 빨간 판이 박혀 있는 것 갖고 어두운 장소이기 때문에 얼굴에 (가까이) 갖다 댄 적이 있다. 전기충격기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검사는 "피해자들은 파란 불꽃이 튀고 따닥따닥 거리는 소리가 났다고 하는데, 피고인이 말하는 것은 경광등이고, 경광등은 전기충격기와 다른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 회장은 "전기충격기를 썼으면 쓰러진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데, 쓰러진 사람이 없었다"며 역시 전기충격기 이용 혐의를 부인했다.

검사는 다시 "경광등은 누구한테서 받은 거냐"고 물었고, 김 회장은 "경호원 중 한 사람이 갖고 있었다"고 답했으며, 검사는 "경광등은 왜 갖고 있었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김 회장은 "경광등 자체만 갖고 있어도 상대에게 겁을 줄 수 있는 거 아니냐"며 '위협용'으로 경광등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대답을 했으나, 검사는 납득할 수 없다는 듯이 "경광등으로 사람이 겁을 먹느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 김 회장이 "우리가 운전하다가 경광등을 보면 서지 않느냐"고 답하자, 검사는 "경광등은 어두운 곳에서 사람이 있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한 것이지 겁을 주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김 회장은 짜증스러운 듯 "아무 것도 아닌 문제인데 제가 그걸로 신경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 '보복폭행'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18일 오전 취재진들이 서울중앙지법에서 김 회장 등을 태운 호송차량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쇠 파이프로 안 때렸다" 정정


'쇠파이프' 사용 여부도 피해자들과 김 회장 사이의 진술이 엇갈렸다. 검사는 "쇠파이프로 조모 씨를 때린 적이 있냐"고 묻자 김 회장은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검사가 "공사현장에 쇠파이프가 있었던 것인가"라고 묻자, 김 회장은 "'아시바'(비계:건축공사 때에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임시가설물)로 쓰던 쇠파이프"라고 답했다. 김 회장은 "길이가 상당히 길어 들 수 있는 것 하나로 조 씨의 머리통 한 대 때렸는데 심하게 때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검사는 "피해자들은 등을 때렸다고 하던데"라고 말하자, 김 회장은 "저는 극도로 흥분한 상태로 희롱 당한다는 생각이었다"며 "누구를 어떻게 한 대를 때렸는지 두 대를 때렸는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검사가 "(쇠파이프로) 때린 건 맞느냐"고 확인 질문하자, 김 회장은 "아들 혹은 경호원이 때리려고 하니 잡았다"며 "정정하겠다. 때리는 흉내만 내면서 겁만 줬다"고 쇠파이프 폭행 혐의를 부인했다.

"복싱 아십니까?"

김 회장은 이날 검사와의 신문 도중에 거친 표현을 자주 구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 회장은 아들의 상처에 대해 "처음에는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하는데, 제가 복싱연맹 회장을 했는데, 계단에서 굴러도 이마가 찢어지지 눈이 그렇게 부을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 아들을 추궁해 폭행당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폭력배'에게 맞았다고 보고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애들을 폭력배라고 하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하는가 하면, "청계산 현장에서 어느 정도 때렸느냐"는 질문에는 "복싱 아십니까"라며 "라이트, 레프트"라고 말했다.

"청계산 현장에서 경호원들에게 때리라 지시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피곤했기 때문"이라고 답하자, 검사는 "때리다 지쳐서 그랬느냐"고 맞받았고, 김 회장은 "검사님 생각에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다"라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 회장은 또 "처음에는 조용한 장소에서 차분하게 얘기하고 싶어 도산공원 쪽으로 갔으나 사람이 많아 청계산 쪽으로 가게 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특히 처음부터 아들 폭행자가 나타났으면 일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 회장은 재판 중 "희롱당한다고 생각했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특히 북창동 주점의 사장을 폭행한 것에 대해 "주점 조모 사장이 (폭행자가 아닌) 대타 3명을 보냈다"며 "엉뚱한 사람 데려다 놓고 나랑 지금 장난하냐, 술 마시러 온 것도 아니고 장난하러 온 것도 아니라며 귀 싸대기를 쳤다"고 말했다.

결국 주점 사장은 김 회장의 아들을 때린 종업원 윤모 씨를 데려왔고, 김 회장은 아들에게 "빚진 만큼 갚아라"라고 말했다. 다만 김 회장은 '아들 외에 김 회장도 윤 씨를 직접 때렸느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제 아들 또래인데 내 나이도 있고 그 아이들과 맞장뜰 수 있느냐"며 윤 씨 폭행 혐의는 부인했다.

형사단독 사건 재판 이례적으로 대법정에서 진행

192석의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은 재판 시작 20분전부터 한화그룹 임직원과 기자들로 절반의 좌석이 찼고, 재판이 시작된 이후에는 서 있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이날 재판은 뜨거운 관심 속에 시작됐다. 3~4명의 판사가 재판을 하는 합의부 사건이 아닌 1명의 판사가 재판을 진행하는 단독 사건이 대법정에서 재판이 진행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오전 10시 재판이 시작되자 김 회장은 함께 구속기소된 진모 경호과장과 함께 반팔 하늘색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앉았다.

검사는 사건의 의미 등에 대한 의견진술 없이 간단하게 공소사실 요지를 말했고, 이어 김 회장도 "진실되게 대답하겠다"고 간단하게 말했다. 다만 김 회장의 변호인은 이번 사건이 '우발적' 사건이었음을 강조하는 한편, "한화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한화석유화학이 6월말~7월초 사우디와 합작투자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김 회장이 없을 경우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보석을 호소했다.

한편 검찰 측은 이날 재판에 출석한 5명의 피고인들이 "모두 한화그룹 직원이거나 협력업체 관계자로 김 회장의 진술에 맞춰 다른 피고인들이 거짓 진술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김 회장과 각각 분리해서 심문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증인이 아닌 피고인들은 자기방어권이 있다"는 취지의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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