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가 29일부터 시작되는 가을 프로그램 개편에서 공익성과 실험성을 강조한 편성을 시도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이번 개편에서 선보인 9개의 신설프로그램 중 눈에 띄는 프로그램으로는 <나는 파리의 택시운저사> 저자인 한겨례신문의 홍세화 기획위원이 진행을 맡는 시사다큐멘터리 <똘레랑스-차이 혹은 다름>(화, 오후10시50분)과 미디어 비평프로그램 <미디어 바로 보기>(토, 오후7시)다.
황인수 EBS 편성기획 팀장은 “이제까지 시사프로들이 대부분 제도나 시스템 개선에 대한 선언적 주장이나 약자에 대한 동정심 유발 수준이었다면 <똘레랑스>는 하나의 문제에 대한 서로 다른 세 가지 시선을 통해 서로를 인정하고 사회 속에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진행을 맡은 홍세화 위원은 "우리 사회가 갈등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보는 보는 시각이 있는데 앞으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집단간의 갈등이나 생각과 처지가 다른 데서 오는 차이가 표출이 되고 그 것을 통해서 서로에 대한 부정을 극복하고 서로 용인하면서 양보와 설득을 하는 데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 사회 속에 실체로 존재하는 다름과 차이를 인정한다는 의미에서 1회부터 3회까지 한총련, U대회 국기훼손, 전향장기수 등 첨예한 이데올로기 갈등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특히 첫 방송인 ‘한총련-애국에서 이적까지’에는 현재 한총련에 가입해 수배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과 경찰에 자진출두를 한 학생 그리고 한총련에 반대하는 모임을 이끄는 학생의 삶의 모습을 차례로 보여 줄 예정이다.
황 팀장은 “<미디어 바로 보기>는 타 방송사의 미디어관련 프로그램과 차별화해 본격적인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 읽기)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을 담당한 최정연 PD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시청자가 미디어에 대한 접근, 분석, 평가 능력을 배양하여 광고나 미디어간의 상관관계에 의한 숨은 메시지를 시청자들이 이해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PD는 “기존의 미디어관련 프로그램이 8대2 정도로 시의성을 중요하게 다루며 ‘미디어 교육’ 부분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다면 이 프로그램은 그 비율을 2대8로 바꿔서 미디어를 보는 방법을 교육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프로그램에서는 언론사의 보도와 관련된 개인과 언론사, 언론사간의 소송이나 인터넷 등 뉴미디어 상의 언론활동에 대해서도 비중 있게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박창순 EBS 편성실장은 “이번 개편은 EBS가 이전에 가지고 있던 고답적이던 이미지를 벗고 변화와 개혁의 길잡이역할을 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송계 일각에서는 이번 EBS의 편성이 내·외부의 압력을 이겨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한 방송담당 기자는 “진보인사가 사회자로 나와서 한총련이나 장기수를 다루는 프로그램이나 보수언론을 비판하는 미디어 프로그램이 방송직전이나 방영 중에 ‘뒤집히는 일’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BS는 실제로 2000년에 편성해 본격적인 페미니즘 프로그램으로 큰 주목을 끌었던 <삼색토크-여자>(일, 오후9시10분)를 사내의 보수적인 분위기로 인해 폐지했다가 이번 개편에서 여성운동가 이숙경, 가수 이상은, 영화배우 정경순씨의 공동진행 형식으로 3년만에 부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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