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이 "현대자동차의 사내 협력업체 노동자 사용은 불법파견이므로 이들은 현대자동차의 근로자 지위에 있다"는 판결을 내린 후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싸움에 오랫동안 함께해 온 한 노동운동가가 밝힌 소회다.
현대차 사내하청의 불법파견 여부는 검찰과 노동부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아 논란이 계속됐던 사안이다. 이에 대해 법원이 '불법파견'으로 결론을 내려 검찰의 결론을 뒤집은 것이다.
법원 "현대차, 구체적 지휘·명령 행사해…2년 넘은 노동자는 현대차 직원"
지난 2005년 12월 현대차 아산 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하다 해고된 김모 씨 등 7명이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박기주)는 "현대차와 협력업체 사이의 도급은 사실상 '근로자 파견'"이며 "제조업의 직접생산 공정업무는 원칙적으로 근로자 파견 대상업무에서 제외되므로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현대차는 도급인으로서의 지시·감독을 넘어서서 사실상 원고들을 포함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해 구체적인 지휘·명령과 이에 수반하는 노무관리를 해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도급이 아니라 파견 관계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파견법상 제조업의 경우 파견 노동자의 사용이 금지돼 있는 만큼 현대차의 파견 노동자 사용은 불법이다.
재판부는 또 불법파견에 대해서도 파견법 제6조 3항의 '고용의제(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가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만일 위법한 파견에는 고용의제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면, 도급계약의 형식을 빌린 불법파견관계의 경우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어렵게 되고, 사용사업주는 이 사건 규정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파견업 허가를 받지 않은 파견사업주로부터 파견을 받으려는 강한 유인을 갖게 되는 문제까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김모 씨 등 4명은 파견된 날로부터 2년이 만료된 날의 다음 날부터 피고(현대차)의 근로자 지위에 있다"고 판시했다. 당초 소송을 제기했던 7명 가운데 3명은 근속 2년이 넘지 않아 현대차의 직원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현행 파견법은 사용사업주, 즉 원청이 2년 이상 파견 노동자를 사용할 경우 2년이 지난 다음날부터 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게 돼 있다.
검찰의 '불법파견 무혐의' 처분, 법원이 뒤집어
이번 판결은 무엇보다 현대차의 불법파견 여부를 둘러싼 논란을 법원이 정리한 첫 판결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노동부는 지난 2004년 현대차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지만 지난해 12월 검찰은 같은 사건과 관련해 '불법파견 무혐의' 처분을 내려 정반대의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은 현대차의 사내협력업체 사용은 '불법파견'이라고 분명히 못 박은 것이다. 이 판결이 대법원 판결까지 확정되면 김 씨 등 4명이 현대차 직원으로 간주됨과 동시에 자동차 업계의 협력업체 사용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생산라인의 특성 및 협력업체 사용 양태는 현대차나 다른 완성차 회사들이 전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당장 현재 진행 중인 GM대우 창원 공장의 불법파견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불법파견시 고용의제 적용' 논란도 함께 정리
또 이번 판결은 불법파견 인정시 고용의제 조항의 적용을 받는지에 대해서도 새로운 판결을 내놓았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현행 파견법은 2년 이상 고용시 직접고용으로 간주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위법한 파견', 즉 불법파견의 경우에도 이 조항의 적용을 받는지에 대해서는 해석과 입장차가 존재했다. 기존 판례에서도 불법파견의 경우에도 직접고용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는 판결이 다수를 이뤘었다.
하지만 이번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은 "합법파견에만 고용의제 조항이 적용된다"는 의견을 뒤집고 이들을 현대차의 근로자로 인정한 첫 판결이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는 8일 이 판결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을 계기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명백하게 잘못됐음이 드러난 이상, 정부는 관련자의 문책 및 처벌에 나서야 한다"며 "정부는 또 현대차에 불법파견 시정 및 이들의 정규직화를 위해 강력한 행정지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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