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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날 수 없는 '노무현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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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날 수 없는 '노무현의 덫'

[분석]'노무현 프레임'의 수혜자와 희생양은?

노무현 대통령이 일거에 다시 정치의 중심에 섰다. 4시간 15분에 걸친, 거침없는 노 대통령의 '독설'은 전방위로 날아갔다. 특히 한나라당과의 무한대치는 필연적 수순. 하지만 노 대통령과 DJ의 전략적 연대 여부는 더욱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노무현 대 한나라당'의 대립 구도 속에 범여권 대통합론자들이 설 땅은 좁아졌기 때문이다.
  
  盧-한나라, '갈등적 공존'?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2일 발언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금주 중 중앙선관위에 고발 조치키로 했다. "제2의 탄핵 유도 발언"이라면서도 정면 대립을 피해가지 않겠다는 뜻이다. 청와대도 4일 "앞으로 선거법을 따져보자"고 했고 경부운하, 열차 페리 등 대선후보들의 공약에까지 메스를 댈 기세로 맞섰다.
  
  그러나 제2의 탄핵사태 수준까지 발전할 것 같지는 않다. 한나라당 정형근 최고위원은 이날 "노 대통령과 진흙구덩이 속에서 함께 뒹구는 것은 노 대통령이 절실히 원하는 것"이라며 전략적 대응을 주문했다. 무턱대고 오버한 결과가 빚은 '탄핵의 추억'을 되풀이할 만큼 한나라당이 어수룩하지 않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어쩌면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갈등적 공존'의 형태로 상황을 즐길 가능성이 적지 않다.
  
  우선 노 대통령에게는 한나라당 비판이 정치 개입의 단서다. 반(反)한나라당이라는 대전제 하에서만 범여권에 대한 훈수가 정당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한 '독재자의 딸' 발언이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부운하 구상에 대한 비판은 범여권 어느 정파와도 코드를 맞출 수 있는 소재들이다.
  
  노 대통령의 입을 통해 나온 한나라당 비판이 현존하는 권력과 앞으로 집권이 유력한 집단 간의 정면 대결이 된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노 대통령은 이 갈등 속에서만 '참여정부 실패론'을 적극적으로 공박할 수 있을 뿐더러, 지지자들의 재결집이라는 부수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한나라당의 입장에선 어떨까. 지금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실체를 갖춘 적(敵)이다. 이렇다 할 범여권 대선주자가 없는 탓에 한나라당의 갈등은 외부로 향하지 못하고 집안싸움으로만 번져 왔다. DJ의 표현을 빌면 "허공에 대고 혼자 주먹을 휘두르는" 처지가 얼마나 곤혹스러웠을지 추정해보기 어렵지 않다.
  
  그런 마당에 노 대통령이 카운터파트를 자청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특히 4.25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무노(無盧) 선거'의 혹독한 쓴 맛을 봤다.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적 밑바탕에는 노 대통령이 '반드시' 역할을 해 줘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볼 때 논란이 되고 있는 '취재시스템 선진화 방안'도 정치적 맥락에서만 보면 오래 갈수록 청와대나 한나라당 모두에게 좋은 의제다. 원론적인 반대 입장을 밝히긴 했으나 어정쩡한 태도인 범여권은 이 사안에서 역시 국외자일 뿐이다.
  
  '노무현의 덫' 확인한 범여권
  
  이 대목은 조금 더 정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치권에 노무현발 태풍이 불 때마다 범여권은 대단히 곤혹스러워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대통합론자들의 처지가 매우 난감해졌다.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은 이번에도 예외 없이 노 대통령으로부터 "장관을 지내고 나가서 오로지 대선전략 하나만으로 차별화하는 사람들"이라고 비난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렇다 할 항변이 없다. 얼마 전까지 정색하고 제기했던 참여정부평가포럼에 대한 해체 요구도 없다. 지난 5월 초 노 대통령과 극단의 대립각을 세웠던 게 무색할 지경이다.
  
  정 전 의장 측의 한 참모는 "뭐라고 해봐야 얻을 게 뭐가 있냐"고 했다. 김 전 의장 측의 이인영 의원은 "현실정치에 개입하려는 여지가 있다면 좀 문제가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대통령은 정치문제에서 입을 닫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양측의 이런 반응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5월 초 노 대통령과 1라운드를 치를 때는 '탈노(脫盧)'라는 전략적 선택에 의해 이들이 과도할 정도로 치받은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선 대립 자체가 다시금 '노무현의 프레임(틀)'에 갇히는 결과를 낳는다.
  
  게다가 DJ에게서 대통합 메시지가 나온 이후 정 전 의장은 "참여정부의 자산과 부채를 승계하겠다"며 부분적으로나마 통합적 전략으로 선회했고, 김 전 의장 역시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통합추진 움직임에 당분간 몸을 맡기는 쪽으로 기울었다.
  
  또한 범여권 대통합론이 민주당과 김한길 신당의 '소통합'에 덜미가 잡혀 당분간 진척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상황적 요인도 있다. 정대철 상임고문이 추진하는 2차 탈당 움직임 역시 노 대통령의 발언과 소통합 타결의 여파로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같은 정황으로 인해 노 대통령의 발언은, 대선 승리를 위해 김 전 대통령과 한 배를 타는 소위 '盧-DJ 연대'와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연설에서 김대중 정부를 유난히 칭송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합 정당을 만들어 내고 거기서 후보를 부각시키는 방법이 좋겠다"고 한 DJ의 주문과 "총선에나 어울리는 대통합 전략을 대선에 적용하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상반된 것일 수밖에 없었다.
  
  '브레이크 없는 노 대통령'
  
  게다가 친노세력이 정치 세력화의 토대를 갖춰가고 있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참평포럼은 13일 광주.전남, 15일 강원, 25일 충북, 27일 전북지부 발족 등 이달 중 16개 시도 가운데 14개 지부체계를 완성키로 했다. 노 대통령이 전면에 선 친노-비노 갈등의 후방을 차근차근 구축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결국 범여권에서 노 대통령에 필적할만한 대선주자가 나타나 상황을 정리하거나, 비노(非盧) 혹은 반노(反盧) 대통합이 별안간 진척을 이루지 못하는 이상 노 대통령의 공격적인 정치개입에는 브레이크가 없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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