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일이다. 이맘때가 되면 박스오피스 10위를 뽑을 수가 없다. 순위에 오르는 영화가 10편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만한 일이다. 전 극장이 <캐리비안의 해적>이나 <스파이더맨>을 틀고 앉았으니 작품 10편 리스트가 나오겠는가. 한심한 일이다. 돈의 논리가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얘기하는 것조차 신경질나고 지긋지긋하지만 <캐리비안의 해적3>의 전국 스크린수를 다시 한번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몇 개라고? 전국 912개다. 미친 짓이다. 정신들 차려야 할 일들이다. 극장주들, 특히 멀티플렉스를 운영하는 대기업 영화사들은 도무지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이러고도 한국영화산업이 위기라느니 어쩌느니 하는 건 들어줄 수가 없는 얘기가 된다. 스크린독점도 어느 정도여야, 방어논리가 만들어지지 이 정도까지라면 무조건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세상사 모든 일, 균형과 절제가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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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 ⓒ프레시안무비 |
<밀양>의 스크린수도 만만치 않다. 전국 260여개를 잡았는데, 성적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다만 전도연이 수상을 한 이후 예매율이 세배 가까이 올랐다고 하니 이번 주를 지내며 좀 두고볼 일이다. 감독이 상을 타는 경우하고 배우가 상을 타는 경우는 그 티켓파워가 조금 다른 것처럼 보인다. 아무래도 배우가 타면 그 영화가 보고싶어지는 모양이다. 사람들 마음이란 참. <못말리는 결혼>은 개봉 초기 순식간에 100만 관객을 넘는 에너지를 보였으나 한순간에 그 힘이 꺾여 겨우 110여만 관객을 모았을 뿐이다. 마케팅과 배급의 힘으로 승부하는 영화는 결국 안된다는 것을 보여 준 영화였다. 정말 '못말리는 영화'였고 이런 영화는 이제 수많은 케이블TV 시트콤용으로 만들었으면 싶다. 영화가 영화다워야 영화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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