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4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채로 인해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15.8%로 조사됐다. 이날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였다.
이날 조사에서 연령별로는 30대가 16.4%, 40대가 16.7%, 50대가 16.4%가 사채 피해를 겪었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20대 사채 피해자도 13.1%로 나타났다. 사회 초년생까지 사채의 덫에서 자유롭지 못 한 셈이다.
이런 조사 결과는 수목 드라마 '쩐의 전쟁'을 통해 사채의 위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분위기 속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관련기사 : 드라마 '쩐의 전쟁'…'빚의 늪'에 빠진 한국의 자화상)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본부는 드라마 '쩐의 전쟁'을 통해 사채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된 것을 계기로 불법적인 사채업자의 횡포에 대한 대응 요령을 정리한 자료를 배포했다. 드라마가 처음 방송된 다음날인 지난 17일, '드라마 '쩐의 전쟁', 이건 알고 보세요'라는 제목의 자료를 발표한 이후, 25일까지 같은 제목의 자료를 연재 형태로 총3회 발표했다. 17일 배포한 자료의 내용은 "드라마 '쩐의전쟁' 제대로 알고 보세요"라는 기사에 정리돼 있다. 다음은 2회와 3회분 자료를 묶어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 지난 23일(수)~24일(목) 방송분에서는 여주인공 서주희(박진희 분)의 아버지 서인철(박인환 분)이 보증채무를 갚으려다가 사채업자에 시달리고, 사채업자 마동포(이원종 분)가 서주희의 직장에서 행패를 부리고, 봉여사(여운계 분)가 사채업자들과 한 기업의 인수계획을 추진하는 내용이 나왔다. 그리고 지난 17일(목) 방송분에서는 주인공 금나라(박신양 분)가 아버지 금상수(남일우 분)의 빚을 갚지 못해 궁지로 몰리고, 우여곡절 끝에 사채업자를 만나 일수업자로 나섰다. 신체포기각서 때문에 여동생 금은지(이영은 분)가 유흥업소에 취직하고, 주인공 금나라가 초상집에서 행패를 부리는 장면도 나왔다. 주인공의 금상수가 사망 전에 개인회생제·개인파산제 같은 법원 중심의 공적 채무조정제를 이용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게다. 이 제도는 성실하지만 불운한 채무자를 위해 능력에 따라 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탕감해주는 것으로, 사채 역시 조정대상에 포함된다. 현실에서 서주희의 아버지 서인철이 교사 신분을 지키며 사채 빚에서 헤어날 방법이 없을까? 사채업자 마동포에게 형사 상은 물론, 민사 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봉여사나 독고철 노인(신구 분) 같은 '큰손'은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을까? 사채업자는 왜 '사채업자' 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것일까?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가족이 빚더미를 남긴 채 자살했다면, 상속인은 그 빚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일수는 아무나 할 수 있으며, 신체포기각서는 효력이 있을까. 주인공처럼 상가집에 쳐들어가 고인의 시신에서 반지를 빼앗아도 되는 걸까? 교사·공무원의 과중채무, 개인회생제가 있다 서주희의 아버지 서인철(박인환 분)은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다 못해 주유소 아르바이트도 불사하지만, 이자조차 갚기 어려워 원치 않는 딸의 결혼에 직면한다. 3000만 원의 원금이 1억 원으로 불어나는 과정에서 대부업법상 연66%의 금리 제한규정을 지켰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서 씨는 개인회생제 같은 공적 채무조정제를 고려해야 했다. 개인파산제의 경우, 공무원·교사 등은 파산선고 시 자격이 상실된다. 그러나 개인회생제를 이용하면 신청인이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면서, 생계비를 제외한 나머지 소득으로 5년간 빚을 상환하면 남은 채무를 탕감 받는다. 법원 중심의 공적 채무조정제도이기 때문에 금융권 채무는 물론, 사채도 조정 대상이다. 서주희 씨, 위자료 청구소송 준비하세요 사채업자 마동포는 여주인공 서주희의 직장으로 찾아와 아버지의 빚을 대신 갚으라며 동료 직원들 앞에서 폭행과 욕설을 서슴지 않는다. 당연히 대부업법상의 불법추심이자 형법 상의 폭행죄·명예훼손죄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이에 더해 민사 상의 위자료 청구소송까지 고려할 만하다. 승소할 경우, 사채업자의 재산에 강제집행도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채무자 측이 사채업자를 역으로 채권추심(?)하는 셈이다. 마동포·봉여사·독고철, 세무조사 받으세요 드라마 속 사채업자들이 모여 호화스런 파티를 하는 장면에서 봉 여사의 측근인 하우성(신동욱 분)이 고급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장면이 나온다. 마동포 같은 대부업자는 불법추심도 버젓이 행한다. 그런데 이들은 세금을 꼬박 잘 내고 있을까? 실제로 대부업체에 강력한 세무조사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높다. 연66%의 합법적 폭리를 취하면서 자금 운용·조달과정이 불투명하고, 연168~192%의 불법 고리대를 드러내놓고 행하는 업체도 많기 때문이다. 탈세 제보는 국세청, 세무서 등에 인터넷과 서면 등으로 할 수 있으며, 최고 1억 원의 포상금도 있다. 사채업자는 '사채'소리 싫어해?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격! 드라마에서는 봉 여사가 주관한 파티에서 대부업자들이 한목소리로 "사채업자란 소리가 듣기 싫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현실에서는 대부업협회가 대부업자라는 말 역시 좋아하지 않아 '생활금융'이나 '소비자금융'으로 바꾸자는 건의를 정부에 제안했다. 일본에서도 잔인한 채권추심으로 비난의 여론이 일자, 일본 대부업계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려고 명칭을 고치려 한 적이 있다. 이 사례를 우리 대부업계가 모방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백 번 이름을 바꿔도 대부업체가 고리대금업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기업형 사채업자와 일수업자의 공통점, "고금리가 좋아" '큰손' 봉 여사는 그 동안 사채업자로 받은 멸시와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채업의 큰손들과 의기투합해 회사를 인수할 계획을 세운다. 그나마 착한(?) 일수업자로 묘사되는 독고철 노인은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며 봉 여사가 인수할 회사가 높은 이자율로 서민들을 갈취할 것이라고 말한다. 현실에서는 기업형이든 군소형이든, 토종이든 외국계이든, 대부업체는 이미 연 66%의 합법화된 고리를 받으며 급성장하고 있다. 정부의 허술한 감독을 틈타 연66%의 이자제한 규정마저 무시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평균 대출금리는 등록업체가 연168%, 무등록업체가 연192% 수준이다. 기업형 대부업체나 영세 일수업자들 모두 서민을 대상으로 공공연히 약탈적 대출을 한다. 저축은행, 카드사 등의 고리대 장사도 문제 1998년 금리를 연25%까지로 제한한 이자제한법이 폐지되면서, 대부업체뿐 아니라 상호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탈, 금융기관의 고리대 장사가 시작됐다. 저축은행에 다니는 여주인공 서주희는 직원이면서도 추가대출을 못 받을 만큼, 제2금융권의 문턱은 높다. 저축은행의 금리는 연30~40%대로, 최고 66%에 달하는 업체도 있다. 결국 고리대를 규제하고 불법추심을 없애지 않으면, 드라마가 끝나더라도 사채업자와 대부업체의 서민에 대한 '쩐의 전쟁'은 사라지지 않는다. 한정승인·상속포기하면 상속채무 해결 가능 드라마 속 주인공의 아버지처럼 채무자가 빚을 못 갚고 사망한 경우, 상속인이 고인의 채무사실을 안 지 3개월 내에 법원에 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를 신청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주인공 금나라처럼 아버지의 빚 때문에 고통 받지 않을 수 있다. 한정승인은 고인의 배우자와 자녀가 물려받는 재산의 범위에 한정해 채무상속을 승인하는 제도다. 고인의 재산이 1억이고 채무가 10억 원인데, 유가족이 한정승인 상속을 할 경우 상속재산인 1억원 내에서만 빚을 갚는다. 상속포기는 절차가 더 간단하지만, 고인의 배우자와 자녀뿐 아니라 손자·손녀, 친·외가 4촌까지 해야 한다. 일수업자도 대부업체 등록하지 않고 영업하면 형사처벌 드라마에서 독고철로 나오는 일수 사채업자는 시장을 돌면서 일수 돈을 받고 주인공에게 채권추심을 시킨다. 2005년 9월부터 일수업자도 대부업 등록대상에 포함됐으며, 미등록 일수업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금나라 씨,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활용하세요 주인공은 상속채무와 빚 독촉으로 거리의 노숙자로 전락한다. 이처럼 극한 상황에 몰릴 경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이 제도는 근로능력 여부ㆍ연령 등에 관계없이 일정한 빈곤 가구(개인)에 기초생활을 위한 생계비를 지급한다. 다만 주인공 금나라의 경우, 근로능력이 있기 때문에 조건부 수급자로 자활사업, 직업훈련, 구직 활동 등에 참여를 조건으로 생계비를 지급받는다. 돈을 갚지 않는다고 피아노를 빼앗는 것은 명백한 불법 드라마에서 사채업자가 주인공의 여동생 금은지가 소유한 피아노를 강제로 빼앗으려는 장면이 나온다. 명백한 불법행위다. 드라마처럼 사채업자가 채무자의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물건을 가져오면 강도죄가 성립된다. 가끔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면, 압류를 한다며 깡패처럼 생긴 사람들이 함부로 채무자의 집안에 들어와 방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딱지를 붙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가)압류 등은 법원에서 집행권을 부여받은 집행관만 할 수 있다. 신체포기각서는 무효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아버지 금상수가 써준 신체포기각서를 내미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신체포기각서는 법적으로 무효다. 우리 민법은 반(反)사회질서의 법률행위를 규정한 제103조에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하고 있다. 특히 드라마에서 사채업자들이 주인공의 여동생인 금은지에게 성매매를 강요하면서 유흥업소에 소개하는 등의 행위는 민법상 무효이고,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형사 처벌받게 된다. '훌륭한 대부업자'는 없다! 사채업자의 횡포에 몰린 금나라가 돈을 벌려고 사채업자가 되어 가는 인과응보식 문제해결 방법은 현실에서 흔히 있는 사례는 아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지향하는 '훌륭한 대부업자'가 현실에서 존재하기도 어렵다. 드라마 상에서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독고철 노인은 주인공에게 초상집에서의 채권추심을 요구한다. 결코 훌륭한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 게다가 주인공 금나라가 고인의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반지를 빼낸 것은 사체손괴죄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채무자의 인격·가정 파괴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 사채업이나 대부업은 연66%나 그 이상의 고리대를 부과하며 채무자의 가정과 인격을 파탄상태에 빠뜨린다. 따라서 개인파산제 및 개인회생제 같은 공적 채무조정제를 더 활성화하고, 고리대 자체를 엄히 규제해야 한다. 모든 금전·소비대차상의 금리상한을 최소한 옛 이자제한법 수준인 연25% 대로 낮출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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