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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살인미수' 덮어주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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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살인미수' 덮어주는 경찰"

"경찰차가 사람 매달고 400m 질주"…노조 '살인미수'로 고발

경찰이 전국순회 중인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갈등 끝에 한 조합원을 자동차에 매단 채 80Km/h의 속도로 400m 가량을 질주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신고를 받고 나타난 다른 경찰이 "단순 교통사고일 뿐"이라며 사고를 축소하려 한 것도 드러났다. 이에 해당 조합원이 소속된 서비스유통노조 식음료유통본부는 '살인미수' 혐의로 해당 경찰관을 고발했다.

식음료유통본부 및 서비스노조와 민주노총은 2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청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행위를 저지른 가해 경찰들을 즉시 파면하고 구속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합법적인 노조활동에 대한 공권력의 감시와 미행 중단 △같은 경찰 신분이라는 이유로 현행범을 비호한 경찰에 대한 징계조치 등을 함께 요구했다.

"미행·사진채증 하기에 신분 물었다고 경찰이 사람 매달고 질주해?"
▲ 경찰이 민주노총 조합원 한 명을 자동차에 매단 채 80Km/h의 속도로 400m 가량을 질주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노조가 해당 경찰의 파면과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장 뒤로 '믿음직한 경찰, 안전한 나라'라는 경찰청의 슬로건이 보인다. ⓒ프레시안

사건은 지난 18일 전라남도 목포 하구언에서 발생했다. 식음료유통본부 조합원 30여 명은 지난 7일부터 음료유통 회사들의 부당해고와 노조탄압 및 불법 영업관행 개선을 촉구하며 전국 순회 투쟁을 벌이고 있던 중이었다. (☞관련기사 보기 : "음료회사 영업직, 빚 안지고 일할 수 있도록…")

이날 오전 롯데칠성 목포지점 앞에서 출근 피켓팅을 하고 돌아가던 이들은 자신들의 주변을 계속 맴돌던 차량을 발견했다. 한 조합원은 "그 차량이 오전부터 계속 우리를 쫓아다녔으며 사진도 찍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이에 이모 씨가 차량 운전자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다가갔다.

이 씨가 "회사 사람인지 경찰인지 신분을 밝혀달라"고 요구했으나 차 안의 사람들은 "신분증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로 몇 분 간 승강이를 벌이던 중 이 씨가 차가 출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차 앞을 막아섰으나 그 순간, 차량은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현장을 목격했다는 식음료유통본부의 김정일 씨는 "차가 출발하는 순간 이 씨가 본네트 위로 몸을 올렸고 차량 운전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속도를 냈다"고 증언했다. 결국 이 씨는 차 본네트 위에서 지붕에 설치된 캐리어를 붙잡은 채로 약 400m 가량을 시속 80km로 달리는 차 위에서 매달려 있었다. 차량이 멈춘 곳은 영암경찰서 대불경찰초소 앞이었다.

차량 운전자들은 초소 안으로 피신한 뒤였고 이 씨는 심리적 충격과 공포 상태에서 기절해 목포 하당 기독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씨는 현재까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인해 병원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사고를 낸 사람들은 목포경찰서 소속 정보과 형사 백모 씨와 정모 씨로 확인됐다고 노조 측은 밝혔다. 노조는 바로 이날 오후 목포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 노조는 "이 사고를 신고받은 경찰이 가해자가 같은 경찰이라는 이유로 단순 교통사고로 마무리하자며 사건을 덮어두려 했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

"음주단속 경찰이 도주 차량에 매달려 사고당하는 경우는 봤어도…"

음주 단속 등을 하던 경찰관을 뺑소니 차량이 매달고 도주해 경찰관이 다치는 사고는 가끔 알려져 운전자가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한다. 실제 부상을 입지 않더라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실제 대법원도 지난 2004년 판례를 통해 "살인죄에 있어서의 고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 행위로 인해 타인의 사망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하며 그 인식 또는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더라도 소위 미필적 고의로서 살인의 범의가 인정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피해자인 이 씨가 심각한 신체적 부상을 입은 것이 아님에도 노조가 해당 경찰관을 고소까지 하기에 이른 것은 "해당 경찰이 사과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 사고를 대하는 다른 경찰의 태도 때문이다. 노조는 "이 사고를 신고 받은 대불경찰초소의 경찰관들은 '단순 교통사고니 조서를 쓰고 마무리하자'며 오히려 우리를 설득하려 했다"고 주장한다.

경찰 "단순 교통사고일 뿐…노조의 공무집행방해 혐의 수사할 예정"
▲ 노조는 "일반 국민들이 이번 사건과 동일한 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중하게 처벌돼 왔다"며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프레시안

노조는 "일반 국민들이 이번 사건과 동일한 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중하게 처벌돼 왔다"며 "신분이 경찰관이라는 이유로 예외가 될 수 있는 근거는 없으며 더욱이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책임져야 하는 경찰이 가해자가 같은 경찰이라고 이들을 비호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경찰 신분이라는 이유만으로 무고한 시민에게 상해를 입히고도 사과 한 마디 하지 않는 뻔뻔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며 "다른 경찰도 범죄자를 보호하려는 태도를 노골적으로 취한 사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경찰이 이번 사건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다면 이는 경찰의 명백한 직무유기임과 동시에 경찰이 또 다른 살인 방조행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비스노조 김형근 위원장은 "경찰청의 향후 조치와 처리과정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에 대한 경찰의 처리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목포경찰서는 이 사건과 관련 "차량 지붕 위에 사람이 올라타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신변의 위협을 느껴 피하려다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오히려 "교통사고에 대한 조사와 더불어 (조합원들의 경찰에 대한) 협박 등 폭력행위와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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