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레이미, 브라이언 싱어, 크리스토퍼 놀란, 스티븐 소더버그,로버트 로드리게즈의 공통점은? 현재 미국 영화계를 이끄는 가장 뛰어난 영화 감독들이란 점 말고도 또다른 공통분모가 있다. 이른바 '프랜차이즈 상품'으로 불리고 있는 '시리즈 속편'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이블 데드>, <다크맨> 등으로 마니아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던 샘 레이미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성공덕에 초특급 흥행감독으로 자리매김을 했고, 브라이언 싱어는 <엑스맨>시리즈와 <수퍼맨 리턴스>, 크리스토퍼 놀란은 <배트맨>시리즈를 만들었다. 스티븐 소더버그 역시 올 여름 <오션스>시리즈의 세번째 <오션스 13>을 개봉할 예정이다.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스파이 키즈>시리즈에 이어 <신시티> 속편을 준비 중이다. 물론 이들만 속편을 만든 감독은 아니다. 일찍이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가 <대부>시리즈를 만들었고, 조지 루카스는 <스타워즈> 시리즈, 피터 잭슨은 <반지의 제왕>시리즈를 연출했다. 그런가하면 마틴 스코세즈, 마이클 만, 데이비드 핀처, 알렉산더 페인 등 속편영화 연출제의를 완강히 거부하는 미국감독들이 여전히 많은 것도 사실이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킬빌1,2>를 만들었지만, 속편이라기보다는 처음부터 구상했던 하나의 작품을 둘로 나눠 개봉하는 전략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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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미국 영화계에서 속편제작이 갈수록 극성을 부리고 있다. 독창성과 재능면에서 한창 때인 젊은 감독들이 흥행과 작품성 차원에서 안전한 속편영화 연출에 점점 더 많이 뛰어드는 경향이다. 톡톡튀는 감성과 시선을 보여줬던 영화 작가들의 블록버스터 속편 연출을 어떻게 봐야하는 것일까. 흥행대작의 진화 또는 진보로 긍정적인 평가를 해야할까, 아니면 영화문화의 하향화를 나타내는 증거로 보아야할까. 영화감독은 돈을 위해 작가정신을 포기한 것일까, 아니면 점점 더 돈놓고 돈먹기 식으로 기업화돼가는 제작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선책을 택한 것일까.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최근 '속편..안전하되 지루한 길'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영화 평단과 마니아 관객들의 열광적인 기대를 모았던 감독들의 속편연출 경향을 분석했다. 기사에 따르면, 할리우드의 속편제작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005년 여름시즌에 개봉된 속편은 3편에 불과했었다. 하지만 2006년 7편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무려 14편에 이른다는 것. 98년부터 2001년까지 만 3년동안 제작된 속편이 총 14편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늘어난 규모다. 문제는 제작편수 증가보다 젊은 감독들의 실험정신 저하이다. <더 쿨러(The Cooler)>, <러닝 스케어드(Running Scared)> 등 독특한 감성의 스릴러영화들로 주목받아온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웨인 크레이머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슬픈 일"이라면서 "영화스튜디오들이 퍼스널한 영화들을 만들고 싶어하지 않기도 하지만 요즘은 베스트(best) 감독들도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샘 레이미같이 재능있는 사람이 왜 3번째 <스파이더맨> 제작에 참여했는지 이해가 안된다. 그는 2편을 만든 후 (제작)시스템으로부터 빠져나왔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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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의견도 적지 않다. <러시아워> 시리즈를 만든 브랫 래트너 감독은 "속편영화의 실험성, 개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감독입장에서는 그것(속편) 역시 상당한 도전"이라고 강조했다.또 "소더버그의 최고 영화가 <오션스> 시리즈는 아니란 사실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한 감독이 흥행영화의 속편을 만들면서도, 또 한쪽으로는 자신의 개성과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문제작을 만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스티븐 스필버그가 <인디애나 존스 4>의 촬영을 다음달 중순부터 시작할 예정이어서 또다른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지적했다. 스필버그는 <레이더스>, <인디애나 존스>, <인디애나 존스와 최후의 성전>을 만들었고, <쥬라기 공원> 1, 2편을 연출했었다. 하지만 현재 미국영화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감독 겸 제작자인 스필버그가 20여 년만에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를 되살려내기로 결심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드림웍스의 스테이시 스나이더 공동회장은 "시나리오가 너무나 탁월했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흥행을 위한 속편이 아님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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