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경찰의 2차 출석 요구도 거부했다. 경찰은 일단 29일까지 김 회장의 자진출두를 기다려본 뒤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구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 "자진출두 안 하면 체포영장"
서울 남대문경찰서의 장희곤 서장은 28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김 회장 측이 팩스를 통해 '변호사를 선임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출석연기 신청서를 보냈다"며 "김 회장의 출석 여부를 확인한 후 불응 시 체포영장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당초 28일 오전 경찰서에 출석할 것을 통보받았으나 '장기 출장에 의한 피로 누적'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다. 경찰이 다시 이날 오후 4시까지 출석할 것을 요구했으나 역시 출석하지 않았다. 2차 출석 연기신청서에는 '해외출장에 의한 피로는 물론 언론보도로 인한 정신건강 악화'라는 이유도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4시'라는 시한을 박아 김 회장의 출석을 요구했던 경찰이 김 회장의 연기신청을 일단 받아들인 것은 보강 조사를 통해 단서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날 수사관들을 청계산 주변에 보내 현장조사 및 목격자 탐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피해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김 회장이 북창동 술집 종업원들을 직접 폭행한 장소가 청계산이었기 때문에 김 회장이 현장에 있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필수적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미 목격자들의 진술을 확보했고, 사건 발생일인 지난 3월 8일의 관련자 휴대전화 이용내역도 조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종업원들과 한화 측 관련자들의 진술에 상이한 부분이 있어 대질조사를 벌이려 했으나, 종업원 측에서 보복을 우려해 대질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대질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계속 종업원들을 설득 중이다.
경찰, 김 회장 아들 소재파악 못하고 있었나
한편 현재 중국 답사여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 회장의 둘째 아들에 대해 경찰은 "'입국 시 통보요청'을 할 수 있도록 검찰에 지휘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의 아들은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일기 시작한 뒤인 지난 25일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학생들과 중국으로 답사여행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한화 측이 경찰에 김 회장 아들의 출국 여부를 숨겼는지의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화 측 관계자는 "지난 26일 경호실장이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김 회장의 둘째 아들이 중국 현지답사를 떠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28일 불출석 통보서를 받고서야 (김 회장 아들의 출국 사실을) 알았다는 듯이 보도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하지만 경찰은 불출석 통보서 내용을 근거로 "김 회장의 아들이 서울대 교환학생인 것을 몰랐다"고 반박했다. 김 회장 아들의 불출석 사유서에는 "미국 예일대 재학 중인 유학생으로 해외체류 중에 있으므로 지정된 시간에 출석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이 내용만 봐서는 미국에 체류 중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사건 발단의 당사자이자 핵심인물인 김 회장의 아들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은 부실 수사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출입국 관리기록이 경찰에 전달되는 시간이 이틀이 걸린다고 하더라도, 경찰이 28일까지도 김 회장 아들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회장의 아들이 유학생이라는 신분임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에 언제든 출국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요 사건 관련자에 대해 수사 초기에 미리 출국금지 조치 등을 취하지 않은 것은 적절치 않은 대응이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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