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8일 오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해 경찰서에 나와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으나 김 회장 측이 이를 거부했다. 이에 경찰은 김 회장 측에 이날 오후 4시까지 출석하라고 재통보하며 만약 출석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사건의 당사자였던 김 회장의 둘째 아들이 지난 25일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학생들과 함께 답사차 중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밝혀지며 '도피성 출국' 의혹이 일고 있는 한편, 그 동안 김 회장 둘째 아들의 출국 사실을 숨겨 온 한화 관계자에 대해서는 경찰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형사처벌하는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 소환불응 "출장 피로 때문에"
서울경찰청은 김 회장 측에 28일 오전 11시까지 수사본부가 차려진 남대문경찰서에 출석할 것을 서면으로 요청했다. 신분은 피의자 신분이다. 경찰은 이와 함께 법무부의 승인을 얻어 이날 오전 김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김 회장 측은 그러나 소환 예정시각 직전에 '출석연기신청서'를 보내와 "3월 26일~4월 21일까지 해외출장을 다녀와 심신이 매우 지쳐 있어 출석통지에 응하기 어렵다"며 소환 연기 통보를 보내왔다. 김 회장 측은 비서실과 법무팀의 회의를 통해 이와 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회장이 귀국한 지 이미 1주일이 넘었음을 감안할 때 출장 피로를 이유로 소환에 불응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 경찰은 이에 지체없이 "오후 4시까지 출석하라"며 다시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경찰은 김 회장이 이번에도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아들 교환학생 와서 25일 중국답사 출국
'아버지'의 소환불응에 못지않게 '아들'의 도피성 출국 의혹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 있는 줄 알았던 김 회장의 둘째 아들이 지난 25일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 및 학생들과 함께 중국 선양으로 답사여행을 간 것으로 확인된 것. 김 회장의 아들은 미국 예일대에 유학 중이나 지금은 서울대 동양사학과에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어떻게 출국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까. 경찰 관계자는 "김 회장의 아들은 25일 출국했는데 출입국관리소에서 경찰 전산망으로 입출국 상황이 입력되는 데에 1~2일의 시간이 걸려 아들의 출국 사실이 26일 저녁에야 입력됐다"고 해명했다.
그런데다 한화 측이 김 회장의 아들이 국내에 있는 것처럼 속여 왔기 때문에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한화 측이 출국 사실을 알면서도 국내에 있으며 출석 여부를 협의 중이라고 속여 왔다"며 "거짓말을 한 한화 비서실 간부를 28일 임의동행 형식으로 조사한 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들은 예일대 재학해 해외체류 중?
또 경찰에 제출된 김 회장 부인 명의의 아들에 대한 불출석 사유서에는 '예일대 재학 중이고 학사일정 등으로 해외체류 중이어서 출석할 수 없다'고 돼 있는데,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환학생으로 귀국해 있는 상태임을 숨긴 것이어서, 이 해외체류를 '미국'으로 봐야 할지 '중국'으로 봐야 할지에 따라 김 회장 부인도 공무집행방해가 성립될지 결정될 전망이다.
이에 김 회장 아들의 '도피성 출국'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25일은 이미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돼 관심이 집중되던 때이기 때문에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산으로 답사를 떠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설령 그런 의도가 아니었더라도, 사건이 불거진 당시 출국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답사단 일행은 30일 귀국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30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경찰의 일정도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승연 회장 동선 정확히 밝히는 것이 관건
한편 경찰은 김 회장의 '폭행 가담' 여부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일단 김 회장이 '청계산 폭행' 현장에 있었느냐 여부가 관심사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종업원들로부터 진술을 받아놓은 상태이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김 회장의 지난 3월 8일 밤 행적을 밝혀내는 것이 필수적이다. 경찰은 목격자 탐문 현장조사와 함께 주요도로 폐쇄회로TV 등을 통해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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