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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블랙리스트'가 있을 줄이야…"

제주여행협회, 관광안내사 블랙리스트 작성 '파문'

"아래의 가이드는 각 회원사에서 향후 일체 정식채용하거나 파트로도 행사를 맡기지 않기로 서명하였습니다."

지난 3월 23일 제주국제여행업협의회가 회원사에 배포한 공문에 포함된 문장이다. 이 협회는 지난 3월 네 차례에 걸쳐 40여 개 회원사에 13명의 관광통역안내사들의 채용을 막는 공문을 보냈다. 민주노동당의 단병호 의원은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동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제주국제여행업협의회가 회원사들에 발송한 공문을 공개했다.

제주여행업협회 소속 여행사의 책임자들의 자필 서명까지 첨부된 이 공문에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자기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단체행동에 대해서는 그냥 묵과할 수 없다는 의견"(3월 26일 공문)이라면서 13명의 명단이 적시돼 있다. 공개된 명단은 13명이지만 같은달 29일 발송된 공문에는 "추가 명단도 다수 입수돼 있지만 그 공개는 미루고 있다"고 적고 있어 이 협회가 소위 '블랙리스트'를 더 늘리려고 했던 사실도 짐작해볼 수 있다.

이같은 일은 근로기준법 제39조, 취업방해 금지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위법행위다. 제주여행업협회는 왜 회원사들에게 13명의 관광통역안내사의 채용을 하지 말라고 충고한 것일까?

저임금 개선해달라는 요구가 '불순한 의도'인가
▲ ⓒ프레시안

제주여행업협회의 김대산 회장은 이날 <프레시안>과 전화통화에서 "여행업계 자체가 너무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관광통역안내사들이 회사에 관계없이 일괄적인 일비 인상을 요구했다"며 "관광 안내는 다른 일과 달라서 손님을 상대하는 일인 만큼 불순한 의도로 시끄럽게 하는 안내사들에게 손님을 맡길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불가능한 일비인상 요구를 제주도에서 불을 안 꺼주면 서울과 부산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가이드들이 단체로 일을 못하겠다고 나오면 일본 여행사와 거래 자체가 중단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200여 명의 관광안내사들이 가입돼 있는 한국통역안내사협회 제주지부는 지난해 가을 사용자들을 상대로 일비 인상 요구를 시작했다. 현행 1만5000원에서 5만 원으로 하루 일당을 올려달라는 것이었다.

관광통역안내사들이 심각한 저임금을 받고 있는 것은 지난 2월 대한여행사 관광통역안내사들의 파업 당시 알려졌었다. (☞ 관련기사 보기 : "관광 안내하며 웃음이 나올까요?") 제주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안내사협회 제주지부는 지난해 가을 여행업협회에 공문을 보내 오는 4월 1일까지 협의를 마치자고 요청했다. 그러자 협회 측은 협의는커녕 13명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회원사에 돌린 것.

제주관광통역안내사노조의 김아미 위원장은 <프레시안>과 전화통화에서 "저임금을 개선해달랬더니 '생존권' 자체를 막아버리는 행위를 여행업협회가 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분노스러웠다"며 "그 이후 노조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생겼다"고 말했다. 관광통역안내사들은 민주노총 여성연맹 산하에 노조를 만들고 지난 12일 설립필증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17년을 관광통역안내사로 일했지만 현재 받는 일당은 1만5000원"이라며 "그 외에 받는 쇼핑 수수료 등 부수입도 신참과 고참을 통틀어 월 평균 100만 원 수준이지만 편차가 심각하게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에 소속된 정규직의 경우 고정된 기본급이 있지만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일하는 안내사들이 많다"며 "이들이 최저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일비를 보장해달라는 요구"라고 말했다.

"5명은 아직도 일 못 구해"…"일할 의지가 없는 사람들"

제주여행업협회 김대산 회장은 "13명의 명단이 문제가 돼 지난 3일 이를 철회하는 공문을 다시 보냈고 현재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노조는 "아직도 5명 가량이 일을 못 얻어 놀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김아미 위원장은 "관광통역안내사의 특성상 회사 소속 정규직이 아니면 불러주지 않으면 일을 할 수가 없다"며 "협회에서는 철회 공문을 보냈다고 하지만 나를 포함한 5명은 아직도 일거리가 없어 쉬고 있는 상황이다. 너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그 분들이 일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몇몇 분들이 노조를 만들어 업계를 뒤집어 놓으려고 작정하고 있는데 그런 안내사들이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웃음으로 손님을 접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말했다.

노조는 현재 노동부에 제주여행업협회의 '블랙리스트' 작성 건과 관련해 진정을 넣은 상태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날 이상수 노동부 장관에게 "진정사건을 조사 중인 서울지방노동청이 전근대적인 사업주의 횡포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철저하게 임해야 한다"며 "특히 노동관계법 준수여부에 대한 전체적인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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