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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 '기능교육' 꼭 학원서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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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 '기능교육' 꼭 학원서 해야 하나?

"29일 시행 앞두고 학원엔 공문도 안 내려와"

처음으로 1, 2종 운전면허 시험을 보는 사람은 운전면허 장내 기능시험에 응시하기에 앞서 운전학원에서 3시간 이상의 기능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새 운전면허시험제도가 오는 29일 시행을 앞두고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적지 않은 시민들이 '서민 경제 부담'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것. 또 23일 언론을 통해 29일부터 시행된다고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제도 시행 1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운전학원 측에는 제도 시행과 관련한 협조 공문조차 전달되지 않아 시민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 돈 없으면 운전면허도 못 따나

자신을 '올해 면허를 취득하는 만 18세의 학생'이라고 소개한 김모 씨는 23일 경찰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살기 어려운 서민들 지갑 열리게 만드는 법개정"이라며 "솔직히 반갑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 씨는 "앞으로 학원마다 시간당 얼마 받고 연수해준다고 시끌시끌할 것 같고, 학원에서는 분명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할 것"이라며 "(기능교육 받지 않으면) 면허를 못 딴다는데 '아쉬우면 따지 마라' 이런 식이 되겠죠"라고 불만을 제기냈다.

운전면허시험관리공단의 홈페이지에도 바뀌는 시험제도에 대한 불만의 글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박모 씨는 "국가에서 시행하는 시험에 사설기관에서 교육을 받아야지만 응시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참으로 안타깝다"고 글을 남겼고, 송모 씨는 "굳이 비싼 돈 주고 학원에서 배울 필요 없이, 2년 이상의 면허증 소지자에게 배울 수는 없는지"를 문의하기도 했다.

이모 씨는 "도로주행처럼 운전경력 2년 이상의 사람에게 교육을 받게 하면 모를까, 비싼 돈 내고 운전면허학원 가는 게 의무라니 어처구니 없다"며 "국립도 아닌 사립학원들에 돈 주는 정책을 만들어 내니 경찰청 고위간부가 운전학원연합에게 돈이라도 받은 건가요"라고 묻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씨는 특히 "아직 도입 초기라 어수선할 텐데, 합리적인 보완책이 나와서 어설픈 정책으로 인해 특정 단체가 부를 누리거나, 시민들이 피해를 보는 정책은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 '기능교육 3시간 의무화' 항의 글에 대한 경찰청의 답변.

■ 경찰, "우수 운전자 배출 위해 필요. 경제적 부담은 죄송"

홈페이지에 올라온 '비용 부담' 지적에 대해 경찰청은 "응시자의 경제적 부담 등을 고려해 3시간으로 규정하게 된 것"이라고 답변했다. 다만 "이번 장내 기능교육을 받게 됨으로써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 점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경찰청은 특히 "운전면허 취득을 위한 교육의 질을 높여 충분한 운전능력을 갖춘 우수 운전자가 배출될 수 있도록 이와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내 기능시험의 경우 학원시험의 합격률이 91.3%에 이르는 데 반해 운전면허시험장 응시생의 합격률이 32.9%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능교육 3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운전학원 관계자들도 운전교육 기능의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운전전문학원 연합회 안주석 연구부장은 "우리나라 운전면허 시험 제도가 운전의 소양을 갖춘 사람을 가려내기보다는 시험에 합격하는 기술을 갖춘 운전자만 걸러내고 있어 문제"라며 "제도적으로 의무 운전교육 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운전학원 관계자는 "운전교육 내실화를 위해 국가가 감당하지 못하는 운전교육 기능을 학원들이 한 축이 돼 실시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운영하는 운전전문학원을 지원하기는 커녕 면허시험장에서 일반 응시생들의 시험을 계속 수용하는 바람에 여전히 시험을 위한 운전교육, '야매'가 활개 치도록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가 운영하는 운전면허시험장은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면허 재취득자 위주로 운영하고, 일반 응시생에 대한 교육과 평가는 전문학원에 일임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 운전교육 공교육은 불가능?

하지만 '운전교육 기능의 내실화'라는 좋은 목적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들, 특히 서민들은 '고비용, 장시간'의 학원운전면허 취득 제도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 더군다나 운전면허가 취업시 자격사항에 포함되는 경우도 있어 운전면허 취득이 대부분 20대 초반에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60만 원 안팎인 학원 수강료는 저소득층에게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현재 한 해 120만 명가량의 운전면허 응시자 중 운전전문학원을 통한 면허취득 비율이 70%에 이르지만 여전히 30%가 운전면허시험장에서 개별적으로 응시하고 있다. 비용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가늠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제 이 30%에 대해서도 '학원비 부담'이 강제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운전교육을 고등학교 단계부터 공교육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운전교육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학원들 "아직 공문도 못 받았는데요"

그렇다면 조만간 의무화되는 3시간의 기능교육을 받는 데 비용은 얼마나 들까? 취재결과 학원들은 아직 아무런 방침을 정해둔 것이 없었다. 서울, 경기, 인천의 운전전문학원 10곳에 '수강료'를 문의한 결과 모든 학원이 "경찰에서 어떠한 공문이나 지침을 들은 것이 없어 수강료나 강의 계획을 말할 상황이 아니다"고 답했다.

경찰은 새 면허시험제도가 오는 29일부터 시행된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국무회의에서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의결되지 않아 경찰이 학원에 공문을 발송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확정도 안 됐는데 언론에 바뀐 제도에 대한 홍보부터 해도 되는 것이냐"고 비판하고 있다.

다만 현재 시간 단위 교육의 시세를 감안할 때 시간당 2만 원 안팎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3시간 교육에 수강료는 6만 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4월 29일 이전에 운전면허시험장에 응시원서를 낸 응시자들은 기능교육 3시간을 받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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