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과 영화계 사용자측 대표 단체인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간에 체결된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은 한국영화사상 가장 획기적인 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영화계에서 사용자 대 노동자의 개념이 정립된 것은 한국영화 100년만에 처음있는 일로 국내 영화산업이 바야흐로 완벽하게 산업화의 길로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의 타결은 비교적 산고끝에 이루어진 것. 양측은 지난 2006년 6월부터 교섭을 시작, 실무교섭 10차례를 포함해 본 교섭 19차까지 장장 9개월여간의 협상기간을 거쳤다. 이번 타결로 영화 스탭들은 영화계 숙원의 하나였던 '스탭 처우개선'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해소시킬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셈이 됐다. 스탭들은 향후 4대보험 가입과 최저임금제 도입, 주 40시간 노동보장 등의 법정 기준을 보장받게 됐다.
양측간 타결 내용은 무엇? 이번 단체협약과 임금협약 타결로 영화 스탭들은 4대보험 가입, 최저임금, 주 40시간제, 휴게, 휴일, 휴가, 모성보호 등의 법정 기준을 보장받게 됐다. 구체적으로는 ▲월 2회(2주 단위) 급여 지급 ▲1주 최대 66시간 근로시간 ▲1일 기준근로시간 12시간에 15시간까지는 별도 합의 없이 연장 가능 ▲1일 근무시간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하는 연장 근로와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야간 근로, 휴일 근무의 경우 통상시간급의 50%를 가산 지급 |
하지만 이번 타결은 구체적인 내용을 떠나 보다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성과를 만들어 냈다는 데서 그 의미가 찾아진다. 무엇보다 영화 현장에서 일하는 스탭들이 '노동자'로서 위상을 회복함으로써 우리사회 내의 제 권리를 취득할 수 있는 기회와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이로써 영화 스탭들은 국내 노동환경 가운데서 가장 열악한 것으로 꼽혀 왔던 영화 현장에서의 처우개선이 비로서 가능하게 됐다. 영화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은 물론, 단기간적으로 비용의 상승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제작가협회 측에서는 '이번 임금협약으로 스탭들 임금이 평균 50~60% 인상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면서 '30억원 제작비의 영화를 15주간 촬영할 경우 약 1억5,000만원의 제작비 상승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 산술계산에 불과한 것으로 제작가협회 측에서도 '영화제작의 전 과정 자체가 예측가능한 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생산성이 높아지고 불필요하고 불합리한 비용구조를 개선할 수 있어 오히려 전체적으로는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6개월 사이에 큰 위기를 맞고 있는 국내 영화산업은 제작비 구조의 개선이 절대절명의 요구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보다 합리적으로 정교한 프로덕션 과정이 선행되야 한다는 것이 영화인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이번에 체결된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이야말로 그 같은 과정을 만들어 내는 기초적 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 영화산업은 바야흐로 근대적인 시스템에서 현대화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