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세계 ⓒ프레시안무비 | |
따라서 영화가 잘되려면 사람들이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편안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를 찾을 일이 없다. 지난 3월 한달의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이 20% 안팎으로 떨어진 것은 그런 이유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얘기하면 그거 말도 안되는 억지라는 반박이 있을 수 있다. 한국영화의 점유율은 떨어졌어도 상대적으로 할리우드의 점유율은 올랐으니 그게 그거일 수 있으니 그렇게 아전인수격으로 갖다가 붙이면 안된다는 지적, 어쩌면 백번 옳은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어렵게 하루하루 일용의 노동으로 사는 사람들, 그보다 조금 낫다 해도 영세민과 서민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반년에 한번 볼까말까한 영화가 할리우드 것보다는 한국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말이다. 그런 사람들이 점점 더 영화를 볼 수 없는 환경이 되가니 한국영화가 뚝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말이다. 한국영화가 안된다고 하니 별별 이유를 다 붙인다고? 그런 건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라도 찾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세상이 어려울수록 작가들 가운데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명징하게 현실 얘기를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안 그런 것처럼 보여도 한재림 감독의 <우아한 세계>는 비현실적인 조폭 가장 얘기를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마치 조폭처럼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이 한편으론 가장으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든 가를 직설하고 있는 영화다. 이건 진실의 리얼리티 드라마지 우스개 상업영화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아한 세계> 역시 센 흥행은 하지 못했다. 돌이켜 보면 영화가 너무 고단한 현실을 닮아있어서일지도 모른다. 현실에서도 겪는 일, 영화관에서도 겪으랴 하는 것이 이 영화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럴 때에 '동갑내기'들이나 좋아할 영화만을 만들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요즘과 같은 때는 진지한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가, 아니면 사람들이 쉴 만한 오락영화를 만들어야 맞는가. 이래저래 고민이다. 영화판도 고민이고, 이 세상도 고민이라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이 글은 영화주간지 '무비위크' 227호에 실린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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