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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조 "은행마감 3시 반으로"…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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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조 "은행마감 3시 반으로"…논란 가열

"'살인적 노동조건 개선' 정당한 요구"…"고객 불편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 김동만)이 올해 산별중앙교섭에서 은행 창구의 영업시간을 오후 3시 30분으로 한 시간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노조는 "지나치게 긴 근무시간으로 인한 살인적인 업무량을 다소나마 완화시켜보자는 취지"라며 "고객 불편은 최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구 영업시간을 현행 4시 30분에서 한 시간 줄이는 계획은 현재로서는 말 그대로 노조의 '요구사항'일 뿐이다. 금융노조가 최근 각 은행노조 대표자 회의를 통해 올해 산별임금단체협상 안건을 결정했고 오는 26일 중앙위원회를 거쳐야 최종 안건으로 올릴지 여부가 결정된다. 노조가 산별교섭의 안건으로 올린다하더라도 사용자단체들이 이를 받아들여줄지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이 알려짐과 동시에 "노동조합이 자기들 이익만 챙기려고 고객 서비스는 나몰라라 한다"는 비판이 뒤따라 나오면서 논쟁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한 시간 영업시간 단축' 왜?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 김동만)이 올해 산별중앙교섭에서 은행 창구의 영업시간을 한 시간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연합뉴스

금융노조가 창구영업 마감시간을 한 시간 줄이려고 하는 것은 창구 마감 후에도 일선 은행원들은 보통 밤 9시에서 10시까지 고객관리, 마케팅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 말 그대로 '일상적인 장시간 노동'이다.

금융노조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시중은행들은 과당경쟁으로 인해 은행원들의 노동강도가 살인적일 정도로 극심하다"며 "과로사의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어 일선 현장에서의 영업시간 단축 요구가 높다"고 설명했다.

금융노조는 또 "지난해 금융권 종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77.1%가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노동강도가 강화됐다'고 답했다"며 "최근 한 은행에서는 1년에 10명 이상이 과로사로 숨지는 사례도 조사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 영업점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평균 퇴근시간이 10시 정도"라며 "창구가 마감된다고 은행원들이 퇴근 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창구 마감 후에 쏟아지는 일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고객불편 및 영업력에는 영향 없을 것"

금융노조는 "창구영업시간을 단축한다고 하더라도 영업력 저하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외환거래 마감 시간이 한 시간 단축돼 오후 3시로 시행 중이며 인터넷뱅킹, 텔레뱅킹 등 자동화 기기 이용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노조는 은행 전체 업무 가운데 창구를 통해 업무를 보는 고객은 22.7%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금융노조는 "무엇보다 일본, 캐나다는 오후 3시에 창구 업무가 마감되고 영국도 3시 30분에 끝나는 등 선진국에서도 영업시간 단축이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금융노조는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요구들을 함께 사용자 측에 내고 대고객 설득에 직접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자동화기기의 확산 및 수수료 인하 등으로 은행 영업시간 이후 고객들이 업무를 보는 데 편의를 최대한 제공할 수 있도록 노조가 나서겠다는 얘기다.

정연갑 금융노조 정책국장은 "수수료 인하 외에도 제도 연착륙을 위해 과도기에 일부 점포를 거점으로 기존의 영업시간대로 운영하는 방안 등 다양한 대안을 고민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은행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 악화될 것" vs "노조의 정당한 요구사항"

이에 대한 논란은 온라인 공간 뿐 아니라 은행권 내에서도 분분하다.

은행업계 상위권 회사에 근무하는 은행원 A씨는 금융노조의 이같은 계획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고객서비스 차원의 문제도 분명히 생길 것이지만 창구 영업 마감을 한 시간 줄인다고 해서 영업점 직원들의 근무시간이 줄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텔레마케팅, 연체고객 관리를 비롯해 방카슈랑스, 펀드 등의 상품에 대한 교육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는 또 "솔직히 이번 일로 인해 가뜩이나 고액연봉이라고 따가운 시선을 받는 은행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더 나빠질까봐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물론 노동조건 문제는 노조의 정당한 요구사항이라는 시선도 있다. 또 다른 은행원 B씨는 "노동조건의 개선 요구는 노동조합으로서는 당연히 할 수 있는 문제제기 아니냐"며 "법정근로시간을 줄이겠다는 것도 아니고 일상적인 연장근무를 좀 줄여보겠다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의 이번 계획에 대한 '싸늘한 시선'의 바탕에는 '은행원들은 고액연봉자'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대기업 노조의 '전투적 실리주의'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권의 심각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노조의 고민의 깊이 또한 함께 깊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노동문제 전문가는 "귀족노조가 또 자기들의 이권만 챙기려고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창구 영업 시간 단축 등의 문제 외에도 비정규직의 해법 마련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연갑 정책국장은 "올해 산별교섭에서 '비정규직 관련법이 시행되는 시점인 7월 1일 재직 중인 기간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원칙적 합의를 이뤄낼 것"이라며 "그밖에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시 경력 인정 및 비정규직 사용에서의 사유제한 등을 임단협 요구안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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