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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무효화는 제2의 6월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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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미FTA 무효화는 제2의 6월항쟁"

[한미FTA 뜯어보기 452 : 인터뷰]천정배 "한미FTA 중심의 정계개편 돼야"

'한미 FTA 협상 중단'으로 시작해 이젠 '협상 무효화' 요구로 이어진 천정배 의원의 단식 농성이 3주째로 접어들었다. 며칠 전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이 농성장을 방문했을 때는 앰뷸런스를 두 번이나 불렀을 정도로 그의 몸은 지쳐 있었다. 측근들은 "요 며칠 갑자기 오락가락 하네요"라며 걱정했다.

그런데도 천 의원은 "심정적으로 (단식을) 풀고 싶지 않다"고 고집했다. 협상을 막지 못한 책임감을 토로하며 "내가 이런 곤경에 처한 것은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한다. 후회가 크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식 14일째인 8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 마련된 천 의원의 농성장을 찾아가봤다.

"참여정부, 5공으로 회귀"

협상 점수는 '양'이라고 했다. 천 의원은 "이번 협상은 성장지상주의, 불균등 발전, 개발독재식 토건국가로 이어지는 낡은 사고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사고방식에서 나온 것"이라며 "무모한 개방"이라고 단언했다.

무엇보다 그는 "(한미 FTA로 인해) 한국사회가 구조적으로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며 "공공정책권이 반신불수가 된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투자자-국가 중재제도, 쇠고기 수입문제, 개성공단, 농업, 의약품 분야 등을 조목조목 따지며 "노무현 대통령이 주권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결정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통치권자의 오류'에 초점을 모았다.

그는 "양극화를 해소해서 보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로 발전시키려는 것이 우리다운 것이고 노 대통령을 선택했던 정치세력과 유권자들의 생각과 가까운 것인데 한나라당식 사고를 가진 사람들의 방향으로 이끌려 밑지는 한미 FTA를 덜컥 타결한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 ⓒ프레시안

그는 "참여정부가 5공으로 회귀했다"고도 했다. 전두환 정권이 5공 헌법을 홍보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한미 FTA에 대한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묻지마 홍보'에만 집착하는 현 정부를 비판하며 한 말이다. 그래서인지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FTA 특수'로 10%포인트나 껑충 뛰었지만 그는 "한나라당이 찬성했으면 더 올랐어야 했을 텐데 왜 10%인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그는 "대통령과 정부, 언론이 융단폭격 식으로 홍보를 하고 있는데도 30%가량 반대가 나온 게 신기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미 FTA 무효화 운동을 20년 전 6월 항쟁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한나라당과 사실상의 대연정으로 민주주의 발전경로에서 지극히 비정상적인 일이 발생했지만 서민과 중산층이 조직화돼서 이 협상을 무효화시킬 수 있다면 정치적으로도 획기적인 발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가 비준을 거부한다면 이 역시 입법부의 독립성과 견제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근태, 탈당해서 힘 모으자"

정치권 내의 세 규합도 절실해 보였다. 먼저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을 불러냈다. 천 의원은 "김근태 전 의장이 결단을 내리고 열린우리당을 탈당해야 한다"며 "한미 FTA 비준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탈당해서 새롭게 정치세력을 모으고 조직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미 FTA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민주당에 대해서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손을 내밀었다. 그는 "한미 FTA 문제를 중심으로 정계개편이 됐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러나 정계개편의 포괄적 대상인 구(舊)여권 내에는 한미 FTA 찬반론이 엇갈리는 게 현실. 그가 현재 한미 FTA 무효화에 대한 의지와 '대통합'이라는 정치적 명제를 양 손에 쥐고 있긴 하지만 바로 이 대목에서 전망을 세우기가 쉽지 않은듯 했다. 그는 "시대정신을 구성하는 중요한 정책과제를 중심으로 세력이 재편되어야 하지만 한미 FTA가 유일한 잣대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두 마리 토끼 몰이가 쉽지 않아 보였다.

다음은 천 의원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이런 무모한 개방은 참을 수가 없다"

프레시안 : 국면이 많이 달라졌다. 주변에서 단식을 풀라는 권유가 많은 것으로 아는데.

천정배 : 심정적으로 풀고 싶지 않다. 타결돼선 안 될 협상이 타결된 부당함에 대한 항의로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국회 비준동의까지는 시간이 있다. 만약 비준동의가 이달 말에 이뤄져야 한다면 단식할 시간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짧아도 약 6개월에서 1년가량 시간적 여유가 있다. 내가 단식을 더 한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비준반대투앶이 차질을 빚지는 않는다고 본다.

한사람의 정치인으로서 이번 일에 회한이 많다. 솔직히 나는 한미 FTA 문제에 대해 미리 알지 못했다. 협상 개시 시점에 나는 법무부 장관에 있었지만 국민들과 같은 경로로 알았을 뿐이다. 그 뒤 투자자 국가 중재제도에 대해 뒤늦게 문제의식을 가졌고 대통령이 참석한 관계장관 회의에서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치열하게 생각하고 좀 더 비상한 각오로 일찍 단식이라고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솔직히 한나라당이 추진한 일이라면 초장부터 결사적으로 나설 수 있었겠지만 '우리 대통령', '우리 정부'에서 추진하다 보니 반대나 투쟁이 강력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장관직에서 물러나서 당에 돌아온 이후부터는 나름대로 입장도 발표하고 민생정치모임에서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혁혁한 성과를 내지도 못했다. 지금의 타결이 잘못된 것은 나 자신의 책임도 크다. 내가 이런 곤경에 처한 것은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한다. 후회가 크고 반성하고 있다.

걱정하는 국민들에게는 나도 죄송스럽다. 이 문제가 정말 국익과 민생에 맞는 방향으로 해결되도록 나로서는 비상한 각오로 전력을 다하겠다.

프레시안 : 협상 타결 후 조공협상이라고까지 비난했다. 총평을 하자면?

천정배 : 우리 협상단이 협상을 너무 기능적으로만 생각한 것 같다. 한국사회가 구조적으로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무엇보다 경제주권, 공공정책권이 심각하게 제약된다. 투자자 국가 중재제도, 래칫 방식(역진 불가능 방식의 개방) 등으로 공공정책권이 빈신불수가 된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용납할 수가 없다. 예컨대 스크린쿼터를 줄이면 다시는 늘릴 수 없지 않나. 우리의 공공정책이 한쪽 방향으로만 갈 수 있고 다른 길이 금지된 상황에서 어떻게 국익이나 민생을 지킬 수 있겠나.

경제체제 전반이 미국화된다. 정신문화도 미국화된다. 세계화, 개방화 시대에 개방은 할 수 있겠지만, 이같은 구조적인 고려가 얼마나 됐는지 걱정이다. 개방을 해도 외부의 충격에서 우리를 지킬 수 있는 내부의 준비가 돼 있는지, 이 점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 자신의 주체적이고 전략에 따른 개방이 돼야 하는 것이지 이런 식의 무모한 개방은 참을 수 없다.

기능적으로 접근하더라도 구체적인 협상에서 얻은 것은 별로 없고 다 잃은 것 아닌가. <프레시안>에서 보니까 나보다 잘 아는 전문가들이 예측을 다 해놨더라. 미국의 무역구제제도도 상당히 불균형하지 않나. 또한 우리의 입법사항이 일각에서는 100개를 넘는다고 하는데 (미국의 주정부법 모두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포괄유보에 합의해) 미국은 주에 대해선 적용이 안 된다는 것 아닌가. 우리의 지방 조례도 마찬가지라는 웃기는 이야기를 한다. 미국 연방 정부의 시행규칙보다도 하위에 있는 우리나라 지방조례가 같나. 이런 식으로 완전히 밑지고 내주는 협상이 됐다.

쇠고기 수입 문제도 OIE(국제수역사무국) 총회 결과가 나오면 그걸 핑계로 열어주겠다는 것 아닌가. 개성공단 문제도 역외가공지역을 이야기하며 추상적으로 넣어놨지만 그 조건에는 비핵화 진전, 환경노동 기준 진전 등이 있으니 얻어낸 것이 아니다. 게다가 농업은 원래 다 내준다는 것이었으니 이미 박살났다. 의약품 분야도 지적재산권, 특허기간 연장 등도 우리에게 부담되는 것 아니겠나. 기능적 면에서도 우리가 얻은 것보다 내준 게 많기 때문에 이 내용대로 체결해선 안 된다.

프레시안 : 협상 결과와 관련해 김종훈 대표는 '수'를, 웬디 커틀러는 A플러스를 줬다. 좀 단순하지만 이런 기준으로 평가해볼 수 있을까?

천정배 : 커틀러가 A플러스라고 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미 FTA에 관여했던 우리 공무원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구조의 문제에 대한 마인드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께서 과연 이러한 투자자 국가 중재제도나 래칫 방식의 문제 등 주권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보고받고 문제의식 갖고 결정했다고 보이지 않는다. 그런 문제의식이 전혀 없는 분들이라 '수'는커녕 '양'쯤 된다고 생각한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정부가 성과로 내세우는 자동차나 섬유 분야는 어떤가?

천정배 : 자동차는 타결 직전 알려진 것 보다는 잘한 것 같다. 그런데 종합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섬유는 얀포워드 문제 등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썩 그렇게 얻은 것이 아니다.

프레시안 : 투자자 국가 중재제도에 상당한 우려를 표했는데 정부는 조세나 부동산 부분이 적용대상에서 빠져 있어서 큰 문제가 안 된다고 한다.

천정배 : 한마디로 럭비공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굉장히 위험한 제도다. 객관적으로야 30년쯤 뒤에 평가해보면 별 것 아니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제도가 투기꾼에게까지 우리나라 입법사항 전반을 포괄한 공공정책에 대해 직접적으로 국가를 상대로 문제를 삼을 수 있는 문을 열어 준 것이다. 입법, 행정, 사법권을 모두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조항의 침해라고 할만하다.

이와 관련된 간접 수용의 개념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대법관이나 검찰청 검사장들에게 물어보라. 세계적으로도 개념이 정립되지 않고 어떻게 정리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것이다. 게다가 중재재판부가 심급제도도 아니다보니 사법권을 형해화 하는 것이다. 미국이 FTA를 체결한 나라 중 가장 큰 나라라고 하는 호주의 경우에도 투자자 국가간 중재제도가 빠졌다. 매우 위험한 짓이다. 국가를 그렇게 운영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한미 FTA의 계량적 득실은 따져봐야 할 문제이겠지만 이로 인해 심화될 양극화에 대한 내적 방어체제가 구축이 안 된 상태에서 추진된 점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다.

천정배 : 우리 정부가 양극화가 심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극히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단식하는 동안 한미 FTA의 수혜자가 될 만한 사람들, 한미 FTA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찾아와서 하는 말이 양극화 심화는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극히 성장주의자들의 견해 아닌가. 성장이 있어야 적하할 게 생겨서 가난한 사람도 산다는 낡아빠진 논리다.

그리고 한국의 양극화 해소 대책이 충분한가. 극우 세력이라고 할까 이 사람들은 분배 이야기만 하면 좌파로 몰아붙이고 비방했다. 이번 FTA는 그 사람들 입맛에 맞는 것을 체결해 주면서도 과연 힘들어진 서민들을 위한 복지제도 확충 등에 대한 해소대책이 있나. 그럴 가망도 없다고 생각한다.

무방비로 과거 성장주의자들의 입맛에 맞는 것을 준 것이 특히 아쉽고, 이대로 체결돼서 발효되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 해소의 길은 영영 멀어진다. 앞으로 우리는 사람중심, 중소기업 중심의 성장전략을 발전시켜 가야만 지식기반의 21세기 사회를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협상은 이런 점에서 성장지상주의, 불균등 발전, 개발독재식 토건국가로 이어지는 낡은 사고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사고방식에서 나온 것이다.

융단폭격식 홍보에도 盧 지지율, 고작 10% 상승

프레시안 : 노 대통령에 대해서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까지 했다. 한미 FTA를 추진한 노 대통령의 신념과 진정성까지 의심하나?

천정배 : 대통령은 '구국의 결단'을 한 것일 게다. 이것이 나라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대통령의 주관적 신념의 문제가 아니다. 쇄국이나 개방이냐로 몰아붙이는 문제인식은 부당하다. IMF 이후 상당히 개방되어 있는 것 아닌가. 우리는 전략적 개방으로 가야 한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협상 조건을 알아서이기도 하겠지만 한국 사회가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 살길이 열린다는 친미적 생각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주체성을 견지하는 것이 바탕이다. 대통령과 정부가 그런 주체성에 대한 고려, 양극화를 해소해서 서민과 중산층의 민생을 안정시키려는 고려, 정부의 공공정책권을 잘 활용해 한국사회가 보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로 발전시켜가려는 고려를 했는지 모르겠다. 그런 고려가 우리다운 것이고 노 대통령을 선택했던 정치세력과 유권자들의 생각과 가까운 것인데, 한나라당식 사고를 가진 사람들의 방향으로 이끌려 밑지는 한미 FTA를 덜컥 타결해버린 점이 지지를 해준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타결 이후에 일시적인지는 모르겠으나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했고, 한미 FTA 찬성론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나?

천정배 : 노 대통령 지지율은 한나라당이 찬성했으면 더 올랐어야 했을 텐데 왜 10%인지 잘 모르겠다. 또한 내용이 알려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한국사회의 최강자들, 즉 정치권력을 쥐고 있는 대통령과 정부, 언론이 융단폭격 식으로 홍보를 하고 있는데 30%가량 반대가 나온 게 신기하다. 이에 대한 여론은 일시적이라고 생각한다.

5공 초기에 나는 군 법무관이었다. 그런데 5공화국 헌법을 만든다면서 그것을 홍보하라고 상부에서 지시가 내려왔다. 헌법 초안을 주지도 않고 홍보하라고 해서 물어보니 헌법 초안은 비밀이란다. 딱 그런 꼴이다. 이 점에서 참여정부가 5공으로 회귀한 것이다. 그런데 30%나 반대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협상이 미국 유리하다는 사람들이 50% 이상이고 한국에 유리하다는 사람은 10% 미만이다. 당장의 여론조사 결과에 절망할 필요는 없다. 국민들이 시간이 가면 내용을 알고 차분히 생각할 것이다.

프레시안 :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보수언론의 3각동맹이라는 기이한 말도 나왔다. 현상적인 것인가? 아니면 주목해야 할 내용이 있는 일인가?

천정배 : 처음부터 걱정했다. 정치적으로도 대연정이 된 것이다.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점에서 지극히 비정상적인 일이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다. 민생개혁세력의 입장에선 이번 일을 기화로 해서 서민과 중산층이 조직화돼서 이 협상을 무효화시킬 수 있다면 정치적으로도 획기적인 발전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20년 전의 6월 항쟁 성공시킨 것에 필적할만한 발전이 될 것이다. 중산층과 서민,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과 밖에 있는 민주개혁세력, 양심적 세력들의 사회적 대연대를 구축하면 우리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결국 협정을 체결한다면 국회 비준 거부 형태가 될 것이다. 그런 일을 하게 된다는 것도 매우 중요한 정치적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국회가 행정권력으로부터 독립해 견제권을 가진 국회로 발전하는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한국과 미국 간에 체결한 조약에 대해 실질적인 거부권이 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국회 비준동의 시기는 언제가 적당하다고 보나?

천정배 : 우리 국민과 국가의 모습, 삶의 구체적인 모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지 국민투표에 준하는 논의와 결정이 있어야 한다. 국민투표를 직접 하든지 대선이나 총선과정에서 분명한 토론에 따라 국민의 선택을 받든지 해야 한다. 비준동의 시기에 대해선 아직은 생각하기 어렵다.

프레시안 : 대선주자가 찬반론을 밝히고 비준동의 여부도 공약으로 내걸어 평가를 받자는 의미인가?

천정배 : 당연히 그래야 한다. 국가적 현안인 만큼 대선 과정에서 각 주자들이 확실한 입장을 밝히고 국민적 평가와 결정이 있어야한다.

"한미 FTA 축으로 정계개편 되면 좋겠다"

프레시안 : 이 문제가 대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상하나?

천정배 : 상당히 중요하다. 이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한미 FTA 문제를 중심으로 정계개편이 됐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민주당은 이번에 졸속타결에 반대했다. 좋은 입장을 가지고 있다. 민주당과도 그런 입장으로 같이 했으면 좋겠다. 김근태 전 의장이 단식도 하고 관심과 의지를 보이셨는데 김근태 의장도 결단을 내리고 열린우리당을 탈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탈당 직전에 김 전 의장께 같이 탈당하자고 건의한 적도 있지만, 이젠 한미 FTA에 대한 비준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탈당해서 새롭게 정치세력을 모으고 조직화해야 한다.

프레시안 : 구여권 내에선 상당수가 찬성론이다. 이렇게 심각한 문제에서 입장을 달리하는 분들과는 대통합이 어려운 것 아닌가?

천정배 : 꼭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세력이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남북문제도 중요하지 않나. 평화번영으로 가는 포용정책 중심이냐 냉전적 사고냐로 전선이 갈린다. 그러하기에 시대정신을 구성하는 중요한 정책과제를 중심으로 세력이 재편되어야 하지만 한미 FTA가 유일한 잣대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중심으로 일단 정치세력이 재편되면서 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구여권 대선주자들 가운데 반대론을 견지한 분들은 지극히 소수다. 한미 FTA 문제로 다른 대선주자들을 만나 설득해 볼 생각은 없나?

천정배 : 할 수 있는 한 정치인들과 논의하게 되지 않겠나. 선거가 다가오는데 국민여론의 향배도 중요하다. 6월 항쟁 때는 처음부터 뭐가 밝게 보였었나. 일제 때 우리국민들 입장에선 언제 식민 상태를 벗어날까 아득했었을 것이다.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민주주의의 실천적 내용인 민생에서 보면 이를 지키기 위한 국민들의 노력과 투쟁이 승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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