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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대한민국을 영원히 둘로 쪼개 놓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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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대한민국을 영원히 둘로 쪼개 놓을 것"

[한미FTA 뜯어보기 413]"범국본 "협상은 무효"…7일ㆍ14일 전국규모 집회 계획

1년 넘게 지속되며 막판 협상시한의 연장을 거듭하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마침내 최종 타결된 2일 1000여 명의 시민들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여 "한미 FTA 협상 무효"를 외쳤다.

전날 저녁 같은 장소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청와대 근처까지 진출해 새벽까지 "FTA 협상 중단"을 외쳤던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소속 단체 회원들은 협상이 타결된 이날 저녁에도 "국민들의 눈물의 씨앗이 될 한미 FTA 협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새로운 투쟁을 시작할 것"을 다짐했다.

범국본은 단식농성은 중단했으나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의 농성장을 유지하며 매일 저녁 촛불문화제를 이어가며 FTA 반대 여론을 결집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특히 오는 7일과 14일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동시다발 집회를 벌이는 등 국회 비준을 막아내겠다는 계획이어서 한미 FTA를 둘러싼 논란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에서 시민으로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다"
▲ 1년이 넘게 지속되며 막판 협상시한 연장을 거듭하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마침내 최종 타결된 2일 저녁 1000여 명의 시민들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여 "한미 FTA 협상 무효"를 외쳤다.ⓒ프레시안

협상 타결 이후 주요 방송사의 현장 생방송 중계 등 언론의 관심 속에 진행된 이날 촛불집회는 특별한 순서 없이 참가자들의 자유 발언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우선, 전날 허세욱 씨의 분신 등 국민들의 거센 반발 여론을 무시하고 협상을 타결시킨 정부에 대한 분노를 표현했다.

참여연대의 정세윤 활동가는 "대한민국에서 시민으로 살아가기가 너무 힘든 것 같다"며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을 벌이며 나라 살리기에 동참했던 시민들에게 정부는 정리해고로 뒷통수를 치더니 10년 후 다시 한미 FTA로 괴롭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활동가는 "이미 이 땅은 IMF 이후 양극화로 인해 두 개의 대한민국이 됐지만 한미 FTA는 대한민국을 영원히 둘로 쪼개 놓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민주노총 운수노조 택시본부 조합원이면서 참여연대 회원으로 활동하다 지난 1일 협상장 근처에서 분신한 허세욱 씨에 대해 얘기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허세욱 선생님은 IMF 이후 정리해고로 뒷통수를 친 저들에게 '한미 FTA만은 함께 막아보자'며 화해의 손을 내밀었지만 노무현 정권은 그마저도 과감히 뿌리치고 협상을 타결했다"고 비판했다.

성신여대의 김진영 총학생회장도 "WTO, 쌀개방을 반대하며 목숨을 내던졌던 농민들과 지난해 포항에서 온 몸을 바친 하중근 씨를 기억한다"며 "오늘 한미 FTA를 막기 위해 분신한 허세욱 씨까지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현 정부를 규탄했다.

한 참가자는 "'경축' 노무현 대통령, 한미 FTA 체결로 나라 팔아먹은 대통령 1위로 등극"이라는 피켓을 들고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 집회 참가자들은 "한미 FTA 타결로 협상은 끝이 났을지 모르지만 반대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며 "끝까지 한미 FTA를 막을 것"을 다짐했다. ⓒ프레시안

"'개방만이 살 길'이라는 거짓말은 더 심해지겠지만 속지 않는다"
▲ 한 집회 참가자가 "경축. 노무현 대통령, 한미 FTA 체결로 나라 팔아먹은 대통령 1위로 등극"이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프레시안

한미 FTA 협상과 관련해 정부는 그간 '소비자들이 가장 큰 이익을 보게 될 것', '반대론자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해 왔다.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은 이같은 정부의 'FTA 홍보'에 속지 말자고 강조했다.

범국본 소비자대책위의 이주연 집행위원장은 "수해가 나면 물가에 사는 사람들과 지하방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본다"며 "한미 FTA가 체결되면 '못 사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못 사는 사람들이 지난해 정부가 3번이나 반송시킨, 광우병의 위험이 매우 높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때, 잘 사는 사람들은 안전한 고급 한우를 먹을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이익을 본다'는 말에서 '소비자'는 소수의 '잘 사는 사람들'만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회진보연대의 수열 활동가는 "체결 후 많은 얘기들이 나오겠지만 한미 FTA가 가져올 폐해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구체적인 내용을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개방만이 살 길'이라는 거짓말은 더욱 심해지겠지만 더 이상 속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이 아니면 땅을 치고 후회해도 안 된다"

참가자들은 비록 한미 양국 사이의 협상은 공식적으로 타결됐지만 "FTA 반대 투쟁은 이제 새로운 시작"이라고 다짐했다.

정광훈 범국본 공동대표는 "지난해 11월 전국 곳곳에서 거센 FTA 반대 '민란'이 일어났듯이 4.19혁명 47주년을 맞는 이달, 모든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 한미 FTA를 막아내자"고 호소했다.

이주연 집행위원장도 "3~4년이 지난 후에는 땅을 치고 후회해도 안 된다"며 "바로 지금 비준 저지를 위해 무효화 투쟁에 나서자"고 말했다.

전교조의 정진우 수석부위원장은 "한미 FTA가 이대로 비준되면 더 이상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라는 말을 못 할 것 같다"며 "한미 FTA를 끝까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밤 9시 40분까지 촛불문화제를 벌인 후 자진해산했으며 경찰과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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