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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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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는데!

[오동진의 영화갤러리]

띠동갑 차이가 나는 후배기자는, 요즘 지도 좀 '컸다고' 선배를 가르치기 일쑤다. 이 친구, 요즘 엄청나게 시니컬해졌는데 그건 본인 탓만 할 일도 아니라는 점에 안타까움이 있다. 영화판 돌아가는 것, 영화매체가 살아가야 할 여러가지 생존 조건이 너무나 각박한 때인 만큼 매일 그걸 들여다 보고 살아가야 할 사람으로서 좌절감이 드는 것도 이해할 만한 일인 것이다. 오늘 통화 내용만도 그렇다. 둘이서 한 대화는 죄다 어느어느 영화사가 70억 사채를 끌어쓰다가 문을 닫았다는 둥, 어떤 영화사 대표가 빚에 쪼들려 산사에 들어갔다는 둥, 그게 사실이냐 아니냐는 둥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지난 해 신흥 메이저가 되겠다며 호기있게 출범한, 비교적 자본력이 막강한 배급사 역시 지금은 개점휴업한 상태라는 얘기도 이어졌다. 그래서 그랬다. "그거 쓸까?" "뭘요?" "국내 영화계, 일대 구조 조정중, 같은 기사로 말야." 그랬더니 이런 얘기가 돌아왔다. "(거 선배란 사람이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가뜩이나 분위기 안좋은데, 거기다 대고 안좋다 안좋다 하면 진짜 안좋아지는 거잖아요. 좋은 기사, 밝은 기사 좀 찾아보세욧!"

쳇, 누가 그걸 모르겠는가. 근데 요즘같아서는 어디 좋은 얘기가 있어야 말이지 않겠는가. 영화매체들도 마찬가지다. 어느 월간지는 사진 한번 잘못썼다가 유력 매니지먼트사로부터 2억5,000만원의 손배소 소송을 맞았다. 진위 여부, 잘잘못 여부를 여기서 따질 생각은 없지만 이 일은 단지 그런 사건이 있다는 것 정도를 넘어 혹시 영화 월간지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의 성격이 아닐까 싶어서 씁쓸한 마음이 앞선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남은 영화 월간지이다. 이제 영화 정보는 주간 단위로 만들어지는 것도 늦다며 외면받는 시대인 만큼 월간지가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보가 아니라 화보(브로마이드 사진 같은 것)를 만드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 거 생각하면 참으로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저널이나 매체도 자연사를 해야 할 때가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영화저널, 특히 오프라인 매체의 생명 시간은 지금 몇시몇분을 가리키고 있는 것일까. 이렇게 되기까지는 인터넷 포탈의 역할이 컸다. 포탈이 모든 매체의 우위에 서서 정보를 독점하는 시대에 영화 매체가 살 길도 점점 요원해지고 있다. 참으로 세상이 휙휙 변하는 느낌이다. 언제는 영원할 것 같던 한국영화와 국내 영화저널들이 이제,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터넷 포탈이 이렇게 기세등등해지기 전에 일찌감치부터 각자의 전문매체들은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또 그 대안을 마련했어야 옳았다. 정말 많이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우리가 누구처럼 성명문 한줄 발표하고 (진심인지 가식인지, 자기연민인지 진짜 슬퍼서인지는 모르지만) 눈물 한줄 쏙 흘리는 척하며 보란 듯이 탈당(도망)을 할(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사람들이야 이렇게 저렇게 거짓말을 해대며, 이런 저런 잣대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할 수 있다. 그렇게 해도 또 어찌어찌 살아가는 구멍을 마련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 곧 영화 저널리스트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돌아갈 곳이 없는 것이다. 휴, 정말.. 돌아갈 곳이 없다. 그러니 자꾸 시니컬해져서는 안된다. 지금 이 상황에서 영화저널은 영화저널의 역할에 더 충실해져야 한다. 모든 일에 시큰둥해지기 시작하면 세상사가 귀찮아진다. 얼마 전 홍콩에서 제1회 아시아필름어워드를 한다고 했을 때 마음에 뾰죽한 칼날만이 남아 있으면, 그게 잘난 사람들의 끼리끼리 잔치판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는 기사를 쓸 수 없으며, 또 그러다가는 정신 먼저 죽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영화는 지금 혹독한 비수기 시즌을 맞고 있다. 영화매체는 여전히 한 겨울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영화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가. 자존심을 버려선 절대 안된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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