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협상 타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나선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일대의 분위기는 삼엄했다. 전경 1만5000명이 동원돼 경복궁 역에서부터 청운동 일대까지 청와대로 들어가는 길목을 철저히 막았다.
차량 통행이 완전히 통제된 가운데 양쪽 차선에 전경차량이 빼곡이 들어서 있고, 골목마다 전경들이 지키고 있는, 이 일대에서는 난생 처음보는 살벌한 풍경에 이날 오후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청운 초등학교 학생들은 이렇게 대통령의 안위를 걱정해야 했다.
"노대통령,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이처럼 청와대 앞을 봉쇄한 경찰들은 이날 오후 4시 청와대 근처의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진행되려던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의 기자회견을 막았다. 이날 기자회견은 경찰의 저지로 승강이 끝에 40여 분이 지나서야 시작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범국본은 FTA 타결을 강행하려는 노 대통령에게 "정녕 매국노가 되려는가"라고 물었다.
범국본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대통령은 한 번 차분히 그간의 협상 과정을 돌아보기 바란다"면서 "주요한 쟁점을 '선결조건'으로 퍼주고 시작하는 협상, 상대국 협상 시한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되려 스스로 그 시한을 맞추자며 마구 퍼주는 협상, '글로벌 스탠다드' 운운하며 협상단이 자국민의 의혹에 대해 상대국의 논리로 설득하는 협상, 살려 달라며 협상 중단을 요구하는 국민들을 경찰력을 동원해 억압하며 진행하는 협상, 이런 것이 매국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을 매국이라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범국본은 "우리는 스스로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는 노 대통령에게 협상을 즉각 중단할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한다"면서 "대통령은 국민들이 오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엄중히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역사가 말해 주듯 국민들을 속인 정권은 결국 국민들의 손의 의해 권좌에서 끌려내려와야 했다"면서 "그리고 그 대통령의 말로가 처참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FTA 체결되면 노무현정권 퇴진운동 벌일 것"
이날 기자회견에서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한미 FTA가 체결된다면 노무현 정권 퇴진투쟁을 벌이겠다"고 공개 경고했다.
참여연대 김민영 사무처장도 "한미 FTA가 체결되면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현 정부를 더 이상 인정할 수 없다'는 시국선언을 하자고 이 자리에서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돈협회 대표 4명이 "농민들은 다른 어떤 힘도 없어서 삭발을 한다"면서 그 자리에서 삭발식을 갖기도 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청와대 진입도로로 행진하려 했으나 경찰에 가로막혀 가벼운 충돌이 있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300여 명의 범국본 회원들은 이날 한미 FTA 반대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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