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당신을 강하게 끌어안고 키스합니다. 당신을 내 품 안에 안을 때마다 마치 비로소 집으로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어네스트 헤밍웨이) "늘 당신을 생각하고, 당신이 보낸 편지를 읽고 또 읽습니다. 몇몇 가까운 이들에게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또 하지요. 침대가에 당신의 사진을 놓고 무기력한 기분으로 바라봅니다." (마를레네 디트리히) 20세기 최고의 예술가로 추앙받는 미국 소설가 어네스트 헤밍웨이(1899-1961) 와 독일출신의 연기파 여배우 마를레네 디트리히(1901-1992)가 10여 년동안 나눠온 연애편지가 공개되면서, 두 사람의 뜨거웠던 관계에 대한 관심이 또다시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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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네스트 헤밍웨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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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F 케네디 도서관은 헤밍웨이가 1949년 - 59년 디트리히에게 보냈던 편지, 전보, 크리스마스 카드 등 30여 점을 4월 2일부터 전시한다. 이 편지들은 디트리히의 딸 마리아 리바가 보관하고 있다가 지난 2003년 도서관에 기증했던 것으로, 일반에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도서관 측은 이미 확보해놓고 있던 디트리히가 헤밍웨이에게 보낸 편지까지 함께 전시할 계획이다. 리바는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헤밍웨이는 미국 국민들에겐 보물 같은 존재다. 그래서 어머니가 헤밍웨이로부터 받은 편지들도 미국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기증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헤밍웨이와 디트리히가 처음 만난 것은 1934년. 일 드 파리란 여객선을 타고 여행하던 중이었다. 두 사람은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헤밍웨이가 61년 자살하기까지 두 사람의 관계가 육체적 연인관계로 발전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헤밍웨이는 자신의 전기를 쓰기도 했던 절친한 친구 A A E 호치너에게 "놀랍게도 사실이다. 우리는 언제나 서로 때가 어긋난 열정의 희생자들이었다. 내가 누군가와의 관계를 청산하면, 그녀가 다른 사람과 열렬한 사랑에 빠져있는 식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사실, 헤밍웨이와 디트리히는 평생 누군가와 사랑하지 않고는 못배기는 사람들이었다. 헤밍웨이가 이혼으로 모두 끝났던 네 차례의 결혼생활을 비롯해 숱한 연애스캔들을 일으켰듯이, 디트리히 역시 다채로운 연애사에 있어서는 헤밍웨이 못지 않았다. 결혼은 영화감독인 루돌프 시버와 했던 것이 유일하지만, 40년대에 프랑스 배우 장 가뱅과 떠들썩한 연애를 했고, 50년대에는 미국의 저명한 방송저널리스트 에드워드 머로, 배우 율 브리너,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 등과 염문을 뿌리기도 했다. 또한 양성애자이기도 했고, 존 F 케네디의 아버지인 패트릭 케네디와도 한때 애인 사이였다. 이런 두 사람이었지만, 서로에 대한 사랑은 매우 열렬했다는 사실이 이번에 공개된 편지들로 다시 한번 입증됐다. 디트리히는 헤밍웨이를 '파파'란 애칭으로 불렀고, 헤밍웨이는 디트리히를 '딸' 또는 '크라우트'란 별명으로 불렀다. 편지가 오가기 시작한 1949년 당시, 헤밍웨이의 나이는 50세, 디트리히는 48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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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의 '마를레네 디트리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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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는 50년 쿠바에서 보낸 편지에서 "마를레네, 당신을 너무나도 사랑합니다. 그런 사실을 당신도 이미 잘 알고 있을 겁니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그런가 하면 "당신은 점점 아름다워지는군요. 당신이 평생 진짜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주는 것? 당신은 내 마음도 아프게 합니다"라고 쓴 편지도 있다. 50년 5월 23일에 보낸 편지에서 헤밍웨이는 디트리히에게 "내게 화가 났다면 화내고 싶은 만큼 화를 내구려. 하지만 세상에 당신밖에 없기 때문에, 만약 당신이 화를 낸다면 내가 얼마나 외롭겠습니까"라고 썼다. 디트리히가 당시 급성장하던 스웨덴 출신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먼과 헤밍웨이 간의 관계를 의심했던 것에 대한 해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날씨가 너무 더워서 사랑을 나누기가 힘드네. 물 속에서 하는 거라고 상상하지 않고서는 말이야. 하지만 난 물 속에서는 잘 못한다오"란 진한 내용의 편지도 있다. 한편, 디트리히도 1951년 헤밍웨이에게 보낸 편지에서 "더 이상, 더 깊게, 더 길게 할 수없을 정도로 사랑한다"고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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