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28일 한미 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 하얏트 호텔 앞에서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이날 한미 FTA 농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농대위)가 개최한 '농업포기 막퍼주기 고위급협상 규탄 농축수산인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해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쌀이 협상 의제로 오르면 중단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강 의원은 "국회가 행정부의 잘못을, 그것도 아주 일방적이고 독선적이고 굴욕적인 협상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제대로 감시하고 통제하지 못했다"며 "한미 FTA를 이 순간까지 와서 국민들을 이렇게 기만하며 타결하려하는 형국에 대해 참 죄송하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지금 저 협상장 안에서 우리 농업을 지켜보겠다고, 우리 국익을 조금이라도 지켜보겠다고 막판 씨름을 하는 체 하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이미 물밑에서 다 조율되고 기정사실화 된 부분들이 대단히 많다"고 밝혔다.
그는 "노 대통령이 중동으로 (순방을) 가면서 '쌀과 쇠고기만은 지켜라'고 했다는데, 그것만 지키면 나머지는 다 내어줘도 된다는 말인가"라고 물은 뒤 "쌀은 협상을 시작할 때 어떤 일이 있더라도 지키겠다, 협상 의제로 오르면 즉시 깨겠다고 그렇게나 장담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한미 FTA 체결 위해 정신이 이상해진 건 아닌가"
강 의원은 "지난 2004~2005년 WTO 회원국가 288개 국가가 협의해서 우리는 앞으로 10년동안 317만 톤을 수입하기로 했고 미국 쌀은 1년에 5만 톤을 구매하도록 특혜를 줬다"며 "이미 개방해버린 쌀을 한미 FTA의 의제로 삼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협상을 3년 전부터 준비했다던 이들이 이해당사자들하고 한마디도 안하고 시작한다고 발표하고 이제 FTA에 반대하는 국회의원이 오는 것조차 경찰을 동원해 차로 저지해 막고 있다"며 "한미 FTA 체결하기 위해 정신이 나간 정권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강 의원은 "정부는 이제 와서 '쌀과 쇠고기만은 지킨다'며 농업을 지키겠다는 '쇼'를 하는 것 같다"며 "제 말이 기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농민 50여 명, 남대문에서 나락 뿌리며 기습 시위
이날 기자회견에는 강 의원 외에도 권오을(한나라당)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농업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농대위는 기자회견문에서 "최종 고위급 협상이 우려대로 체결을 위한 막퍼주기 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농업 부문에서는 내줘도 너무 많은 것을 내준 그야말로 농업포기선언 회담"이라고 비난했다.
농대위는 "협상 막바지에 이른 지금 우리 정부는 '쌀과 쇠고기'를 제외한 돼지고기, 닭고기, 과수, 채소, 귤 등 모든 분야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설상가상으로 '쌀과 쇠고기마저 이미 이면합의를 통해 모종의 개방약속을 했다'는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농대위 소속 농민 50여 명은 서울 남대문 앞에 나락 60여 포대를 쌓아놓는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 중 나락 10여 포대를 도로에 뿌렸으며 '한미 FTA 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을 적재된 나락에 내걸고, 10여 분 동안 구호를 외친 뒤 자진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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