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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법 때문에 25년 일한 학교서 나가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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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법 때문에 25년 일한 학교서 나가라고요?"

비정규법 역효과…'보호'는 커녕 잇딴 '계약 해지'

성신여고 행정실에서 12년 동안 근로계약서 없이 일해 왔던 정수운 씨.
언주초등학교에서 7년 간 방과 후 보육전담교사를 했던 채성미 씨.
경기여고에서 22년 동안 청소 일을 해 온 천옥자 씨.

이들은 모두 최근 학교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거나 해고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학교 측이 설명한 이유는 각각 달랐다. 채성미 씨는 방과 후 학교의 폐지에 따라, 천옥자 씨는 '청소 업무 외주화' 방침에 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에게 벌어진 일련의 일들이 모두 오는 7월 시행되는 비정규직 관련 법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 씨는 해당 학교 교장으로부터 "비정규직법 통과로 어쩔 수 없게 됐다"며 "학교에서도 일자리를 알아봐 주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역시 학교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쫒겨난 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는 "그 이후 우울증에 걸려 삶의 의욕을 잃었다"고 호소했다. 25년 간 자신의 모교에서 일해 온 또 다른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는 학교가 최근 재계약을 못하겠다고 통보한 것에 대해 "내 재산을 송두리째 빼앗아가도 이렇게 가슴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10만에 달하는 학교 비정규직의 잇단 계약해지
▲ 경기여고에서 22년 동안 청소 일을 해 오다 최근 '청소 업무 외주화'에 방침으로 해고위협을 받고 있는 천옥자 씨.ⓒ공공서비스노조

지난해 11월 비정규직 법 통과 이후 비정규직들의 계약해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학교 비정규직들의 계약해지는 '비정규직 보호'라는 취지로 정부가 밀어붙인 법이 오히려 '공공기관'이나 다를 바 없는 학교에서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해 11월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실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교무보조, 과학실 보조, 영양사, 사서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는 9만5000여 명에 달한다.

숫자도 만만치 않지만 비율도 타 공공기관은 '저리 가라' 수준이다. 서울시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의 학교 비정규직은 전체 학교 종사자의 58%다. 이는 민주노동당이 2005년 공공기관 비정규직 비율을 조사한 가운데 1위를 차지한 농촌진흥청의 비정규직 비율과 같다. 공공부문 가운데서도 학교의 비정규직 사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공공서비스노조는 27일 오전 '학교 비정규직 증언대회'를 열고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과 보호를 내건 정부의 대책이 역으로 비정규직을 학교에서 내쫓고 있는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이 모든 책임은 예산과 정원을 확보하지 않고 명확한 기준을 확립하지 않은 정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의 계약해지와 관련해 전체적으로 잡힌 통계는 없다. 하지만 공공서비스노조의 박진현 조직부장은 "조합원이 아닌 사람들 가운데 최근 이런 일로 노조로 상담을 해오는 이들이 급격하게 늘었다"며 "학교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무기계약 근로자'였던 이들의 빈자리, 단기계약직으로 채워질 것"

더 심각한 것은 최근 일선 학교에서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비정규직 가운데는 22년 이상 근속한 사람도 있는 등 사실상 '무기계약 근로자'로 일해 왔던 이들이라는 데 있다.

채성미 씨는 "7년 간 같은 학교에서 일했지만 한 번도 근로계약서를 쓴 적이 없다"며 "올해 처음으로 학교에서 단기계약을 전제로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장기간 일했던 것은 이들이 담당하는 업무가 상시적으로 필요한 업무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천옥자 씨의 경우는 경총이 최근 비정규직 대처법으로 '상시적으로 필요한 업무는 외주화를 검토해보도록' 한 것을 적절히 활용한 대표적인 실례인 셈이다.

기존의 장기근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된 자리는 외주업체에게 넘어가거나 새로운 비정규직 노동자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박진현 조직부장은 "업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만큼 비정규직 법을 피해가기 위해 단기계약 비정규직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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