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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벨스의 나치 선전물같은 영화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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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벨스의 나치 선전물같은 영화 <300>

[뷰포인트]

영화 <300>은 최근 1~2년 사이에 할리우드가 내놓은 작품 가운데 가장 바보같고 멍청한 작품이다. 뉴욕타임즈의 A.O. 스콧은 이 영화를 두고 멜 깁슨의 <아포칼립토>와 비교하면서 그 작품보다 두배는 폭력적이고 두배는 더 어리석은 영화라고 했지만 그건 <아포칼립토>를 모욕하는 일이다. 그 어떤 영화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리석고 우스꽝스러운 영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영화'가 '영화'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300>은 영화가 아니라 일종의 프로퍼갠다이며 정치선전물이다. 바로 미국의 이라크전 침공과 이란과의 전쟁을 염두에 둔 듯한, 극악한 정치군사 홍보물이다. LA타임즈 따르면 이 영화는 샌디에고 외곽의 펜들턴 해병대 기지 부근의 한 극장에서 상영되면서 엄청난 호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임의 위기에 몰려있는 딕 체니 부통령은 이 영화를 자신의 입지강화에 활용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300 ⓒ프레시안무비
영화는 기원전 480년경 테르모필레 협곡에서 스파르타 병사 300명이 수십만명의 페르시아 군에 맞서 장렬히 전사, 궁극적으로 그리스의 자유를 지킨다는 이야기다. 서구 문명과 페르시아 문명의 충돌을 통해 서구문명의 역사적 우월성을 보여주려 했다는 점만으로도 지금의 미국-이란 관계에 있어서의 외교적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는데 (프레시안 무비 3월14일자, 신영 기사 '미국, 이란에 드디어 전쟁을 선포하다' 참조) 이 영화는 그걸 훨씬 더 뛰어넘어 미국이 현재 중동지역에서 벌이는 모든 전쟁행위를 옹호하고 확장하려하기까지 한다. 영화속 레오디나스 왕을 비롯해 스파르타 사람들의 대사 하나하나는 중동지역을 두고 지금의 공화당 네오콘들의 하는 말들을 그대로 옮겼다. 스파르타 의회에서 (지금의 민주당처럼) 화전을 종용하는 (철군을 주장하는) 비둘기파 의원은 간신배로서 왕비의 육체만 탐하다가 결국 처절하게 살해당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크세스는 거구의 흑인이자 동성애자로 그려져 이 영화가 얼마나 백인중심적 사고방식에 빠져있는 극우보수적 작품인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문제는 이 영화가 가장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부터 왜곡에 왜곡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파르타는 당시 일종의 원시적 공산주의 사회로 오로지 전쟁을 위해 사회체제를 구성해 놓은, 일종의 병영집단이었다. 이들에게 자유란 소수의 귀족들에게만 부여되는 것이었으며 대다수의 민중은 전쟁 소모품으로 활용됐다. 경제생활은 철저한 노예제에 의해 운영됐다. 따라서 영화속에서 나오는 것처럼 이들 300명이 페르시아와 전쟁을 벌이는 것은 스파르타를 위한 것도, 그리스를 위한 것도, 더 나아가 자유세계 전체를 위한 것도 아니다. 그건 소수의 귀족들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싸움을 마치 숭고한 자유의 성전처럼 그리고 있는 것이다.
300 ⓒ프레시안무비
더 큰 문제는 이 영화도 아닌 영화가 미국 흥행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첫주 개봉과 동시에 100만 관객을 훌쩍 넘기는 등 기세가 등등하다는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이 영화를 보면 부시 체제가 만들어 낸 팍스 아메리카나의 극악한 이데올로기를 부지불식간에 흡입할 우려가 높아진다. 많은 수의 관객들은 이 영화를 통해 親스파르타-親그리스-親기독교문명-親미국 네오콘의 사상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될 공산이 크다. 영화가 무섭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신시티>의 작가 프랭크 밀러의 코믹스를 영화로 만든 <300>은 9.11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수세에 몰렸던 미국내 호전적 극우파들이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00>을 보고 있으면 나치 시대가 어땠는지가 쉽게 짐작이 간다. <300>은 마치 나치의 괴벨스가 만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전쟁홍보물이다. 미국과 미국의 할리우드가 종종 심하게 욕을 먹는 건 이런 영화때문이다. 돈내고 보는 게 아까울 정도가 아니라 스스로가 한심스러워져 자책의 마음이 드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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