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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속 人共旗, 낯설지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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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속 人共旗, 낯설지가 않아

[이슈 인 시네마] 조총련계 재일 민족학교 다룬 다큐 <우리학교> 화제

스크린에 인공기가 버젓이 나오고 일군의 아이들이 대동강변에서 '아바이'라 부르는 안내원 남자와 어깨동무를 하고 즐거워 한다. 북한의 '여성동무'는 6mm 카메라가 가까이 가자 조그만 목소리로 '저것 좀..찍지 말아달라'고 속삭인다. 김일성 동상과 생가에서 아이들은 너도나도 기념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이건 무슨 판타지인가 아니면 우리사회가 드디어 매카시즘의 망령에서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인가. 곧 개봉예정인 김명준 감독의 137분짜리 다큐멘터리 <우리학교>가 영화계 안팎에서 조용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국가보안법이라는 족쇄가 여전히 국내 창작표현의 자유를 옥죄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이 '파격의' 다큐멘터리는 오는 29일 일반극장에서 개봉되면 더욱더 많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학교 ⓒ프레시안무비
<우리학교>는 일본 홋카이도에 위치한 조총련계 초중고등학교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재일동포 1세가 설립, 일본내에서의 가혹한 차별에도 불구하고 우리말과 우리역사 교육을 지켜내고 있는 이 학교는 현재 동포 3세와 4세 학생들을 키워내고 있다. 영화는 이 학생들과의 잇단 인터뷰 또 이들의 교육을 맡고 있는 조총련계 학부모들과의 인터뷰로 이루어져 있다. 특이한 것은 학생과 학부모의 대다수가 여전히 국적이 '조선'이라는 것. 북조선 공화국도 아니고 대한민국도 아닌 이미 사라진 '조선'을 이들이 국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 하나만으로도 남북분단에 대해 이들이 얼마나 오랜 세월동안 가슴앓이를 해왔는 가를 알 수 있다. 한 학부모는 김명준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고향은 남쪽이다. 하지만 조국은 북한이다"라고 말했다. 뛰어난 감독으로 촉망받았던 고 조은령 감독의 남편이자 촬영감독이었던 김명준 감독은 이번 다큐를 위해 3년반이라는 시간을 실제 현장에서 동고동락하며 지냈다. 다큐멘터리 작가가 갖추어야 할 현장성의 원칙을 고수한 만큼 이 영화는 한땀한땀 작가의 땀과 눈물, 정성이 배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다큐 작품인만큼 전체 구성은 다소 느슨한 감을 준다. 특히 학생들이 북한으로 떠나기 전까지 학교 내에서의 소소한 일상을 추적, 담아내는 과정은 <본명선언> 등의 또 다른 다큐멘터리로 일본 내 조총련계 학교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확산돼 있는 지금으로선 종종 동어반복적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의 힘은 어디까지나 진정성에서 나온다는 점을 놓고 볼 때 <우리학교>는 그 어느 작품과도 비견할 수 없는 뛰어난 가치를 지닌다. 특히 일본인 납치문제 등을 이유로 일북, 북일의 정치외교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긴장되고 경화돼 있는 현실에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 분단해소의 문제가 어디에서부터 해결의 고리를 찾아내야 하는지를 역설한다. 졸업반 학생들이 만경봉호를 타고 북한을 오고갈 때 항구에서 벌어지는 일본인들의 반북시위 모습은 누가 옳고 그른 것인 가하는 문제를 떠나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착잡하게 만든다. 아이들에게 진정한 조국을 찾아 주는 것, 이들에게 민족적 정체성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 정녕 쉽고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한다.
우리학교 ⓒ프레시안무비
흔히들 우리의 민족분단 문제를 잘 알고 있다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그냥 알고있는 것일 뿐,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오랜 시간 잊고 지냈다는 것을 영화는 깨닫게 해준다. 아마도 그것이야말로 이 다큐멘터리가 얘기하려고 하는 부분일 것이다. 당신들에겐 지금 분단이라는 문제가 이미 고착화된, 고정관념화된 얘기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것. 들불은 때론 한알의 불씨가 일으킨다. 그런 면에서 <우리학교>는 여기, 남한에 살고있는 많은 영화관객들의 마음에 들불을 일으킬 불씨가 될 것이다. 영화계가 주저없이, 김명준 감독의 노고에 찬사와 경의를 보내는 건 그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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